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아난티는 이달 28일 정기주총에서 제1호 의안으로 정관 변경의 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박장호 등 286인이 주주제안을 통해 제안한 안건이다. 박장호씨는 소액주주연대 대표로 파악된다.

이번 안건은 이사회 결의에 의해 자사주를 소각할 수 있는 기존 정관을 '이사회 결의 없이도 주주총회 결의가 있으면 자기주식을 소각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변경하는 것이 골자다. 제안자 측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주총 권한에 자기주식 소각 결정 권한도 포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회사 전반의 업무집행에 관한 최고의 의사결정기구다. 회사 경영에 관한 모든 사항을 주주총회에서 일일히 처리할 수 없으므로 평상시 이러한 권한을 이사회의 경영진에 위임하게 된다. 

이 때문에 이사회 결의가 없어도 주총 결의만으로 자사주 소각을 할 수 있게 하자는 제안에 이목이 집중된다. 과점 주주들이 연합해 경영진 의사와는 상관없이 자사주 소각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어서다. 자사주 소각은 대표적인 주주환원책 가운데 하나다. 

주주총회 소집 권한은 기본적으로 이사회 권한이다. 다만 지분 3%를 가진 주주들이 모여 이사회 결의 없이 주총 소집과 주주제안 안건을 청구할 수 있다. 이사회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주총을 소집할 수 있다. 

아난티 최대주주는 지분 11.47%에 소유한 중앙디앤엘이다. 중앙디앤엘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은 30.03%에 그친다. 반면 소액주주 지분은 62.96%에 달한다. 소액주주 지분이 최대주주 측 2배에 달하는 셈이다.

문제는 '집결력'이다. 일각에선 향후 주총에서 자사주 소각 건이 의결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소액주주 힘만으로는 주총 의결 요건을 충족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통상 주총 결의는 상법 또는 정관에 다른 정함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회사가 발행한 주식 총수의 1/4이상 출석, 출석 주주의 과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이를 아난티에 단순 대입(발행주식 총수 9062만9478주)해보면 안건 의결을 위해 최소 1132만8685주가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의결 정족수를 모으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아난티 지분 5% 이상 가진 과점 주주도 현재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안건 제출은 가능하지만 안건 통과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일반 국내 상장회사 소액주주들이 그정도 수준까지 연합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아난티는 지난해 최대 경영실적을 기록하며 자사주 200만주 매입과 소각 계획(129억원 규모)을 밝혔다. 이달 28일 주총에서 해당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아난티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8973억원, 영업이익 2670억원, 당기순이익 210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각각 175.8%, 131.8%, 519.7%씩 급증한 최대 실적이다. 지난해 7월 휴양 콘도리조트 '빌라쥬 드 아난티'가 개장함에 따라 회원권 분양 실적이 매출에 잡히면서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