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9440억원을 이혼 재산분할금으로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이를 위한 현금 마련 방식에 쏠리고 있다. 우선적으로 재상고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이와 별개로 현금 확보 방안을 어떤 식으로 구체화할지도 고민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이날 파기환송실 판결에 대해 재상고 여부를 검토해 조만간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최 회장 법률대리인은 "약 20년에 가까운 혼인 해소 과정에서 지난해 대법원 판결로 이혼이 확정됐다"며 "판결에 대한 구체적 입장은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뒤 말씀드릴 것"이라 밝혔다.
관련 업계에서는 최 회장 측이 재상고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우선적으로는 판결 확정 시점을 연기해 지급할 현금을 마련할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점에서다. 법리적으로는 분할대상 재산으로 인정된 SK㈜ 보유 주식에 대해 이전처럼 선대로부터 승계 받은 특유재산임을 재차 주장할 여지도 있다.
재상고 여부를 떠나 최 회장이 현금을 마련할 방안으로는 먼저 보유지분 매각이 거론된다. 배당이나 기보유 중인 현금성 자산만으로는 사실상 9440억원을 조달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최 회장의 SK 보유 지분율은 17.90%(1297만5472주) 이날 종가 63만원을 대입하면 전체 가치는 약 8조1745억원이다. 16만원이었던 2심 변론종결일 대비 약 6조985억원이 늘어난 수준이다.
지분매각을 통해 9440억원을 모두 지급하려면 약 150만주 가량을 처분해야 한다. 매각시 최 회장의 SK 지분율은 15.8~9% 수준으로 낮아지는데 해당 수준으로는 경영 안정성을 유지하는데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그럼에도 SK 지분 매각은 우선순위가 되긴 힘들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 2003년 외국계 자산운용사 소버린이 SK 지분을 대량 매입하며 벌였던 경영권 분쟁 사태가 재발할 여지를 키운다는 우려에서다. 매각시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버행(잠재적 물량부담) 이슈 역시 SK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분 매각을 택하더라도 최후의 방안으로 두고, 매각 규모 역시 일부 매각으로 자금을 보완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해당 지분을 우호적 FI(재무적투자자)에게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넘겨 현금과 지배력을 동시에 확보하는 방안도 있다.
보유 주식을 담보로한 주식담보대출도 가능한 방안으로 지목된다. 이 경우 이자부담이 변수다. SK 공시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이미 보유 주식의 약 21%인 272만8955주를 담보로 대출을 받은 상태다. 주식담보대출로 9440억원을 맞출 경우 금리를 6%로 가정시 연간 약 570억원 수준의 연이자가 발생해 최 회장 개인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상장사인 SK실트론 매각을 통한 자금 마련이 현재로서는 가장 안정성 높은 방안으로 꼽힌다. 최 회장은 2017년 LG로부터 실트론 인수 당시 참여해 29.4%의 지분을 들고 있다. SK는 지난해 12월 두산을 SK실트론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매각 대상 지분은 약 70%로 이중 최 회장 소유분은 특수목적법인(SPC) '키스아이비제십육차'를 통해 총수익스와프(TRS) 형태로 보유 중인 19.4%다. 매각시 최 회장의 몫은 약 7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번 판결이 두산과의 협상 테이블에 영향을 미칠 경우 금액은 다소 하향 조정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업계에서는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우선 실트론 매각을 통해 자금 마련 후 나머지 부족분을 주식담보대출 및 지분 매각을 병행해 확충하는 방식을 제기한다. 배당 및 기존 현금성 자산을 동원할 경우 주식담보대출 및 지분 매각은 최소화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분할액이 2심 수준과 차이가 없어보이지만 최 회장 입장에서는 부담이 대폭 줄었다"며 "보유 SK 지분 매각은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최후의 카드로 쓰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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