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송한석 기자] 삼성전자가 향후 3년간 국내외 시장에서 1만호 규모의 AI 모듈러 홈 공급 목표를 제시했지만 실제 사업 확대의 성패는 기술보다 제도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모듈러 주택은 공장에서 제작한다고 곧바로 설치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라 부지와 건축 인허가, 운송 조건 등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 건축물인 데다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특별법과 세제 개선까지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내건 1만호 청사진도 AI 가전 경쟁력보다 제도 변화 속도와 시장 환경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경기 화성시에 ‘삼성 AI 모듈러 홈’ 쇼룸을 열고 관련 사업을 공개했다. 공간제작소가 목조 모듈러 주택의 설계와 제작, 시공을 맡고 삼성전자는 AI 가전과 스마트싱스를 결합한 AI 홈 솔루션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단독주택에서 출발해 철근콘크리트(RC) 모듈러와 공동주택 등으로 AI 홈 적용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미국에서는 주택기업 클레이턴과 협력해 신규 주택에 가전 패키지를 공급하고 있으며 유럽과 호주, 미국 하와이 등에서도 사업 가능성을 검토하며 협력업체를 물색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전자는 향후 3년간 국내외 시장에서 AI 모듈러 홈 누적 1만호 공급을 목표로 제시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국가별·연도별 공급 물량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만큼 실제 공급 규모는 각국의 수요와 건축 규제, 사업 환경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모듈러 홈은 생산량을 늘린다고 공급이 함께 확대되는 사업이 아니다. 실제 공급은 고객이 확보한 부지의 건축 가능 여부와 인허가, 운송·시공 여건 등에 좌우된다. 생산능력뿐만 아니라 설치 가능한 입지와 제도적 기반이 함께 뒷받침돼야 시장 확대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특히 모듈러 주택은 제작에 들어가기 전부터 설치 가능 여부를 따져야 한다. 부지의 용도지역과 건폐율·용적률은 물론 진입도로 폭과 대형 트레일러 회전반경, 전신주 높이, 경사도 등을 확인해야 한다. 공장에서 완성된 모듈이라도 현장까지 운반하지 못하면 설치 자체가 불가능하다. 공장에서 모듈 제작을 마치더라도 현장에서는 별도의 기초공사를 진행한 뒤 주택을 설치해야 한다.
문제는 단독주택을 넘어 공동주택과 중층 건물로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는 제도적 문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높이가 높아질수록 구조 안전성과 내화, 차음 등 충족해야 할 건축 기준이 늘어나고 인허가 절차도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구상하는 RC 모듈러와 공동주택 확대 역시 기존 건축 규제와 발주 체계가 뒷받침돼야 현실화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렇다 보니 국회에 계류 중인 ‘모듈러건축 활성화 지원에 관한 특별법’ 처리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현행 제도에서는 모듈러 주택도 일반 건축물과 동일한 건축법과 인허가 절차를 적용받는다. 특별법은 모듈러 건축의 정의를 명확히 하고 국가 차원의 기본계획과 인증체계를 마련해 공공 발주 확대와 산업 육성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업계에서는 모듈러 건축에 맞는 제도와 인증체계가 마련돼야 시장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특별법이 제정되더라도 건폐율과 용적률, 개별 부지의 건축허가 등은 별도로 적용되는 만큼 사업 확대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성격에 가깝다는 평가다.
여기에 개인 수요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세컨드하우스를 둘러싼 세제 부담도 넘어야 한다. 업계에서는 기존 주택 보유자가 별장이나 세컨드하우스 용도로 모듈러 주택을 추가 취득할 경우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 정부는 기존 1주택자가 인구감소지역에서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주택을 추가 취득하면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에서 1세대 1주택 특례를 적용하고 있지만 적용 대상이 제한적인 만큼 세제 지원 범위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해외 시장도 변수는 적지 않다. 국내에서는 공간제작소가 건축과 인허가를 담당하지만 해외에서도 국가별 사업 환경에 맞는 협력사를 물색하며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국가마다 규제와 인증 기준이 다른 만큼 현지 파트너 구축 속도 역시 사업 확대를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결국 삼성전자가 내건 국내외 1만호 목표는 생산능력이나 AI 기술만으로 달성할 수 있는 숫자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에서는 특별법과 세제, 해외에서는 국가별 규제와 현지 파트너 구축이 공급 속도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모듈러 업계 관계자는 “현재 모듈러 홈을 구매하는 개인 고객은 대부분 세컨드하우스 목적”이라며 “기존 주택을 보유한 고객이 세컨드하우스 용도로 모듈러 주택을 검토하는 경우 종부세 부담을 걱정해 구매를 망설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지역과 주택의 범위가 넓어지면 구매 수요도 지금보다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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