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최근 국내 회사채 시장의 수급을 이야기할 때 SK하이닉스를 빼놓을 수 없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바탕으로 쌓은 막대한 현금성 자산을 활용해 최근 AA0급 이상의 우량 회사채는 물론 기업어음(CP), 단기사채까지 적극적으로 매입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매수세는 최근 채권시장의 수급 공백을 메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기존채권 평가손실 부담으로 신규 자금 집행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사이 SK하이닉스가 그 빈자리를 상당 부분 채워주고 있어서다.
실제 올해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자금은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 KB증권 등이 발행한 증권채에 대거 유입됐다. 미래에셋증권이 발행한 1조3000억원 규모의 2년 만기 장기 CP도 SK하이닉스가 전액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러한 수급 환경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의 유동성은 회사채 시장 투자 수요가 전반적으로 회복된 결과라기보다 특정 기업의 막대한 현금이 만들어낸 일시적인 착시에 가까울 수 있기 때문이다.
우려되는 점은 SK하이닉스 자금이 투입된 채권의 만기가 돌아왔을 때 차환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느냐다. 해당 채권들의 만기는 대부분 2~3년인데 그때도 SK하이닉스가 차환 자금을 대주면 문제 없겠지만 그건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대표적인 경기 민감 업종인 만큼 업황 상황에 따라 투자와 현금 운용 전략이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만약 향후 SK하이닉스의 채권 투자 기조가 약화한다면 불어난 만기 물량은 결국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기존 기관투자가들이 안아가게 될 것이다. 다만 물량이 대거 늘어난 상황인 만큼 모두 소화하기 버거울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결국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 금리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금리 상승의 부담은 비우량 기업에게 가장 아프게 전해질 수 밖에 없다. 이들의 자금 조달 비용은 더욱 높아져 결국에는 크레딧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을 키운다.
회사채 시장에는 언제나 유동성 밀물과 썰물이 반복된다. 지금의 유동성은 분명 시장에 숨통을 틔워주고 있는 건 분명하지만 그 온기가 특정 기업의 유동성에 크게 기대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필요 자금을 조달함으로써 안도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반짝 찾아왔던 유동성이 빠지더라도 회사채 시장이 버틸 수 있는 수급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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