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나영 기자] 하락의 진원지는 반도체와 빅테크
오늘 뉴욕 증시는 기술주 중심의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다소 무거운 흐름을 보였습니다. S&P 500 지수는 전날보다 0.51% 하락한 7,533.77, 나스닥 종합지수는 1.47% 하락한 25,881.95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상대적으로 선방했지만 0.20% 하락한 52,552.97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날 하락의 진원지는 시장의 대장주 역할을 하던 반도체와 빅테크였습니다. 우선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기업인 대만의 TSMC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강력한 2분기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오히려 2% 넘게 떨어졌습니다. 바로 설비투자(Capex) 전망치를 대폭 올렸기 때문인데요. TSMC는 올해 설비투자 가이던스를 기존 520억~560억 달러에서 600억~640억 달러로 크게 높여 잡았습니다.
보통 설비투자를 늘린다는 것은 미래 수요(특히 AI 칩)가 탄탄하다는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하지만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당장 들어갈 천문학적인 비용과 그로 인해 발생할 감가상각비 부담이 단기 마진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걱정을 하게 돼요. 특히 최근 해외 공장 건설 비용 부담이 더해지면서 수익성 둔화 우려가 투자 심리를 자극했습니다.
TSMC의 주가 하락은 반도체 생태계 전반으로 번졌습니다. 반도체 종목들을 모아놓은 VanEck Semiconductor ETF(SMH)는 이날 하루에만 약 4% 급락했습니다. 세부 종목을 보면 ARM 홀딩스가 5% 넘게 내렸고,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와 AMD 역시 각각 5% 이상 하락했습니다. 브로드컴도 5% 밀렸으며, 미국 증시에 상장된 SK하이닉스 주가는 무려 13% 넘게 폭락하며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빅테크의 맏형 격인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도 악재를 만났습니다. 알파벳 주가는 이날 4% 넘게 떨어졌는데요. 구글이 야심 차게 준비 중인 가장 강력한 인공지능(AI) 모델, '제미나이 3.5 프로(Gemini 3.5 Pro)'의 출시를 연기했다는 보도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는 투자자들에게 "구글이 AI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게다가 최근 구글 딥마인드의 핵심 인재들이 경쟁사로 이탈하는 등의 내부 진통까지 겹치며 우려를 키웠습니다. 이 여파로 메타 플랫폼스, 엔비디아, 아마존 등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으로 불리는 초대형 기술주들도 줄줄이 하락 마감했습니다.
탄탄하게 받쳐주는 경제 지표와 기업 실적의 온기
기술주들의 조정으로 지수는 내려앉았지만, 미국 경제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결코 비관적인 상황은 아닙니다.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 2분기 어닝 시즌은 사실 매우 훌륭한 스타트를 끊었거든요.
실적을 발표한 S&P 500 기업 40개 중 무려 87% 이상이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내놓았습니다. 특히 실물 경제의 건강 상태를 가장 잘 보여주는 나침반 역할을 하는 대형 은행들이 주 초반에 예상을 깨부수는 강력한 실적을 발표하며 시장의 기초체력이 튼튼함을 증명했습니다.
매디슨 인베스트먼트의 수석 투자 전략가인 패트릭 라이언은 "대기업부터 중소형주까지 전반적인 기업 실적을 놓고 보면, 미 증시는 여전히 매우 강한 시장"이라며 과도한 낙관론 경계를 무색하게 만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남겼습니다.
여기에 오늘 발표된 노동 및 소비 지표도 미국 경제가 여전히 순항 중임을 보여주었습니다. 11일(현지시간) 자로 끝난 한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0만 8,000건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21만 8,000건)보다 훨씬 낮은 수치입니다. 소매 판매는 전달 대비 0.2% 증가하며 시장 예상치에 딱 들어맞았습니다.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예상보다 적다는 건 일자리를 잃는 사람이 적고 고용 시장이 아주 튼튼하다는 증거입니다. 또한, 물가가 오르는 압력 속에서도 소매 판매가 0.2% 늘어나며 예상을 지켰다는 것은 미국인들의 소비 심리가 여전히 꺾이지 않았음을 의미해요. 기업 실적도 좋고 고용과 소비가 든튼하니, 비록 오늘 기술주 위주의 소나기가 내렸을지언정 미국 경제의 밑바탕은 튼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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