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최근 국내 증권사들이 기업어음(CP)·전단채 발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증시 활황으로 신용융자 수요가 급증하자 이를 뒷받침할 단기 조달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다만 단기조달 시장 금리는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 우려와 분기말 머니마켓펀드(MMF) 자금 유출이 맞물리며 상승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비우량 기업들의 자금조달 여건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24일까지 CP·전단채 전체 순발행 규모는 53조4188억원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CP는 17조9191억원, 전단채는 35조4997억원이다. 이 가운데 증권사 발행분은 41조2880억원으로, 전체 순발행 규모 중 77.3%를 차지했다. 투자자들의 신용융자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증권사들이 단기자금 조달을 크게 늘린 결과다.
실제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약 39조원으로 지난해 말(약 27조원) 대비 44.5% 증가했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늘어난 신용공여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CP·전단채 발행을 확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조달 비용이 예전보다 크게 높아졌다는 점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CP(A1·90~179일물) 금리는 현재 3.24% 수준이다. 지난달 28일 금융통화위원회 당시 3.11%였던 금리는 이달 16일 3.91%까지 치솟은 뒤 다소 진정됐지만 지난해 평균 금리인 2.97%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단기자금 시장 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연 2.5%로 동결됐지만 원·달러 환율이 여전히 150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어 추가 긴축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통화긴축 기조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여기에 분기 말을 앞두고 법인자금이 MMF에서 빠져나가면서 단기자금 시장 수급 다소 경색된 점도 높아진 금리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분기 말 MMF 자금 유출까지 맞물리며 CP·전단채 금리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증권사들이 발행을 늘리는 이유는 여전히 수익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단기금리 상승으로 증권사 CP(A1) 3개월물 민평금리가 3.2~3.4%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나 90일 기준 증권사의 신용융자 이자율은 8~10%"라며 "조달금리가 상승했음에도 CP 발행 유인은 여전히 크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 우려하는 점은 이 같은 흐름이 비우량 기업들의 자금조달 환경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기업들은 높아진 회사채 금리 부담으로 공모채 대신 은행 차입이나 CP·전단채를 활용한 단기 조달을 늘리고 있는 상황인데 이마저도 금리 여건이 녹록지 않아져서다.
다만 현재의 금리 상승에는 분기 말 MMF 자금 유출이라는 계절적 요인이 일부 작용한 만큼, 7~8월 이후 자금이 재유입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CP·전단채에 대한 투자 수요가 회복되면서 단기조달 금리 역시 점진적으로 안정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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