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변한석 기자] ‘은둔의 경영자’라는 이미지를 가진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최근 활발한 대외 활동을 이어가며 은둔 이미지를 깨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해진 의장이 AI라는 패러다임 전환기에 창업자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이해진 네이버 의장은 지난 24일 정부 주재로 미국 샌프란시스코 더 미드웨이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K-AI 서밋’에 참석했다. 이어 같은 날 이 의장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엔비디아 사옥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만나 전략적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엔비디아는 이번 투자에서 10억달러(한화 약 1조4809억원)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다. 이에 엔비디아는 네이버의 지분율 약 4.5%를 취득해 네이버의 3대 주주로 등극했다.
네이버와 엔비디아의 전략적 동맹과 동시에 최근 이해진 의장의 ‘광폭 행보’ 역시 주목받는다. 평소 공개석상에 모습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던 이 의장이 최근 들어 언론과 대중 앞에 적극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6월 5일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방한으로 이뤄진 ‘형님 회동’에 이해진 의장이 등장한 것이 화제였다. 그동안 이 의장이 미디어 앞에 선 경우는 보통 기자간담회 등의 통제된 환경에서 이뤄졌었다. 그러나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에서 열린 회동의 경우 오픈된 장소에서 대중과 취재진이 한데 모인 공개된 공간에서 진행됐다. 이 의장을 비롯한 재계 총수들은 젠슨 황 CEO와 삼겹살과 소맥을 즐기며 친 대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해진 의장은 회동 직후인 6월 8일 네이버 사옥 1784에서 황 CEO와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양사는 기자회견에서 네이버의 ‘네모트론 연합’ 합류와 초거대 ‘AI 팩토리’ 공동 구축이 핵심이었다. 다만 기자회견에서 이 회장은 “회동 자리에 사람이 너무 많아 깜짝 놀랐다”며 농담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회장의 농담이 평소 공식 석상에 잘 나타나지 않는 그의 성향이 드러났다고 해석한다. 언론과 대중 앞에 적극적으로 나타나는 다른 기업 총수들과 달리 이 의장은 실제로 간담회 자리가 익숙하지 않다고 스스로 밝혀왔다. 그는 국정감사와 같이 불가피한 자리가 아니면 대중 앞에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 이러한 모습 때문에 이 의장은 ‘은둔의 경영자’라는 이미지가 생겼다.
이 의장은 2017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맡았다. 창업자인 이 의장이 일상적인 경영 관리보다 글로벌 전략에 집중하는 체제로 전환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후 그는 글로벌 투자와 해외 사업 발굴에 집중하며 활동 폭을 좁혔다. 대외 노출을 최소화했던 이 의장은 8년 뒤 다시 경영 전면에 등장했다.
이해진 의장은 지난해 3월 다시 사내이사 겸 네이버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했다. 이 의장은 의장 복귀 이후 트럼프 주니어와 회동한 데 이어 대만 컴퓨텍스 2025 행사에서 젠슨 황 CEO와 만나 AI 협력을 논의했다. 같은해 11월 그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시티스케이프 글로벌 2025 전시회’에 참석하는 등 글로벌 AI 협력 행보를 이어갔다.
이 의장의 AI에 대한 관심은 의장 복귀 이후 갑자기 시작된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이 의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2024년에도 ‘AI 서울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이는 2019년 6월 이후 5년 만에 대외 행사에 나온 것이다. 이 의장은 같은 해 6월 미국 엔비디아 본사에도 방문하는 등 복귀 이전에도 일찌감치 ‘AI 행보’를 이어갔다는 해석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이 의장의 광폭 행보를 AI 시대의 변곡점에서 네이버의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 대해 “네이버의 검색, 쇼핑, 광고, 클라우드 등 핵심 사업들은 AI 에이전트 시대에서 재정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플랫폼 자체를 다시 설계해야 하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이번 네이버와 엔비디아의 협력은 단순한 지분 투자를 넘어 AI 인프라 경쟁력 확보라는 포석으로까지 해석된다. AI 경쟁은 거대언어모델(LLM) 성능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AI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등 인프라 역량까지 포함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네이버 역시 글로벌 AI 기업과의 전략적 협력을 확대하면서 향후 경쟁 구도에서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풀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해진 의장의 최근 행보는 AI라는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기에 창업자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판단의 결과로 보인다”며 “앞으로의 2~3년이 네이버의 향후 10년을 좌우할 ‘골든타임’이기 때문에 글로벌 AI 기업들과의 협력과 투자 유치를 챙기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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