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정은 기자] 정부가 초고가·비거주 주택을 겨냥한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내놨지만, 시장에서는 집값 안정과 거래 활성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일부 고가 다주택자와 고령층을 중심으로 매도 여부를 저울질하는 움직임은 감지되지만, 지난 2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 발표 당시와 같은 시장의 동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이번 개편안의 실효성을 놓고 각기 다른 이유로 비판을 쏟아냈다. 시장에서도 일부 강남권 초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제한적인 영향만 예상될 뿐, 전반적인 거래 활성화나 매물 증가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는 크지 않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분양시장 침체와 건설경기 위축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3일 발표한 세제 개편안을 통해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고가·비거주 주택 중심으로 강화하고,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는 실제 거주기간 중심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는 한시적으로 완화해 세 부담이 본격적으로 커지기 전 매도 기회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 국민의힘·참여연대, 실효성 비판엔 한목소리
정치권에서는 이번 개편안을 두고 상반된 논리로 비판을 제기했다. 국민의힘은 보유세와 거래세 강화가 주택 공급을 위축시키고 세 부담이 결국 전월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종부세와 양도세 공제 기준을 '보유'에서 '거주' 중심으로 바꾼 데 대해서도 거주 이전의 자유를 제한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진보 성향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는 이번 개편을 일부 초고가 다주택자에게만 세 부담을 집중시킨 '반쪽 개편'으로 평가했다. 종부세 실효세율 정상화는 미뤄둔 채 1주택 비과세 기준을 공시가격 14억원까지 상향하면서 고가주택에 대한 특례를 오히려 확대했다고 지적했다.
이강훈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은 "세 부담이 늘어나는 대상이 제한적인 만큼 시장 전체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일부 매도 압력은 있을 수 있지만 실제 매물 증가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 강남도 제한적 반응…"지방 미분양·건설경기 침체 심화" 우려
실제 거래시장 분위기도 정책 발표 직후 예상보다 차분했다. 지난 2월 정부가 5월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을 발표했을 당시에는 서울과 경기 규제지역을 중심으로 다주택자들의 매도 문의와 매수 희망 문의가 잇따르며 현장 분위기가 분주했다. 반면 이번에는 일부 고가주택 보유자의 상담 문의만 소폭 늘었을 뿐 거래가 급증하거나 매물이 쏟아지는 분위기는 아니라는 것이 서울 강남권 공인중개업소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청담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장기 보유한 고령 집주인을 중심으로 향후 일부 매물이 나올 가능성은 있지만 이번 세제 개편은 거주 요건과 세 부담 등을 고려해 매도를 고민하는 사례 정도에 그치고 있다"며 "젊은 층도 실거주를 유지할지, 세입자를 내보낼지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단계일 뿐 당장 매도로 이어지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포의 한 공인중개사도 "장기보유특별공제 한도 축소에 부담을 느낀다는 반응은 있지만 시장은 예상보다 한산하다"며 "유예기간이 2028년 말까지인 만큼 당장 집을 내놓기보다 대응 방안을 고민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이 지역은 수천만원 수준의 세 부담 증가만으로 매물이 쏟아질 시장이 아니고, 집값 상승 기대가 더욱 높게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비강남권에서는 정책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더 강하다. 마포의 한 공인중개사는 "초고가 주택이 밀집한 지역이 아닌 만큼 이번 정책이 가격이나 거래를 크게 움직일 요인이 부족하다"며 "마포지역은 자금 여력이 있는 수요층이 움직이는 지역이라 강남권보다는 가격 변동성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고 말했다.
시행업계는 이번 세제 개편이 거래시장보다 분양시장과 건설경기에 미칠 파장을 더 우려했다. 정책 대상이 서울 초고가·비거주 주택에 집중된 만큼 지방과 비수도권의 거래 활성화나 미분양 해소에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오히려 시장 참여자들의 관망세가 장기화될 경우 분양시장 침체와 건설경기 위축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 부동산 시행업계 관계자는 "강남과 마·용·성 일부를 제외하면 수도권도 거래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고, 지방은 미분양이 계속 누적되고 있다"며 "1가구 1주택 기조가 강화되면 지방의 투자 수요가 더욱 위축돼 미분양 적체와 건설경기 침체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용인·동탄이나 천안·아산처럼 대규모 산업 호재가 있는 지역도 과거처럼 집값 상승이나 분양시장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며 "시장에 새로운 호재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번 세제 개편만으로 거래와 분양시장을 되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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