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서울 남산 자락의 랜드마크였던 밀레니엄 서울힐튼이 복합개발사업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한국 현대건축의 상징으로 꼽히는 김종성 건축가의 대표 공간인 아트리움이 보존된다. 역사적 가치가 높은 건축 요소를 남기는 대신 기존 구조물을 훼손없이 보존해야 하는 사업이다. 그만큼 철거와 신축 난도가 높아져 사업비와 공사기간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투자은행(IB) 및 건설업계에 따르면 주요 대주단은 서울시 등과 협의를 거쳐 서울힐튼의 핵심 공간인 아트리움과 분수대 등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건물 전체를 철거하는 대신 건축적 상징성이 큰 일부 공간을 유지·활용하는 방식이다.
사업시행자는 와이디427PFV로, 이지스자산운용이 최대주주를 맡고 있다. 이지스는 서울힐튼을 재개발하는 '이오타 서울'의 호텔 운영 우선협상대상자로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최고급 브랜드인 '리츠칼튼(The Ritz-Carlton)'을 선정한 상태다.
서울힐튼은 한국 현대건축을 대표하는 건축물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다. 1983년 준공된 이 건물은 한국 건축 1세대인 김종성 건축가가 설계했다. 그는 세계적인 근대건축 거장 루트비히 미스 반데어로에의 유일한 한국인 제자로 알려져 있다.
김종성 건축가는 미국 일리노이공과대학(IIT)에서 건축학을 공부한 뒤 미스 반데어로에의 건축연구소에서 실무를 수행했고, 서울힐튼 설계를 계기로 귀국했다. 이후 서울역사박물관, 아트선재센터, SK서린빌딩, 우양미술관 등을 설계하며 한국 현대건축을 대표하는 건축가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서울힐튼은 경사진 대지를 활용한 약 18m 높이의 대형 아트리움으로 유명하다. 당시 국내에서는 흔치 않았던 알루미늄 커튼월 공법과 트래버틴, 브론즈 등을 적용해 한국 현대건축사의 대표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건축가협회 등 건축계 역시 서울스퀘어와 함께 보존 가치가 높은 현대건축물로 서울힐튼을 꾸준히 언급해 왔다.
이처럼 기존 건축물을 보존하는 개발 방식은 역사성과 상징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기존 구조물을 훼손하지 않은 채 철거와 신축을 병행해야 해 일반적인 재개발사업보다 시공 난도가 크게 높아진다. 보존을 위한 추가 공정이 필요한 만큼 공사기간이 길어지고 사업비 증가도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현대건설도 보존 방침에 맞춰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PFV와의 계약상 김종성 건축가의 작품은 보존하기로 돼 있다"며 "향후 재시공이 가능하도록 철거해 별도로 보관하는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건설은 지난 2월 와이디427PFV로부터 밀레니엄 힐튼 호텔 부지 개발사업 및 철거공사를 수주했다. 계약 기간은 지난 5월 9일부터 2032년 4월 8일까지이며 계약금액은 약 1조1878억원이다.
와이디427PFV는 내년에 약 4조5000억원 규모의 2차 PF 조달을 추진할 예정이다. 향후 개발 공정에 맞춰 추가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만큼 사업성과 공사 일정 관리가 PF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평가다.
IB업계 관계자는 "서울힐튼 개발사업은 공사비 증가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향후 2차 PF 조달까지 예정된 만큼 공정 관리와 사업성 확보가 프로젝트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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