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와 해외여행 증가, 여가 소비 패턴의 다변화 속에서 국내 리조트 산업은 근본적 변화를 요구받으며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공격적 인수합병과 사업 다각화로 차입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곳도 나타났다. 이에 국내 리조트 기업들의 재무 건전성 악화 실태부터 사업구조 재편, 반등을 위한 전략까지 리조트업 침체의 실태와 돌파구 등을 다각도로 담아본다.
[딜사이트 박안나 기자] 아난티가 제주 묘산봉 관광단지 개발사업에 투입할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전환사채(CB) 카드를 꺼내 들었다. 최근 8년 사이 무려 6차례나 CB를 발행하면서 전환사채가 주요 조달창구로 자리하고 있다. 리조트 운영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과거 실적을 견인했던 분양사업이 둔화하면서 자체 현금창출력만으로 대규모 개발사업을 감당하기 어려워진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난티 매출은 리조트·호텔 운영에서 발생하는 플랫폼 운영매출과 개발·분양 매출로 구성된다. 골프·호텔·리조트 시설을 운영해 수익을 올리는 운영부문은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지만 규모가 크지 않아 전체 실적은 분양사업 성과에 좌우되는 구조다.
실제로 아난티의 운영매출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2021년 1200억원이었던 운영매출은 지난해 2160억원으로 늘었다. 리조트 운영과 호텔 사업이 안정적 성장세를 이어간 덕분이다. 다만 운영사업 성장만으로는 분양매출 감소를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난해 아난티의 운영부문 실적은 매출 2167억원, 영업이익 152억원이었다. 반면 연간 금융비용은 353억원에 이른다. 운영 수익만으로는 이자도 못 내는 구조로 볼 수 있다. 운영부문 수익성 개선을 위해 신규 플랫폼 개발을 추진할 경우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는 데 따른 이자부담이 더욱 커진다는 딜레마도 안고 있다.
결국 실적의 핵심은 분양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리조트·골프장 회원권을 팔아 목돈을 벌어야 의미 있는 현금이 생긴다. 실제로 빌라쥬 드 아난티 등 분양이 맞물렸던 2023년 분양매출은 7000억원을 웃돌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신규 분양이 줄면서 2024년 분양매출은 1000억원 아래로 떨어졌고 2025년에는 400억원대까지 감소했다.
올해 1분기 역시 분양매출은 50억원으로 전년 동기 128억원 대비 60% 이상 줄었다. 같은 기간 전체 매출도 573억원에서 467억원으로 18.4%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95억원으로 전년(-32억원)의 3배에 달했다.
현금창출력도 크게 약화됐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23년 2475억원에서 2024년에는 13억원으로 급감했다. 2025년에는 205억원으로 일부 회복했지만 과거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친다. 분양대금 유입이 줄어들면서 현금창출력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분양매출을 위해 개발사업이 본격화되면 대규모 투자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최근 발행한 7회차 CB 역시 이러한 자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성격이 강한 것으로 파악된다. 결국 분양 공백이 길어지면서 CB 의존도가 심화되는 셈이다.
아난티는 이번 CB 자금의 일부를 제주 묘산봉 관광단지 개발사업에 투입할 예정이다. 36홀 골프장과 리조트 52실 규모로 개발을 추진 중이며 이미 324억원이 건설중인자산으로 투입된 상태다. 제주도 개바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돼 분양 계약이 이뤄진다면 새로운 분양매출을 인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난티는 최근 약 6년동안 2018년 300억원(2회차)을 시작으로 2019년 450억(3회차), 2021년 900억(4회차, 5회차), 2024년 500억(6회차), 2026년 600억(7회차) 등 무려 6차례나 CB를 발행해 총 2750억원을 조달했다. 6회차 CB(2024년 7월 발행)는 발행 후 1년 만에 전환이 개시돼 올해 3월 전액 주식으로 전환됐다. 직전 CB가 소진되는 시점에 다음 CB가 등장하는 사이클이 반복되고 있다.
다만 CB를 통해 낮은 금리(만기이자율 1%)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지만 대신 외부 투자자에게 주식 전환 권리를 줘야한다. 이와 같은 구조 탓에 CB 발행이 거듭될수록 기존 주주 지분이 희석되는 부작용도 고려해야한다.
아난티 관계자는 “보통 기준금리에 가산금리가 더해지는 구조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CB를 활용하면 장기간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안정적으로 시설 조성 등 신규사업을 할 수 있다”며 “제주도 개발사업의 경우 일부 사업비는 CB를 통해 조달하고 나머지는 분양수익으로 충당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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