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외국인과 관광 소비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었지만 국내 관광재정은 여전히 출국납부금과 카지노사업자 부담금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최근 정부가 출국납부금 인하와 코로나19 차입으로 약화된 기금 재정을 카지노업계 추가 부담으로 메우려 하면서 관광산업 육성을 위해 만든 기금이 오히려 관광 투자와 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딜사이트는 관광 수요를 재원으로 연결하지 못하는 현행 구조부터 기금 운용 실태, 카지노 납부율 인상이 산업에 미칠 영향까지 짚어본다.
[딜사이트 노연경 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방한 외국인 규모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관광재정은 이에 비례해 늘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카지노업계의 기금 부담률 상한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섣부른 부담 강화보다 관광재정 구조부터 손을 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3일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와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방한 외국인은 1071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3% 증가했다. 지난해 연간 방한 외국인이 역대 최대인 1894만명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신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방한 외국인의 소비는 더 가파르게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외국인 신용카드 관광지출액은 10조389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6조6559억원보다 50.8% 늘었다.
문제는 이 같은 소비 증가가 관광객 유치를 위한 재원 확충으로 직접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관광진흥개발기금은 문체부가 관리·운용하며 관광시설 확충과 외국인 관광객 유치·홍보 등에 사용하는 관광정책 재원이다.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이 국내에서 소비한 돈은 이 기금으로 직접 흘러 들어가지 않는다. 관광객의 소비에서 발생한 부가가치세와 관광기업이 납부한 법인세 등은 일반재정에 편입되는 반면 기금 재원은 주로 출국자와 카지노사업자가 부담한다. 관광 수요의 증가가 관광재원 확충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아닌 것이다.
기획재정부의 ‘2026년도 부담금운용종합계획서’에 따르면 올해 관광진흥개발기금 운용재원은 1조8399억원이다. 재원별로 보면 융자원금 회수가 6827억원으로 전체의 37.1%를 차지한다. 법정부담금은 6144억원으로 33.4%, 기존에 보유한 여유자금 회수는 4423억원으로 24%다.
외부에서 새로 유입되는 재원보다 과거에 빌려준 돈을 돌려받거나 기존에 쌓아둔 자금을 꺼내 마련하는 재원의 비중이 더 큰 셈이다.
또 신규 재원의 핵심인 법정부담금은 출국자와 카지노사업자에게 집중돼 있다. 올해 법정부담금 수입계획 6144억원 가운데 출국납부금은 3125억원으로 50.9%, 카지노사업자 납부금은 3019억원으로 49.1%를 차지한다. 사실상 두 납부금이 관광진흥개발기금의 법정부담금 수입 전부를 책임지는 구조다.
출국납부금은 국내 공항을 통해 출국하는 내·외국인에게 1인당 7000원을 정액으로 부과한다. 해외 주요 관광도시가 체류기간과 숙박 수준에 비례해 세금을 차등 부과하는 것과 대조된다.
실제 프랑스 파리는 유료 숙박시설을 이용하는 관광객에게 숙박시설 등급과 체류일수에 따라 숙박세를 부과하고 이를 관광 인프라 확충과 지역 홍보에 활용한다. 이탈리아 로마 역시 비거주자의 숙박을 기준으로 관광세를 걷는다. 일본 교토는 올해 3월부터 1인당 숙박요금에 따라 1박에 200엔에서 최대 1만엔까지 차등 부과하는 체계를 시행하고 있다.
카지노사업자는 정부의 허가를 받아 영업하는 데 따른 경제적 이익의 일부를 환수한다는 취지에서 카지노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관광진흥개발기금으로 납부한다. 정부는 최근 납부율 상한을 현행 매출액의 10%에서 15%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995년 제도 도입 이후 외국인 전용 카지노 매출이 10배 이상 성장했지만 기금 부담률은 그대로인 만큼 상한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정부의 주장이다.
하지만 출국자와 카지노사업자에게 편중된 관광기금의 재원 구조는 이미 오래전부터 문제로 지적돼 왔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08년 예산안 분석에서 관광진흥개발기금의 주요 재원인 출국납부금과 카지노사업자 납부금은 기금 설치 목적 및 사업과의 관련성이 낮고 부담자와 기금사업 수혜자 간 연계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과거 2021년에도 코로나19로 두 납부금이 동시에 급감하자 관광진흥개발기금의 재정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재차 주문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관광재정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카지노사업자의 부담률만 높이면 해당 산업의 수익성과 투자 여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관광대국 시대, 카지노업 제도 선진화 방향’ 토론회에서 최영배 가천대학교 교수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라는 우리 시장 상황에서 실제 수익성이 어느 정도이고 관광기금 부담 능력이 되는지부터 명확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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