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외국인과 관광 소비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었지만 국내 관광재정은 여전히 출국납부금과 카지노사업자 부담금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최근 정부가 출국납부금 인하와 코로나19 차입으로 약화된 기금 재정을 카지노업계 추가 부담으로 메우려 하면서 관광산업 육성을 위해 만든 기금이 오히려 관광 투자와 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딜사이트는 관광 수요를 재원으로 연결하지 못하는 현행 구조부터 기금 운용 실태, 카지노 납부율 인상이 산업에 미칠 영향까지 짚어본다.
[딜사이트 노연경 기자] 정부의 법정납부금 상향 검토로 카지노 업계가 투자 계획 전면 재점검에 나섰다. 납부금이 수익과 무관하게 매출을 기준으로 부과되는 만큼 대규모 시설 투자 등에 활용할 자금 여력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관광산업 진흥을 위해 마련한 관광진흥개발기금 확충이 오히려 외국인 전용 카지노산업의 위축을 불러오는 모순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카지노 사업자의 관광진흥개발기금 최고 납부율을 현행 매출액의 10%에서 15%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995년 제도 도입 이후 외국인 전용 카지노 매출이 10배 이상 성장했지만 기금 부담률은 그대로인 만큼 상한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정부의 주장이다.
최고 납부율이 15%로 올라가고 이를 사업자에게 적용할 경우 사업자별 기금 부담은 100억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실적을 기준으로 육지 지역 주요 3개 사업자의 기금 부담액은 1560억원에서 2323억원으로 763억원 증가한다. 사업자별 추가 부담액은 138억~427억원이다. 제주 지역 사업자까지 합하면 전체 증가액은 1019억원에 달한다.
기금은 이익이 아닌 카지노 매출을 기준으로 부과하기 때문에 적자 사업자도 부담을 피할 수 없다. 대규모 시설 투자에 따른 감가상각비와 금융비용을 떠안은 신생 복합리조트는 손익분기점 도달이 늦어질 수 있다. 기존 사업자 역시 기금 증가분을 흡수하기 위해 해외 마케팅과 비카지노 투자를 줄일 가능성이 크다.
사업자별 재무 여력도 크게 엇갈린다. 2025년 파라다이스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564억원, GKL은 526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인스파이어 운영법인(인스파이어인티그레이티드리조트)은 2024년 10월부터 2025년 9월까지 매출 4159억원을 올리고도 영업손실 461억원, 순손실 1548억원을 냈다.
특히 인스파이어의 현금창출능력을 보여주는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는 169억원에 불과하다. 협회가 제시한 사업자별 추가 부담액 가운데 가장 낮은 138억원만 대입해도 연간 EBITDA의 80%를 웃도는 규모를 납부금으로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여기에 사업자별로 대규모 투자 계획도 잡혀 있다. 인스파이어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 허가 조건에 따라 2031년까지 약 1조3000억원을 투입해 공원·문화시설과 실외 워터파크, 고급 리조트 등을 포함한 후속 개발을 완료해야 한다.
파라다이스 역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착공에 들어간 장충동 하이엔드 호텔 개발 사업에 6000억원에 가까운 대규모 투자비를 투입한다. 납부율 상한이 올라가면 매년 추가 부담이 발생하는 만큼 장기 투자 계획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롯데관광개발은 전환사채 조기상환에 따른 예상 밖의 자금 부담도 떠안게 됐다. 롯데관광개발은 지난 2일 2021년 발행한 전환사채 가운데 권면금액 350억원어치를 만기 전에 취득하기로 결정했다. 원금과 이자를 합친 취득 금액은 435억원이다.
이는 기금 인상 논의 이후 롯데관광개발 주가가 전환가액인 1만2762원을 밑돌자 사채권자인 엔브이8홀딩스가 보유 전환사채의 절반에 대해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한 데 따른 것이다.
카지노 업계에서는 납부금 상향이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관광산업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달 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카지노산업 법·제도 개선 정책간담회’에서 이장성 롯데관광개발 재무담당 이사는 “지난해 제주 드림타워 카지노 매출은 4767억원으로 관광진흥개발기금 515억원을 납부했다”며 “지난해 인건비가 566억원이었는데 기금 부담이 인건비 수준을 넘어서고 있으며 이러한 기금 부담 확대는 신규 투자와 자금 조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티븐 울스텐홈 인스파이어 최고카지노운영책임자(CCO) 역시 “복합리조트 산업은 지속적인 투자와 정책 일관성이 있어야 성장할 수 있다”며 “투자가 이어져야 일자리 창출과 세수 확대, 관광산업 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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