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올해 상반기 회사채 시장은 예년보다 한산했다.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며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된 데다 제이알리츠와 중앙그룹의 채무불이행 사태까지 겹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영향이다.
시장 총량 자체가 줄어들자 실적을 채우려는 주관사 간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KB증권은 선두 자리를 지키기 위해, NH투자증권은 격차를 좁히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중위권에서는 신한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이 4위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하는 접전을 벌였다.
1일 ‘딜사이트 자본시장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증권사들의 일반 회사채(SB) 주관금액은 30조373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45조3260억원) 대비 약 33% 감소한 규모다. 집계 대상은 수요예측을 거쳐 발행된 공모 회사채(후순위채 포함)다. 하이브리드 성격의 신종자본증권은 제외했으며 수요예측을 거치지 않은 특수채·금융채와 자산유동화증권(ABS) 역시 포함하지 않았다.
이 같은 시장 한파 속에서도 KB증권은 6조3080억원의 대표주관실적을 기록하며 올해도 1위 자리를 지켰다. 특히 상반기 최대 발행 그룹인 SK그룹 딜에 크게 의존하지 않고도 선두를 지켰다는 점이 눈에 띈다. 올해 상반기 SK그룹은 2조745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하며 발행액 기준 1위 그룹에 올랐지만 KB증권이 수임한 물량은 3010억원에 그쳤다. 대신 다우키움그룹(6708억원), 롯데그룹(4498억원), LG그룹(3923억원), CJ그룹(3348억원) 등 주요 그룹사 딜을 고르게 확보하며 실적을 쌓았다.
2위는 NH투자증권으로 5조3685억원의 실적을 기록하며 KB증권 뒤를 쫓았다. 양사 간 격차는 약 1조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 수준을 유지했다. NH증권의 무기는 SK그룹 장악력이다. SK㈜를 포함해 회사채를 발행한 계열사 총 11곳 중 8곳의 주관사단에 이름을 올리며 약 5000억원 규모 실적을 확보했다. 이는 SK증권을 제외하면 가장 큰 규모다.
끈끈한 전통적 관계도 빛을 발했다. 교보증권의 47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단독 주관하며 KB증권과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것을 막아냈다. 교보증권은 지난 2022년 이후 발행한 세 차례 회사채 모두 NH투자증권을 단독 주관사로 선정하며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3위는 4조254억원의 실적을 쌓은 한국투자증권이 차지했다. SK그룹사 딜을 4542억원 규모로 수임했고, LG그룹(3923억원) 딜의 경우 모두 주관사로 참여했다. 다만 분기별 실적 편차는 컸다. 1분기 3조2106억원의 실적을 쌓았지만 2분기에는 815억원으로 급감했다. 1분기 벌어둔 체력 덕에 3위 자리를 지켜낸 셈이다.
상반기 가장 뜨거웠던 전장은 4위 자리였다. 승자는 3조1459억원의 실적을 기록한 신한투자증권이었다. 1분기 키움증권에 밀려 5위로 주저앉았던 신한증권은 2분기 뒷심을 발휘하며 4위 자리를 되찾았다. 다만 대형 그룹사에 대한 장악력이 부족하다는 점은 하반기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그룹별 수임 규모를 보면 NH증권이 발행한 회사채 딜 수임 실적이 2950억원으로 가장 크고 신세계그룹(2798억원), 롯데그룹(2105억원), SK그룹(2056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5위 키움증권(3조1009억원)의 기세도 매섭다. 신한증권과의 격차는 단 450억원에 불과하다. 언제든 뒤집을 수 있는 사정권인 것이다. 키움증권은 CJ그룹과 포스코그룹사의 물량을 싹쓸이하며 신한증권을 압박하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상위 10개 하우스 가운데 유일하게 전년 대비 실적이 성장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상반기 2조6911억원에서 올해 3조1009억원으로 15.2% 늘었다. 순위 역시 6위에서 5위로 한 계단 상승했다.
다만 SK그룹과 LG그룹 딜 참여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상태다. 실제 SK그룹사의 경우 SK㈜와 SK에코플랜트를 제외하고는 합류하지 못하고 있고, LG그룹의 경우 LG엔솔 외에는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이 점을 보완할 경우 기존 4강 체제(KB·NH·한투·신한)를 깨고 4위권 내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6위는 SK증권이다. 상반기 실적은 1조9148억원이다. 끈끈한 캡티브 물량인 SK그룹 딜(8323억원)로 전체 실적의 43.5%를 채웠다. 이어 동종업계인 NH증권(3564억원), KB증권(2230억원), 한투증권(1833억원), 삼성증권(1000억원), 미래에셋증권(333억원)등의 회사채를 주관하며 전체 실적의 46.8%를 채웠다.
7위는 미래에셋증권(1조5943억원), 8위는 삼성증권(1조3152억원)으로 나타났다. 두 회사는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순위가 뒤바뀌었다. 미래에셋증권은 롯데그룹 딜 부재가, 삼성증권은 LG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딜 부재가 각각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9위는 하나증권(1조2550억원), 10위는 대신증권(1조563억원)이 차지했다. 양 사는 모두 지난해 상반기와 동일한 순위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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