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재민 기자] 정부가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마련한 토론회에서 정비사업 현장은 "이주비 대출을 막아놓고 공급 확대를 추진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대출 규제와 사업성 관련 제도 개선을 한목소리로 요구했다. 이주비 대출 규제로 조합원의 이주가 지연되면 철거와 착공도 순차적으로 늦어지는 만큼 이주비를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구분해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14일 국토교통부가 개최한 '주택공급 확대방안 경청 토론회'에서 민간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방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패널과 건설업자·조합장 등으로 구성된 일반참석자들은 공사비 상승과 과도한 공공기여, 이주비 대출 제한, 반복되는 조합 내 소송 등이 정비사업 속도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박사는 "정비사업 조합원들은 기존 자금조달 계획에 맞춰 이주를 준비했지만 대출 규제가 바뀌면서 계획했던 만큼 이주비를 확보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주비와 일반분양 자금은 사업비 성격이 강한 만큼 일반 주택담보대출과는 구분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공공 재개발·재건축에는 허용되지만 민간 사업에는 적용되지 않는 제도가 많다"며 "민간 정비사업에도 법정 상한까지 용적률을 높여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재개발 임대주택 의무비율에 대해서도 "개발이익 환수는 필요하지만 사업 자체를 어렵게 하는 수준이 돼서는 안 된다"며 지역과 사업장 여건에 맞춘 차등 적용을 제안했다.
사업성이 악화되면서 실제 착공으로 이어지는 사업장이 많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서울 주택의 49.8%가 노후주택이며 노원·강북 등 일부 외곽 지역은 그 비중이 64~68%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울에서 정비사업을 추진 중인 2249개 단지 가운데 실제 시공 단계에 들어간 단지는 약 7%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반포22차의 3.3㎡당 공사비가 2017년 569만원에서 사업이 마무리된 2023년 1300만원 수준으로 두 배 이상 상승한 사례를 언급하며 공사비 급등이 사업성을 크게 훼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역별 여건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획일적인 소셜믹스와 기부채납 기준도 사업 지연 요인"이라며 "표준계약서를 정비하고 자재 수급 협의체를 가동해 공사비 변동성을 관리하는 한편 공공기여 방식도 지역별 특성에 맞게 유연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임대주택을 늘릴수록 오히려 조합의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오현석 가리봉1구역 조합장은 용적률 상향으로 늘어난 면적의 절반을 임대주택으로 공급할 경우 전용면적 34평형 기준 공공 매입가격은 약 1억5000만~2억원인 반면 토지비와 건축비를 합한 원가는 약 8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오 조합장은 “구로구처럼 일반분양가를 높이기 어려운 지역에서는 용적률을 올려줘도 임대주택 비율이 높으면 조합이 손해를 볼 수 있다”며 “자치구와 사업장 여건에 맞춰 임대주택 비율을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비 대출을 취급하는 금융기관을 찾기 어렵다는 현장의 하소연도 이어졌다. 김명희 신길2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주민대표회의 위원장은 “이주가 끝나야 철거하고 착공할 수 있지만 전세금과 세입자 보증금을 마련할 이주비 대출을 해주겠다는 금융기관이 없다”며 “이주비는 투기성 대출이 아니라 기존 자산을 담보로 받는 생계형 자금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서울시는 이주비 대출 규제와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완화를 정부에 건의했다. 이정식 서울시 공동주택과장은 강남 3구와 용산을 제외한 지역에 대해서는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을 유예하고, 민간 정비사업에도 공공사업과 유사한 용적률 특례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75%인 재개발 조합설립 동의율을 재건축과 동일한 70%로 낮추는 방안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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