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지혜 기자] 1998년 매입해 28년을 살아온 터전이었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거쳐 두 번의 대선을 치르는 동안 줄곧 보금자리가 됐을 것이다. 생애 반환점을 함께한 집을 정리하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결단은 그 자체로 주택시장 안정화를 향한 배수진이자 솔선수범의 선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올해 2월 실거주 1주택자로서 보유했던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았고, 이달 14일 손바뀜을 마쳤다.
그러나 대통령의 아파트 매매가 이뤄진 과정은 명분보다 시장의 현주소를 먼저 드러냈다. 이번 거래는 근저당권 설정을 통해 사실상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대출을 제공하는 형태로 성사됐다. 이른바 '셀러파이낸싱(매도자 자금조달)'이다. 이 대통령의 자택은 29억원에 매도됐는데, 17억7000만원에 근저당권이 설정됐다.
대통령실은 근저당권 설정을 단순한 "매수인의 사정"으로 치부했으나 이는 오히려 규제가 빚어낸 구조적 사정에 가깝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고강도 주택시장 규제를 이어왔다. 핵심 수단은 단연 대출규제였다. 수도권 고가주택을 겨냥한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주택 마련에 필요한 현금 비중이 대폭 늘어났다. 서민금융인 신용대출 규제까지 동원돼 시장 전반의 유동성이 급격히 위축됐다.
상한선(LTV 50%)에 걸린 주담대 한도 탓에 수도권에서 29억원 상당의 주택을 매수하려면 15억원 이상의 순수 현금이 필요하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을 고려하면 셈법은 복잡해진다. 여기에 취득세 등 제반 비용을 더하면 현금 부담은 더욱 불어난다. "시세보다 저렴하게 내놓았다"는 대통령실의 설명에도 반년 가까이 매물이 소화되지 못한 배경에는 이같은 유동성 경색이 자리하고 있다.
규제의 문턱이 높아지면서 최근 부동산 시장에선 거래 절벽이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고점을 경험한 매도인들은 호가를 낮추지 않는 반면, 내 집 마련을 노리는 수요자들은 대출 규제 탓에 현금 동원 여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수급의 균형이 깨지면서 시장이 얼어붙은 것이다.
이 막힘목을 뚫기 위해 등장한 기법이 셀러파이낸싱이다. 금융권에 적용되는 대출규제를 우회하기 위한 금융 계약으로, 통상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법정이율(연 4.6%) 안팎의 이자를 지급한다. 이번 거래에서 매수인이 짊어진 근저당권 비율은 LTV 기준 약 61%로, 당국의 규제선(50%)을 웃돈다. 대통령실은 취득 이자율에 대해 "확인이 어렵다"며 입을 닫았다.
이 대통령의 자택 거래는 현재 시장 상황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25억~30억원 수준의 시세 속 29억원이라는 매도 호가, 거래 성사에 소요된 시간, 그리고 셀러파이낸싱이라는 거래 방식까지 어느 하나 지금의 시장 흐름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
셀러파이낸싱 거래는 명백히 법적 테두리 안에 있다. 다만 주택시장 정책의 설계자가 정작 본인이 설정한 규제를 정면으로 돌파하지 못한 채 우회로를 택했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롭기 어렵다. 정책적 신뢰와 설득력을 높이려 결정한 자택 매도가 도리어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부호를 붙이는 역설을 낳은 셈이다.
이번 거래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정상적인 시장 거래마저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음을 국가 수반이 직접 입증한 사례가 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시장의 당사자로서 몸소 체감한 자택 매각이 정책의 외연과 실효성을 냉정히 재검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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