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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부담 늘려도 집값 그대로"…'거래절벽' 재현 우려
최지혜 기자
2026-08-04 15:28:42
공급부족·핵심지역 선호 현상 지속…"주택시장 안정화 효과 제한적"
이 기사는 2026-08-04 14:28:42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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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딜사이트DB)

[딜사이트 최지혜 기자] 정부가 초고가·비거주 주택의 보유 부담을 높이고 다주택자의 매도를 유도하는 부동산 세제개편안을 내놨지만 주택시장 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세 부담 증가가 일부 매물을 끌어낼 수는 있어도 공급 부족과 핵심지역 선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집값 흐름을 바꾸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매도 대신 보유를 선택하는 집주인이 늘어날 경우 거래 위축과 매물 감소가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은 다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자, 초고가주택 보유자를 주요 대상으로 삼았다. 종합부동산세는 고가·비거주 주택의 부담을 높이고,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는 실제 거주기간을 중심으로 재편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한시적으로 완화해 종부세 부담이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전 매도 기회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세금 늘어도 안 판다"…매도 유인 부족


정책의 성패는 세 부담 증가가 실제 매물 출회로 이어질지에 달렸다. 정부는 고가주택과 비거주 주택의 보유 비용을 높이면 집주인이 매도에 나서면서 시장에 매물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보유세를 감당할 수 있는 자산가는 주택을 처분하기보다 세금을 부담하며 시장 상황을 지켜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양도세 부담과 갈아타기 비용까지 고려하면 세금이 늘었다는 이유만으로 기존 주택을 즉시 처분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금 부담을 견디기 어려운 일부 수요는 매도에 나설 수 있지만 장기간 거주한 실수요자는 살던 지역을 떠나야 할 유인이 크지 않다"며 "일부 매물이 나오더라도 전체적으로는 거래 위축과 매물 감소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양도세 중과의 한시 완화도 매물 확대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중과를 일정 기간 유예하면 세 부담이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전 매도하려는 수요가 움직일 수 있지만 정책 효과가 유예기간에 집중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유예기간 이후 다시 세 부담이 커질 것이란 예상이 확산하면 거래가 단기간에 몰렸다가 다시 위축될 수 있다.


'똘똘한 한 채 선호' 약화 불확실…풍선효과 우려


또 세 부담 강화가 ‘똘똘한 한 채’ 선호를 약화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정부는 초고가 1주택과 비거주 1주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 특정 지역과 고가주택에 집중되는 수요를 분산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고자산가는 늘어난 세 부담을 감수한 채 핵심지역 주택을 계속 보유할 여력이 있다. 세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수요는 주택 구매 자체를 포기하기보다 세제상 부담이 커지는 기준 바로 아래 가격대의 주택으로 이동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 연구위원은 “고자산계층은 기존 자산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고, 그 밖의 수요는 장기보유특별공제 한도 등 바뀐 세제에 맞는 가격 구간으로 몰릴 수 있다”며 “특정 가격 이상의 주택에 규제가 강화되면 규제 기준 아래 구간으로 수요가 이동했던 기존 사례가 반복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초고가주택의 거래량은 줄어드는 반면 중고가 주택은 대기수요가 매물을 소화하면서 가격이 오르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초고가주택 수요가 금융시장 등 다른 자산으로 분산되기보다 가격대가 낮은 인접지역과 한강변 준고가 단지로 이동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세제개편이 고가주택 가격을 일정 부분 누르더라도 서울 전체 주택가격 안정으로 연결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매물 나와도 소화 안 될 수도"


금융부담이 여전한 만큼 매물이 출현하더라도 시장에서 소화되기 어려울 것이란 견해도 나온다.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매도 물량이 나오더라도 대출규제에 막혀 실수요로 흡수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결국 거래가 이뤄지지 않으면 주택가격 안정이라는 세제개편의 목적도 희석될 수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하반기 예상되는 금리인상과 그동안 이어진 대출규제의 영향으로 현금 여력이 있는 소수를 제외하면 고가주택을 매입할 여력이 있는 수요자는 한정돼 있을 것"이라며 "다주택자가 세금 부담을 덜기 위해 주택을 내놓더라도 결국 세금을 감당할 수 있는 수요층에서 매물을 소화할 수밖에 없어 자본 여력이 두터운 이들로 자산이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거래세 완화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매물 출회의 제약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완화했지만 중과 이전의 일반세율보다 세금을 더 낮춘 것은 아니다. 취득세 개편도 이번 대책에서 빠졌다. 집을 팔 때 부담해야 하는 비용과 새 주택을 취득하는 비용이 그대로라면 보유세가 증가하더라도 매도를 미룰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우려는 처음이 아니다. 2017~2021년 보유세와 양도세를 동시에 강화했던 시기에도 세 부담을 피하려 매물을 던지기보다 '버티기'나 증여로 돌아서며 매물 잠김과 거래 절벽이 나타난 바 있다. 실제 서울 다주택자 증여 건수는 2020년 7·10대책 발표 이후 1년간(2020년 7월~2021년 5월) 3151건으로, 발표 전 같은 기간(1963건)보다 60% 급증했고, 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대책 시행 이후인 2021년 6월 4240건으로 2020년 7월(1만6002건)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세금 부담은 늘어난 반면 취득세 등 거래세 완화 폭이 미미해 주택 이동 손실이 커진 점이 당시 악순환을 부추긴 요인으로 꼽힌다.


결국 관건은 '공급'


임대차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세제개편의 실효성을 제약할 수 있다. 비거주 1주택과 갭투자에 대한 부담이 높아지면 민간 임대주택 공급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집주인이 매도보다 보유를 선택할 경우 늘어난 보유비용을 전세보증금이나 월세에 반영할 가능성도 낮지 않다. 세제개편이 전월세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정책 효과가 반감될 전망이다.


이 연구위원은 “비거주 주택과 갭투자가 위축되면 장기적으로 민간 임대주택 공급도 감소할 수 있다”며 “매도가 쉽지 않은 임대인은 전세가격을 올려 수익을 보전하거나 기존 보유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주택시장 안정화라는 이번 세제개편의 목적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유세를 높이면 시행 초기에는 매수자와 보유자 모두 관망하면서 가격 상승세가 둔화할 수 있으나 원하는 지역의 주택 공급이 충분하지 않다면 세 부담이 집값에 반영되거나 임차인과 매수자에게 전가되는 구조가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내집마련과 자산 증식을 목적으로 한 주거 수요는 늘 고정돼 있기 때문에 주택가격의 핵심은 단기 공급 물량에 달렸다"며 "특히 비거주 주택이 전월세로 이전돼 가격이 상승할 경우 주택시장은 오히려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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