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엘앤에프가 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에 뛰어들면서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극재 양산에 돌입하는 상황에서 유럽연합(EU)의 핵심원자재법(CRMA)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폐배터리 전·후처리 관련 풀 밸류체인을 완성시키려는 계획이다. 다만 폐배터리를 국내에 들여오는 과정에서 제약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수급처에 1차적인 파분쇄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엘앤에프는 이달 21일 씨아이에스(CIS)케미칼과 삼원계(NCM)·LFP 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을 위한 전략적 협력을 맺었다. 이번 협력을 통해 양사는 ▲NCM 고순도 Clean-MHP 개발 ▲LFP 리사이클링 사업화 ▲LFP 재소재화 기술 연구개발 ▲국책과제 수행 등에서 협력하며 글로벌 리사이클링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행보는 EU의 CRMA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EU는 2031년부터 유럽 내 배터리 원재료 재활용 비율을 의무화(코발트 16%, 리튬 6%, 니켈 6% 등)하며 해당 비율은 2036년 추가적으로 상향될 예정이다. 엘앤에프는 올해 하반기부터 자회사 엘앤에프플러스를 통해 연산 3만톤(t) 규모의 LFP배터리 양극재 상업생산에 나서는 상황에 배터리사들은 폐배터리를 재활용하기 위한 폐쇄 루프를 구축해야 한다.
이에 엘앤에프는 CIS케미칼을 통해 NCM·LFP 재생원료 공급망을 내재화한다는 목표다. LFP 양극재의 경우 NCM과 달리 니켈, 코발트 등 고가 금속이 없고 리튬 함량이 4%에 불과해 리튬을 온전히 회수하는 것이 사업성을 좌우한다. 이때 CIS케미칼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LFP 후처리 상업화에 성공한 기업이다. 독자적인 습식제련 기술을 바탕으로 98% 수준의 탄산리튬 회수율을 보인다.
나아가 엘앤에프는 자회사 제이에이치(JH)화학공업을 통해 배터리 전·후처리 풀 밸류체인을 완성시킨다는 방침이다. 이 회사는 폐배터리를 방전·파쇄해 리사이클링 사업에 쓰이는 원재료인 블랙매스를 제조하는 업체다. 특히 폐배터리의 습식 제련으로 추출한 니켈과 코발트를 바탕으로 전구체까지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췄다. 이에 엘앤에프도 지난해 3분기 제이에이치(JH)화학공업 지분을 91.29%까지 확대하기도 했다.
다만 폐배터리 수급 과정에서는 아직까지 제약이 따른다. 폐배터리의 경우 바젤협약과 OCED 규정에 따라 재활용 시설로 보내기 전 허가가 필요하며 국내 폐기물국가간이동법 상에서도 환경부로부터 수출입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폐배터리와 블랙메스를 폐기물이 아닌 전략 자원으로 인식하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실제 EU에서는 CRMA 규제로 역내에서 발생한 폐배터리와 블랙메스를 역외로 유출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결국 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의 연착륙을 위해선 북미·EU 등 폐배터리 수급처에 1차적인 파분쇄 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침 JH화학공업은 2027년 이후 폐배터리 사업을 안정화한 이후 해외진출을 고려하고 있으며 CIS케미칼도 광주·광양공장 외에 해외거점이 없는 상태다.
업계에서는 리사이클링 사업이 본격화되면 JH화학공업과 CIS케미칼이 동반 해외진출을 검토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EU CRMA을 모두 충족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다.
시장 관계자는 “배터리 주요 수요처인 유럽과 미국에서 폐배터리 재활용이 강제되고 있는 만큼 이번 엘앤에프의 행보는 어느정도 예견됐던 일”이라며 “다만 폐배터리와 블랙메스의 안정적인 수급과 사업 안정화를 위해서는 현지에서 발생하는 스크랩과 폐배터리를 곧 바로 리사이클링 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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