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정은 기자] 서울 동대문 관광숙박시설 개발사업이 부실채권(NPL)으로 넘어가 공매까지 진행됐지만, 시행사가 오피스텔 대신 호텔 개발이라는 승부수를 던지면서 회생 기회를 얻었다. 대주단은 담보권 실행을 일단 멈추고 본PF 조달 여부를 지켜보기로 하면서 사업 정상화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일대 관광숙박시설 개발사업 시행사인 더퍼스트광희는 최근 대주단에 사업 정상화 계획을 제시하고 본PF 전환을 위한 시간을 요청했다. 대주단은 시행사가 미납 이자를 납부하는 것을 조건으로 담보권 실행 절차를 잠정 중단했다.
해당 사업지는 서울 중구 광희동1가 72-4 일대에 위치한다. 시행사는 2022년 5월 토지를 매입한 뒤 오피스텔 중심 개발을 추진했지만, 최근 호텔 개발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기로 하고 관련 인허가 절차를 준비 중이다. 이후 이를 바탕으로 본PF를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오피스텔 개발사업은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으며 한 차례 좌초 위기를 맞았다. 시행사는 토지 매입 등을 위해 약 320억원 규모의 브릿지론을 조달했지만 금융비용 부담과 사업 지연이 겹치면서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었다. 선순위 대주단인 새마을금고 17곳은 약 280억원을 대출했지만, 결국 지난해 3월 사업 부지가 압류됐다. 그리고 새마을금고의 요청에 따라 담보권 실행을 위한 공매 절차가 실행됐다.
공매는 지난 4월부터 진행됐다. 1차 공매는 감정가(517억원)의 120%인 621억원에서 시작했지만 응찰자가 없었다. 이후 2차 565억원(109%), 3차 514억원(99%), 4차 468억원(90%), 5차 426억원(82%)까지 최저입찰가를 낮췄지만 모두 유찰됐다.
그러나 시행사는 공매를 통한 자산 처분 대신 호텔 개발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동대문 일대의 관광 수요 확대와 숙박시설 부족 등을 고려할 때 오피스텔보다 사업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동대문은 패션·쇼핑 중심 상권으로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꾸준한 데다 관광·상업 기능이 강화되면서 숙박 수요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여기에 서울시도 동대문 일대를 주거·관광·상업 기능이 어우러진 도심 복합공간으로 재편하는 정비 방향을 제시하고 있어 호텔 개발에 우호적인 여건이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다.
시행사가 호텔 개발을 통한 사업 정상화 계획과 본PF 조달 방안이 제시하자 대주단의 기류도 달라졌다. 당장 담보를 처분하기보다 사업을 정상화해 채권을 회수하는 편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매를 계속 진행하더라도 시장 상황상 기대 가격에 매각하기 쉽지 않은 데다, 호텔 개발로 사업성이 개선될 경우 채권 회수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어서다.
다만 이번 결정은 사업 정상화를 전제로 한 '조건부 유예' 성격이 강하다. 시행사가 계획대로 본PF를 조달하지 못하거나 사업 추진에 추가 진척을 보이지 않을 경우 담보권 실행 등 채권 회수 절차가 재개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선순위 대주단인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시행사가 오피스텔 개발 계획을 호텔로 변경하고 본PF를 조달할 수 있도록 시간을 요청했다"며 "미납 이자 납부를 조건으로 공매를 취하한 뒤 사업 추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본PF 조달이 무산되거나 사업이 추가로 지연돼 채권 회수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담보권 실행 등 필요한 권리 행사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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