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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금융 몰두한 박상진 산은 총재님
김규희 차장
2026-07-15 08:25:00
李대통령 신뢰 및 한은급 위상에 내부서 총재 호칭…펀드 성과와 기업금융 리더십 중요
이 기사는 2026-07-14 09:15:43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규희 차장] 국책은행인 한국산업은행 안팎에서 최근 흥미로운 호칭이 들려온다. 산업은행 임직원들이 박상진 회장을 두고 '총재'라 부르는 현상이다.


산업은행은 지난 2008년 권위주의 탈피를 취지로 54년간 유지해온 총재 직함을 폐지했다. 관료적 색채를 지우겠다는 선언이었다. 하지만 최근 최고경영진이 대형 정책금융을 진두지휘하는 과정에서 과거 총재 시절의 위상이 재현되는 모습이다.


중앙은행인 한국은행 총재가 법적으로 장관급 대우를 받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호칭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선다. 최근 산업은행 안팎에서 확인되는 자신감은 스스로를 한국은행과 대등한 위치에 놓는 수준에 이르렀다. 법적 직함은 회장이지만 경제 정책을 집행하는 보폭은 장관급 총재의 위상에 가깝다는 평가가 자본시장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다.


산업은행이 중앙은행과 견줄 만한 위상으로 부각된 배경에는 박 회장의 탄탄한 정치적 입지가 자리 잡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재명 대통령과 각별한 사이로 알려진 박 회장의 무게감이 기관의 위상 확대로 직결됐다고 분석한다.


대표적 일화가 지난해 말 정부 부처 업무보고 자리다. 당시 이 대통령은 다른 정책기관들의 실책을 강하게 질타했으나 산업은행 순서에서는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오히려 두터운 격려를 보낸 데다 업무보고 직후 박 회장과 단독 차담을 나누기도 했다. 통치권자의 확고한 신뢰를 보여준 이 장면은 정치권과 관가 그리고 금융권에 산업은행의 격상된 위상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박 회장의 행보는 국가적 대형 프로젝트에서 강력한 추진력으로 증명되고 있다. 정부 핵심 과제인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 조성을 주도하는 과정이 대표적이다. 지난 3월 출범한 정책금융기관 협의회 역시 그의 무게감을 보여준 장면으로 꼽힌다. 관행대로라면 기관 간 주도권 다툼으로 수개월이 걸렸을 사안이다. 그러나 박 회장은 사전 조율 과정을 건너뛰고 6개 정책금융기관장과 직접 소통하며 단숨에 협의회를 가동했다. 관계 기관들과 직접 소통하며 정책 집행의 효율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거시적인 정책 무대에서 총재급 존재감을 발휘하는 동안 역설적으로 산업은행 본연의 기둥인 기업금융 등 현장에는 업무 정체가 일어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고경영진의 시선이 대형 정책펀드 조성에 집중되면서 일선 현장의 실무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모양새다. 특히 현장에서 기업들을 만나 신용을 심사하고 적시에 자금을 공급해야 하는 기업금융, 자본시장, 글로벌사업 등의 업무들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우려가 깊다. 대형 국책 과제에 역량이 쏠리면서 실무 부서의 결재 지연과 업무 적체가 쌓이고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규모 정책펀드를 출범시키고 공적 금융의 틀을 짜는 것은 국책은행 수장의 엄중한 책무다. 박 회장은 특유의 리더십으로 정권의 거시적 과제를잘 풀어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산업은행의 근간은 결국 개별 기업의 자금난을 해소하고 시장의 미세혈관을 채우는 현장 금융의 안정성에 기반한다. 거시적 정책금융의 성과가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미시적 기업금융의 내실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위상이 격상된 만큼 내부의 업무 흐름을 정비하고 실무진의 목소리를 조율하는 균형 잡힌 리더십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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