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호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이어 대웅제약이 동물실험 대체 목적의 오가노이드 기반 약물 평가 플랫폼 사업에 뛰어든다. 이들은 기존 고객사를 통해 해당 플랫폼의 활용성 확장과 규제 정립 시도 등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선발주자인 오가노이드사이언스 입장에서 대형사의 침투는 새로운 성장 기회인 동시에 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5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국내 대형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속속 오가노이드 약물 평가 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있다.
먼저 지난해 6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암 유래 오가노이드 기반 약물 평가 서비스 ‘삼성 오가노이드’를 출시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대웅제약이 한국생명과학연구원 및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독성평가용 간 오가노이드 제작 및 약물 평가 기술을 도입했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를 분화시켜 원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3차원(3D) 조직으로 배양한 세포집합체다. 세계적으로 뇌나 장 등 다양한 신체 장기에 대한 오가노이드 모델이 연구되고 있으며 향후 그 크기와 기능을 실제 장기 수준으로 고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3년부터 미국식품의약국(FDA)이나 유럽의약품청(EMA) 등 주요 규제당국이 동물실험의 점진적 폐지를 선언하면서 오가노이드가 이를 대체할 유력 대안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양질의 평가 데이터를 도출할 수 있는 조직별 오가노이드의 규격 및 기능 등에 대한 표준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따르면 매출 20위권 내 글로벌 제약바이오사 종사자(71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오가노이드 산업의 데이터 품질에 대한 불만이 가장 큰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회사는 검증된 생산 시스템을 통해 해당 데이터 품질을 끌어올리는 것과 동시에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경쟁력 강화의 일환으로 ‘삼성 오가노이드’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대웅제약도 간 오가노이드 기술을 통해 비임상 평가 체계를 국제 표준 수준 이상으로 고도화할 계획이다. 여러 항암 신약 후보물질에서 나타나는 간 독성 부장용을 비임상 단계에서 정밀하게 분석·예측해 글로벌 신약 개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업계에서는 오가노이드 약물평가 플랫폼 시장이 결국 신약개발 수요가 높은 항암 또는 비만 질환 등을 중심으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문제는 국내사 중 최초로 해당 플랫폼 사업을 시도한 오가노이드사이언스와 대형 후발주자 사이에 경쟁이 불가피해졌다는 점이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2020년 오가노이드 기반 약물평가 플랫폼 ‘오디세이’ 서비스를 사업화했다. 현재 ‘오디세이-ONC(항암)'와 ‘오디세이-VIR(바이러스감염질환)’, ‘오디세이-CNS(뇌질환)’, ‘오디세이-HEP(간질환)’ 등 질환별로 플랫폼을 세분화했다. 그 밖에 건강기능식품이나 화장품 등을 평가하는 솔루션도 보유 중이다.
이 중 대표 솔루션은 오디세이-ONC다. 이는 대장암과 폐암, 담도암 등 13개 암종의 종양 미세 환경을 구현하는 오가노이드에 기반해 신규 항암제를 평가한다. 이어 오디세이-VIR은 편도나 코 점막, 폐 등의 조직 및 미세환경을 구현한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감염 질환 치료제나 백신의 성능을 평가한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의 오디세이 서비스 부문 매출은 2022년 처음 발생했으며 당시 3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2023년 14억원과 2024년 16억원, 2025년 19억원 등으로 해당 부문의 매출 성장세는 비교적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1분기 오디세이 서비스 매출이 7780만원으로 급감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됐다. 이 가운데 자금력과 폭넓은 고객사 인프라를 갖춘 대형 기업들의 진입은 오가노이드사이언스 입장에서 추가적인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오가노이드 개발업계 한 관계자는 “적극적인 투자 공세로 그나마 강조해 온 기술 격차마저 좁혀진다면 중장기적으로 바이오텍이 대형사에 맞서기 어려운 국면이 도래할 수 있다”며 “오가노이드사이언스를 비롯한 관련 바이오텍이 기술적 우위를 가져갈 수 있는 시점에서 산업화 경쟁력을 갖춘 대형사와 상생을 도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국내사의 오가노이드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제적인 표준이 정립된다면 동반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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