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령 기자] 네이버가 인공지능(AI) 시대 커머스 경쟁의 승부처를 '상품 추천'에서 '거래 경험'으로 넓히고 있다. 직접 물류센터를 구축하거나 배송망을 운영하는 대신 CJ대한통운과 컬리 등 전문 기업과 협력해 AI 쇼핑의 마지막 단계인 배송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이다.
그동안 네이버는 자체 서비스 내재화보다는 인수합병이나 지분 투자, 협력을 이어왔다. 이에 커머스 역시 쿠팡과의 대결을 위해 협력 업체를 늘려 AI 상품 추천, 결제와 배송, 반품까지 하나의 서비스 경험으로 연결하는 ‘네이버식 동맹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네이버는 최근 풀필먼트 서비스 'N배송 by 네이버(Fulfillment by Naver·FBN)'를 도입하며 물류 운영까지 플랫폼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판매자는 상품 입고 이후 재고 관리와 교환·반품, 고객 응대 등을 네이버에서 통합 관리받고 실제 상품 보관과 포장, 배송은 CJ대한통운과 컬리넥스트마일 등 네이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NFA) 물류사가 맡는다.
이는 단순한 물류 서비스 확대가 아니라 AI 추천 이후 구매와 배송, 반품까지 하나의 경험으로 연결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용자는 기존 오늘배송과 내일배송뿐 아니라 새벽배송과 일요배송까지 이용할 수 있고 신선식품과 건강식품, 유아동 상품 등 배송 가능한 품목도 확대된다. 오는 8월부터는 전담 택배사의 자동 수거와 통합 반품센터를 통해 반품 절차도 간소화된다.
이 같은 구조는 쿠팡과는 다른 네이버식 커머스 전략을 보여준다. 쿠팡이 전국 물류센터와 배송 인력을 직접 구축하는 자산 중심 모델이라면 네이버는 각 분야 전문 기업의 역량을 연결하는 플랫폼 모델을 선택했다. CJ대한통운의 전국 배송망과 컬리의 새벽배송·콜드체인 역량을 결합해 대규모 물류 자산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도 배송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네이버는 2020년 CJ대한통운과 6000억원 규모의 상호 지분 투자를 단행하며 물류 협력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컬리에도 전략적으로 투자해 지난해 기존 주주 지분을 인수한 데 이어 올해 33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지분율을 6.2%까지 확대했다. 현재 네이버는 CJ대한통운 지분 7.85%, 컬리 지분 6.2%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에는 컬리와 함께 '컬리N마트'를 선보여 신선식품 경쟁력을 강화했고 최근에는 당일배송 서비스까지 확대하며 협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AI 시대 커머스 경쟁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과도 맞닿아 있다. 생성형 AI 기술은 빠르게 평준화되고 있지만 플랫폼 경쟁력은 추천 자체보다 추천 이후 경험에서 갈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AI가 무엇을 추천하느냐보다 추천한 상품을 얼마나 빠르고 편리하게 받을 수 있는지가 플랫폼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AI 서비스 경쟁이 검색 경쟁에서 거래 경험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도 올해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배송은 커머스 전략의 최우선 과제"라며 "단순한 기능 개선이 아니라 시장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수준의 배송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연내 N배송 커버리지를 25%, 내년에는 35% 이상으로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현재보다 세 배 이상 높은 5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다만 동맹 중심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협력 물류사가 늘어날수록 배송 품질을 얼마나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는지, 사고 발생 시 책임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판매자마다 이용하는 물류사가 다른 만큼 출고 시간과 배송 품질 편차를 최소화하는 것도 숙제로 꼽힌다.
최근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수도권 물류 거점 확보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회사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는 단계일 뿐 직접 물류센터 구축이나 직배송 도입은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AI 쇼핑 서비스 확대 과정에서 제휴 중심 모델만으로 쿠팡 수준의 배송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필요할 경우 일부 물류 인프라를 직접 확보하는 방향으로 전략이 진화할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는 필요한 역량을 직접 구축하기보다 파트너와 연결하는 플랫폼 전략을 일관되게 가져가고 있다"며 "AI 시대에도 물류를 자체 구축하기보다 협력을 통해 커머스 생태계를 완성하려는 것이 네이버식 경쟁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맹 전략은 자본 효율성과 서비스 확장성이 뛰어나지만 파트너가 많아질수록 품질 관리와 운영 통제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결국 네이버가 AI 커머스 시대에도 일관된 배송 경험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제공하느냐가 전략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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