[딜사이트 한진리 기자] KB금융지주가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례적으로 다른 금융지주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현직 회장의 연임 절차를 거친 우리금융과 BNK금융에 금융당국 대응과 회장 선임 과정 등을 문의하면서다. 금융지주들이 민감한 인사·승계 관련 정보를 외부와 공유하는 경우가 드문 데다 평소 실무 접점이 많지 않은 지방금융지주에까지 먼저 경험을 물었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양종희 현 회장의 첫 연임을 앞두고 대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편안 발표를 예고한 데 이어 이르면 8월 말~9월 KB금융·KB국민은행에 대한 정기검사까지 예상되는 상황에서, 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 속에 먼저 회장 연임 절차를 경험한 금융지주들의 대응 사례를 살피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만큼 KB금융이 양 회장의 연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나는 방증인 셈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지배구조 논란 속에서 우리금융과 BNK금융 측에 회장 선임 당시의 세부 진행 방식과 금감원 대응, 대외 커뮤니케이션 방식 등을 문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회장 후보 추천 과정에서 절차적 투명성을 어떻게 확보했는지, 금융당국의 문제 제기에는 어떻게 대응했는지 등이 주요 관심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KB금융이 다른 금융지주에 먼저 회장 선임 경험을 묻고 나선 것 자체가 흔치 않은 일이라고 보고 있다. 금융지주 간 실무 교류가 이뤄지더라도 회장 승계와 같은 민감한 인사 사안의 세부 진행 방식이나 금융당국 대응 경험까지 공유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특히 평소 실무 접점이 많지 않은 BNK금융에 KB금융이 먼저 연락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 실무자들은 평소 BNK금융과 소통하는 일이 거의 없다"며 “특히 회장 선임과 같이 민감한 사안을 두고 KB가 먼저 지방금융에 경험을 묻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KB금융이 우리금융과 BNK금융의 사례에 주목한 것은 두 금융지주 모두 지배구조를 둘러싼 금융당국의 높은 관심 속에서 현직 회장의 연임 절차를 먼저 경험했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지난해 12월 최종 후보로 결정되며 연임에 성공했다. 임 회장의 연임은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권 지배구조와 관련해 "부패한 이너서클이 생겨 소수가 권력을 행사한다"고 지적한 이후 나온 현직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BNK금융은 회장 선임 과정에서 한층 직접적인 당국 검증을 경험했다. 빈대인 BNK금융 회장의 연임 결정에 앞서 회장 선임 과정이 이른바 ‘깜깜이 절차’라는 비판에 휩싸이면서 금감원은 회장 선임 절차와 이사회 운영의 적정성 등을 들여다보기 위한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검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 말까지 이어졌다.
KB금융 입장에서는 두 금융지주가 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 속에서 현직 회장의 연임 절차를 먼저 경험한 ‘선행 사례’인 셈이다. 특히 BNK금융은 회장 선임 과정에서 금감원 현장검사까지 받은 만큼 회장 승계 과정에서 당국이 어떤 부분을 들여다보는지와 이에 대한 대응 방식을 가늠할 수 있는 참고 사례라는 평가다.
KB금융이 이처럼 기존 관행을 깨고 다른 금융지주의 대응 사례까지 살피는 배경에는 양 회장의 첫 연임을 앞둔 대외 불확실성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KB금융 내부에서는 양 회장의 경영 성과를 바탕으로 연임에 힘을 싣는 분위기가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번 회장 선임 과정에서는 경영 성과 못지않게 지배구조와 승계 절차를 둘러싼 외부 변수가 연임 레이스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양 회장은 이번이 첫 번째 연임 도전인 만큼 금융당국이 검토 중인 회장 장기 연임 제한 방안이 당장 직접적인 걸림돌이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오히려 이번 인선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현직 회장의 연임 과정에서 요구될 이사회 독립성과 후보 추천 절차의 투명성 등 승계 절차를 둘러싼 기준 강화다. 금융당국은 회장의 장기 연임을 제한하는 방안과 함께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고 현직 회장의 연임 심사를 보다 엄격하게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KB금융은 금융당국이 마련 중인 지배구조 개편 방향의 영향을 가장 먼저 받을 금융지주 가운데 하나로 거론된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 6월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KB금융의 숏리스트 확정 전에 개편안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후 개편안 발표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KB금융으로서는 구체적인 제도 내용과 적용 시점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하반기로 예정된 금감원의 KB금융·KB국민은행 정기검사도 변수로 남아 있다. 금감원은 이르면 8월 말, 늦으면 9월께 KB금융과 국민은행에 대한 정기검사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인 검사 일정과 범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차기 회장 후보 선정 절차가 막바지에 접어드는 시점과 맞물릴 가능성이 있다.
KB금융은 오는 8월 27일 1차 인터뷰를 거쳐 후보군을 3명으로 압축하고 9월 11일 심층평가와 투표를 통해 최종 후보 1명을 확정할 예정이다. 금감원 검사가 이르면 8월 말 시작될 경우 후보군 압축부터 최종 후보 선정까지 이어지는 승계 절차와 검사 일정이 일부 겹치게 된다.
이번 검사는 KB금융의 회장 선임을 직접 겨냥한 것이 아니라 예정된 정기검사라는 점에서 BNK금융이 회장 선임 과정에서 받은 현장검사와는 성격이 다르다. 그럼에도 지배구조 개편 논의와 회장 선임, 정기검사 일정이 비슷한 시기에 맞물릴 수 있다는 점에서 KB금융의 대외 대응 부담은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회장의 장기 연임을 제한하는 방안과 함께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고 현직 회장의 연임 심사를 보다 엄격하게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제도 내용과 적용 시점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이번 KB금융 회장 선임에 실제 어느 수준까지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KB금융이 회장 후보 추천 절차를 예년보다 한 달가량 앞당겨 가동하고 이미 숏리스트까지 확정한 것도 이 같은 제도 변화와 당국 검사 등 대외 불확실성에 대비해 승계 절차의 정당성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여기에 우리금융과 BNK금융의 선행 사례까지 살피면서 회장 선임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절차적 논란과 당국 대응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모습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 내부에서는 양 회장 연임과 관련해 대외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 집중하는 분위기"라며 "실적보다는 지배구조와 승계 절차를 둘러싼 외부 요소가 더 큰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