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윤기쁨 기자] 두산그룹이 SK실트론 경영권 지분 70.6%를 그동안 예상돼온 3조~4조원대가 아닌 2조3000억원에 인수하면서 대신 8년 간 성과 연동형 대금 정산(Earn out, 매도자에 추가 이익공유)을 구조화했다.
예상 기업가치 6조원 규모의 빅딜에서 이 같은 방식이 도입된 것은 이례적인 사례로 양 그룹 수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합의가 전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거래의 특징은 매도자가 대금 수령 일부를 유예하고 향후 초과 성과를 공유받는 구조라는 점에서, 사실상 매도자가 제공하는 후순위 금융과 유사한 효과를 거두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3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 딜에 언아웃 구조가 도입된 근본적 배경에는 SK실트론의 단일 몸값을 매기기 어려울 만큼 밸류에이션 불확실성이 컸기 때문이다. SK 측은 당초 실트론 100%를 기준으로 5조~6조원의 가치를 원해왔다. 두산 이전에 원매 상대방이던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에도 이와 같은 수준을 바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앤코에 이어 두산과도 반년 이상 협상을 지속하면서 반도체 업황 변동성이 확대되자 AI 시장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겹치면서 단일 가격만 고집해서는 딜 성사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양측은 지난해 12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사후 정산 조건 등을 둘러싸고 약 8개월 간 평행선을 달린 끝에야 타결점을 찾았다.
양측이 도출한 타결안은 예상되는 가격에서 약 1조원을 할인하는 수준이다. 매매 대금과 비교하면 30% 안팎의 금액을 유보하는 것이지만 이를 고려하지 않고 거래를 진행했을 경우 SK는 이사회에 배임 이슈가 생길 수 있고, 두산 역시 거래를 파기하는 것보다는 나은 대안을 찾는 과정에서 서로 이익공유를 협의점으로 찾아낸 것으로 전해진다.
이익공유는 인수 시점에 기업가치를 확정 짓는 대신 향후 발생하는 실적을 확인하며 사후 가치를 추가로 정산하는 유예 방식이다. 8년이라는 정산 기간은 M&A 시장 관행을 벗어난 이례적인 설계로 보인다. 통상 언아웃은 바이오나 IT 벤처 인수 시 창업진의 이탈을 막고 단기 성과를 검증하기 위해 1~3년 수준으로 설정한다.
반면 이번 거래는 반도체 업황의 통상적인 주기인 3~4년 사이클을 두 번 이상 돌 수 있는 8년이라는 장기 구조를 채택했다. 단기 업황 호황에 대한 착시 효과를 배제하고 AI 반도체용 웨이퍼 신규 공장 증설 등 성과가 나타나는 시기까지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초장기 가치 정산 구조를 통해 두산은 인수 시점의 재무적 부담을 대폭 낮췄다. 지분 인수 확정 대금 2조3000억원에 SK실트론의 순차입금 약 2조4000억원을 승계하는 방식으로, 초기 직접 투입 현금을 전체 기업가치의 38% 수준으로 낮췄다. 잔여 가치는 2027년부터 2034년까지 SK실트론의 연간 EBITDA가 계약상 허들을 초과할 경우 매각 지분율을 고려해 초과분의 약 28.2%를 SK㈜에 사후 지급하는 구조다. 두산은 업황 침체에 따른 리스크를 방어하고, SK㈜는 향후 업황 개선에 따른 수익을 공유할 수 있는 공존 장치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러한 초장기 언아웃 구조는 인수 이후 두산의 경영권 행사와 재무 정책에 직간접적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 웨이퍼 사업 특성상 지속적인 대규모 설비투자(CAPEX)가 필수적인데 두산이 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해 CAPEX를 늘릴 경우 초기 비용 부담이나 수율 안정화까지의 시차로 인해 단기 EBITDA 성장이 제약될 수 있어서다. 이는 SK㈜가 수령할 정산금액 축소로 이어질 수 있어 EBITDA 산정 기준 등을 둘러싸고 양사 간 구조적 이해상충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향후 두산의 실질적인 경영권 행사와 8년 간의 성과 정산 관리가 딜의 최종 완결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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