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부터 국내 증시의 상장 유지 문턱이 한층 높아졌다. 코스피는 시가총액 300억원, 코스닥은 200억원 미만 기업에 대한 상장폐지 기준이 적용되고, 동전주 퇴출 요건 강화 등 증시 체질 개선을 위한 제도 개편도 본격 시행된다. 상장사들은 기업가치 제고와 사업 재편, 투자 유치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딜사이트는 강화된 상장 유지 기준 시행에 맞춰 상장사들이 내놓은 생존 전략과 그 실효성을 집중 점검한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코스피 상장사 ‘참엔지니어링’이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에 맞서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며 마지막 법적 대응에 나섰다. 상장폐지 자체가 계열 참저축은행의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상장사 지위를 잃어 외부 자본 조달 여건이 악화되고 재무구조가 다시 흔들릴 경우 참저축은행 대주주로서 충족해야 할 재무 요건이 중장기 부담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 15일 유가증권시장 상장공시위원회를 열고 참엔지니어링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앞서 거래소는 참엔지니어링이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지난 3월18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후 기업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6월1일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참엔지니어링은 이에 불복해 6월23일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상장공시위원회는 회사가 제출한 개선계획과 기업의 계속성, 경영 투명성, 투자자 보호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으나 상장폐지 기준에 해당한다고 재차 판단했다.
참엔지니어링은 거래소의 최종 판단에도 법적 대응을 이어갔다. 상장공시위원회 결정 다음 날인 16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상장폐지 결정 등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채무자는 한국거래소다. 본안소송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상장폐지 결정의 효력을 정지하고 정리매매 절차도 진행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취지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 상장폐지와 정리매매 절차는 본안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중단될 수 있다.
시장에서는 법적 다툼과 별개로 상장폐지가 최종 확정된 이후 참엔지니어링의 자금조달 여력이 얼마나 유지될지에 주목하고 있다. 참엔지니어링은 참저축은행 지분 95.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저축은행 대주는 관련 법령에 따라 정기적으로 적격성 유지 요건을 충족해야 하며, 재무건전성 기준 가운데 하나로 부채비율 300% 이하 요건이 적용된다.
현재 참엔지니어링의 부채비율만 보면 당장 해당 기준을 위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개별 재무제표 기준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43.8%에서 올해 1분기 말 77.1%로 크게 낮아졌다. 부채비율 300% 기준과도 상당한 거리가 있다. 상장폐지 결정만으로 참저축은행의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현실화된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관건은 최근의 재무구조 개선이 자체 영업을 통해 창출한 이익보다 외부 자본 확충에 크게 의존했다는 점이다. 참엔지니어링은 올해 들어 유상증자와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자본을 보강했다.
우선 지난 1월27일 최대주주인 에이치비홀딩스그룹을 대상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신주 발행 규모는 491만1591주, 발행가격은 주당 1018원이다. 이 증자로 에이치비홀딩스그룹의 참엔지니어링 지분율은 30.64%에서 46.20%로 상승했다.
이어 3월27일에는 100억원 규모의 제12회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했다. 표면이자율은 연 7.0%다. 해당 증권은 만기 연장이 가능하고 회사가 이자 지급을 유예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춰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됐다. 부채를 추가로 늘리지 않으면서 자본총계를 확충해 부채비율을 낮추는 효과를 낸 셈이다.
신종자본증권 발행일은 참저축은행이 100억3800만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 대금을 납입받은 날과 일치한다. 자금 조달과 투입 시점이 같고 금액도 약 100억원으로 비슷하다는 점에서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확보한 자금이 참저축은행 증자 재원으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참엔지니어링은 해당 증자에 참여하면서 참저축은행 지분율을 95.6%까지 높였다. 결과적으로 외부에서 조달한 자본성 자금이 모회사인 참엔지니어링의 재무지표를 개선하는 동시에 자회사인 참저축은행의 자본 확충을 뒷받침한 구조로 해석된다.
외부 자본 확충을 지원한 최대주주의 재무 여력이 이전보다 약화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에이치비홀딩스그룹은 2024년 58억9950만원, 2025년 58억686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적자를 냈다.
자본총계는 2023년 말 2089억원에서 2025년 말 1967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현금및예치금도 140억원대에서 38억원대로 줄었다. 반면 차입부채는 812억원에서 1245억원으로 432억원 넘게 늘었다. 현금성 자산이 감소하는 동안 차입을 확대해 종속기업과 관계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에이치비홀딩스그룹의 자본총계가 190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당장 추가 지원 능력이 소진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적자와 현금 감소, 차입 증가가 동시에 나타난 상황은 향후 계열사 지원을 지속하는 데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참엔지니어링의 부채비율 개선 역시 자체 영업 성과보다는 최대주주 대상 유상증자와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 외부 자본 수혈의 영향이 컸다. 최근 개선된 재무지표가 안정적인 이익 창출을 바탕으로 형성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상장폐지가 위협적인 이유도 이 지점에 있다. 비상장사가 되더라도 제3자배정 유상증자나 신종자본증권 발행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장 유동성과 기업 신뢰도가 떨어지면 신규 투자자를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자본성 자금의 조달 비용과 조건도 불리해질 가능성이 크다. 상장사 지위를 활용한 외부 자본 유치가 지금보다 제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후 영업손실이나 자회사 지원 부담이 누적되는 가운데 추가 자본 확충까지 어려워지면 현재 77.1%까지 낮아진 부채비율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참엔지니어링의 재무구조 악화가 참저축은행 대주주 적격성 유지 심사에서 잠재적인 부담 요인으로 부상할 수 있다.
결국 상장폐지가 참저축은행의 대주주 적격성 문제를 직접 촉발하는 구조는 아니다. 상장폐지에 따른 자금조달 여건 악화와 최대주주의 지원 여력 저하, 참엔지니어링의 재무구조 재악화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경우 관련 리스크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 시장의 시각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장폐지가 확정되면 상장사로서 누려온 자본시장 접근성이 약화돼 향후 자본 보강이 이전보다 어려워질 수 있다”며 “현재 부채비율은 적격성 기준을 크게 밑돌고 있지만 최대주주의 자금 지원 여력까지 줄어드는 상황에서 재무구조가 다시 악화되면 참저축은행 대주주 적격성 유지에도 부담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참엔지니어링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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