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령 기자] 네이버가 엔비디아·브룩필드와 손잡고 글로벌 인공지능(AI) 인프라 사업 확대에 나서는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협력은 네이버가 데이터센터 운영과 AI 컴퓨팅 서비스의 주도권을 쥐고 엔비디아는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과 전략적 지분투자, 브룩필드는 대규모 인프라 조달을 맡는 삼각 협력 구조다.
네이버는 두 글로벌 파트너를 통해 GPU 공급망과 투자 재원을 확보하고 엔비디아와 브룩필드는 각각 장기 GPU 수요처와 AI 데이터센터 투자처를 확보하는 이해관계를 형성했다는 평가다. 최근 구체적인 사업 운영 방식까지 공개되면서 세 회사의 역할 분담과 AI 팩토리 수익 구조도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네이버가 공개한 사업 구조에 따르면 브룩필드가 대주주로 참여하는 특수목적법인(SPV)이 GPU와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자산을 확보한다. 네이버는 100% 자회사인 AI 팩토리 운영사를 통해 해당 인프라를 장기 사용하고 고객에게 AI 컴퓨팅 서비스를 판매한다. 운영사는 고객 확보와 서비스 운영을 맡고 SPV에 인프라 사용 비용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엔비디아는 네이버 본사에 전략적으로 지분을 투자하고 GPU와 AI 인프라 플랫폼을 공급한다. 네이버는 지난달 27일 엔비디아를 대상으로 10억달러(약 1조4809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엔비디아는 해당 유상증자 후 네이버 지분 약 4.5%를 보유하는 전략적 주주로 올라설 예정이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AI 팩토리 사업을 위한 합작법인(JV) 설립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실제로는 엔비디아의 네이버 본사 지분투자와 브룩필드가 참여하는 SPV를 결합한 구조가 선택됐다. AI 팩토리뿐 아니라 AI 모델과 클라우드, 에이전트, 피지컬 AI까지 협력 범위가 넓은 만큼 특정 사업을 위한 합작사보다 본사 차원의 장기 협력 관계를 구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구조의 핵심은 인프라 자산과 사업 운영을 분리한 데 있다. 네이버가 직접 GPU와 데이터센터를 모두 확보할 경우 대규모 초기 투자 부담을 떠안아야 하지만 브룩필드가 SPV를 통해 자산을 보유하면 네이버는 운영과 고객 확보에 집중할 수 있다. AI 팩토리 운영사를 100% 지배하면서 사업 주도권과 컴퓨팅 서비스 매출은 네이버가 가져가는 구조다.
브룩필드 입장에서도 운영사에 직접 투자하기보다 GPU와 데이터센터 등 실물 인프라를 보유하고 장기 사용 계약을 통해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다. 운영사의 사업 성과에만 의존하지 않고 인프라 자산을 기반으로 투자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구조의 배경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말 네이버가 제출한 장래사업·경영 계획 정정공시에서도 엔비디아와의 역할 분담은 보다 명확해졌다. 네이버는 지난 6월 공시에서 엔비디아를 GPU 공급과 글로벌 고객 발굴, 사업 리스크를 공동 부담하는 사업 주체로 설명했지만 정정공시에서는 엔비디아의 역할을 ‘GPU 공급의 주체’로 변경했다. 대신 10억달러 규모의 전략적 지분투자 내용을 새롭게 반영했다.
브룩필드는 최대 90억달러(약 13조3281억원) 규모의 컴퓨팅 인프라를 확보하는 방안을 네이버와 협의하고 있다. 네이버는 브룩필드를 12주간 독점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브룩필드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을 통해 GPU와 데이터센터를 확보하고 네이버가 이를 장기 사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다만 현재 브룩필드와의 협력은 비구속적 조건합의서(LOI) 단계다. 엔비디아의 10억달러 투자 역시 네이버가 해당 투자금과 별도로 최소 90억달러 규모의 컴퓨팅 인프라를 확보하는 것을 선결조건으로 한다. 브룩필드와의 구속력 있는 계약 체결과 인프라 조달 확정 여부가 전체 사업의 첫 번째 변수가 되는 셈이다.
이종원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유상증자는 네이버가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한 조달이 아니라 엔비디아를 전략적 주주로 편입해 AI 컴퓨팅 사업의 공급망과 기술 로드맵을 묶는 전략적 거래”라며 “다만 엔비디아가 전략적 프리미엄을 최종적으로 지불한 단계는 아닌 만큼 실행과 사업가치가 증명되기 전까지는 신뢰도 상승과 수익성 검증이 공존하는 단계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엔비디아 투자의 선결조건은 네이버가 증자 자금과 별도로 최소 90억달러 규모의 컴퓨팅 인프라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브룩필드와 구속력 있는 자금 조달 및 사용 계약을 체결해야 전체 사업 구조도 확실한 구속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네이버는 2027년 상반기 55MW 규모의 AI 팩토리 가동을 시작해 같은 해 말 누적 100MW, 2028년 200MW까지 확대할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장기적으로는 1GW 규모의 AI 인프라를 구축해 아시아·태평양을 비롯한 중동과 유럽의 소버린 AI 수요를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향후 과제는 고객 확보와 가동률이다. 지난달 정정공시에서 엔비디아의 글로벌 고객 발굴과 사업 리스크 공동 부담 내용이 빠진 만큼 앵커 고객 유치와 AI 컴퓨팅 서비스 판매는 네이버가 주도적으로 풀어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브룩필드와의 자금 조달 계약과 네이버클라우드·엔비디아 간 AI 컴퓨트 파트너십도 아직 구체화 단계에 있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는 코어위브와 네비우스 등 네오클라우드 기업에 지분을 투자하고 최신 GPU 공급과 재무적 지원을 약속하며 자신의 반도체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며 “네이버 역시 장기적으로 엔비디아의 핵심 파트너 중 하나로 AI 팩토리 사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AI 팩토리 사업은 고객 확보 가능성과 자금 조달 구조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남아 있지만 GPU 구매와 가동 이후 감가상각과 원리금 상환이 완료되는 시점부터는 영업 레버리지가 본격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업”이라며 “피지컬 AI와 에이전틱 AI 확산으로 국내 데이터센터 산업이 커지는 과정에서 네이버가 대표 사업자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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