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광미 기자] 금융위원회가 국내외 상장지수펀드(ETF) 규제 비대칭 해소를 명분으로 허용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출시 두 달 만에 후폭풍을 맞았다. 지난달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의 순자산총액(AUM)이 한 달 새 7조원 넘게 감소하며 전체 ETF 시장 자금 흐름에도 영향을 미친 모습이다.
5일 딜사이트가 집계한 7월 ETF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16종의 AUM 9조1394억원으로 집계됐다. 출시 이후 16조1272억원까지 불어났던 AUM은 한 달 만에 6조9878억원 감소했다. 이는 7월 전체 ETF AUM 감소 규모(77조9565억원)의 8.96%에 해당한다.
금융위원회는 국내외 ETF 규제 비대칭 해소를 명분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허용했다. 이에 7개 운용사(미래·삼성·키움·하나·한투·한화·KB자산운용)가 지난 5월 27일 레버리지 14종과 인버스 2종을 동시에 출시했다. 상장 직후 개인투자자 자금이 10조원 넘게 몰리며 흥행에 성공했지만, 반도체주 급락과 함께 투자심리가 빠르게 식었다.
◆ 삼성 3.3조·미래 2.7조 감소…대형 운용사서만 6조 이탈
AUM 감소 폭이 가장 컸던 곳은 삼성자산운용이다.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에서 2조3944억원,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에서 1조236억원이 줄며 한 달 새 3조원 이상이 빠져나갔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TIGER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에서 1조7498억원, 'TIGER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에서 1조236억원 감소했다. 삼성운용과 미래운용 두 곳에서만 6조원 이상이 줄어든 셈이다.
다른 운용사도 감소세를 피하지 못했다.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는 ▲KB운용 1622억원→539억원 ▲한국운용 1301억원→734억원 ▲신한운용 1071억원→763억원 ▲하나운용 479억원→299억원 ▲키움운용 312억원→151억원으로 축소됐다.
삼성전자 레버리지 ETF 역시 ▲KB운용 1138억원→397억원 ▲한투운용 1047억원→582억원 ▲하나운용 364억원→247억원 ▲한화운용 273억원→183억원 ▲키움운용 184억원→97억원으로 감소했다. 대부분 운용사에서 두 상품 모두 AUM이 절반 안팎으로 줄었다.
자금 이탈은 기초자산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급락 영향이 컸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의 일일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구조인 만큼 하락장에서 손실 폭도 확대됐다. 7월 한 달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21.41%(33만4000원→26만2500원), SK하이닉스는 35.17%(265만원→171만8000원) 하락했다. AI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높아진 밸류에이션 부담과 차익실현 매물이 맞물리며 조정받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주가 급락은 수익률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삼성전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한 달 수익률은 -49.55%~-47.66%,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69.13%~-66.78%를 기록했다. 반면 인버스 상품은 희비가 엇갈렸다. 한화운용의 'PLUS 삼성전자선물단일종목인버스2X'는 -5.82%를 기록했고, 신한운용의 'SOL SK하이닉스선물단일종목인버스2X'는 유일하게 5.63%의 플러스 수익률을 냈다.
◆ 괴리율·LP 논란에 규제 강화…시장 자체 위축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출시 직후부터 괴리율 확대와 유동성공급자(LP) 운용 논란에 휩싸였다.
시장가격과 순자산가치(NAV) 간 괴리가 커지면서 일부 상품은 기초지수와 다른 가격 흐름을 보였다. 대표적으로 한국투자신탁운용의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는 지난 6월 SK하이닉스 주가가 종가 기준 8% 하락한 날 30% 가까이 급등한 뒤 다음 거래일 30% 안팎 급락하며 괴리율 논란이 불거졌다.
논란이 커지자 금융위원회는 급하게 투자자 보호를 위한 후속 대책을 내놨다. 기본예탁금을 기존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상향하고 최소 매매수량을 20주로 확대하는 등 규제를 강화했다.
다만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보수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이달 3일 이재명 대통령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이억원 금융위원장 등을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초기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중심으로 자금 유입이 활발했지만 규제 강화 이후 신규 상품 출시가 사실상 제한되면서 시장 전반의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며 "설정액 유입 자체도 크게 줄어 아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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