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임초롱 기자] 금융위원회가 국민성장펀드의 향후 5년간 누적 공급 규모를 200조원으로 늘리고, 국가전략기술 투자에 특화된 전문 운용사인 ‘한국전략기술파트너스(KSTP)’ 설립을 추진한다. 첨단기술 경쟁이 국가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상황에서 정책금융과 민간자금을 결집해 장기간 대규모 자본을 공급하는 투자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 재정과 연구개발(R&D) 지원에 머물렀던 기존 정책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기술의 사업화와 상용화 단계까지 금융이 뒷받침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금융위원회는 15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국민성장펀드의 연간 자금 공급 규모를 현재 30조원에서 40조원으로 확대하고, 향후 5년간 누적 200조원을 공급하는 성장투자 플랫폼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지원 대상도 기존 12대 첨단산업에서 우주항공 등 미래 전략산업까지 넓힌다. 직접 지분투자 규모 역시 연간 3조원에서 5조원 이상으로 늘려 기술 경쟁력이 높은 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번 업무보고에서 주목되는 대목은 KSTP 신설이다. 금융위는 산업은행과 한국성장금융을 중심으로 한 정책금융기관과 민간 금융회사가 공동 출자하는 별도 전문 운용사를 세우고, 이를 통해 향후 5년간 최대 10조원의 전략기술 투자 재원을 조성할 방침이다. 5대 금융지주와 종합금융투자사업자 등의 참여도 검토하고 있다. KSTP는 국민성장펀드 등 정책자금과 민간자금을 활용해 미래 원천기술과 주력산업 핵심기술에 장기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투자 대상은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하나는 양자컴퓨팅, 차세대 AI 반도체, 바이오 디지털트윈 등 미래 산업의 판도를 바꿀 원천기술이다. 다른 하나는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핵심기술의 국산화와 상용화다. 금융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선정한 국가전략기술과 국내 주력산업의 핵심기술을 중심으로 장기 투자를 추진해 기술 경쟁력을 국가 전략자산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KSTP의 핵심적인 차별점은 장기 투자에 특화된 운용 구조다. 첨단기술은 연구개발부터 사업화까지 10년 이상이 걸리는 경우가 많지만, 일반 벤처펀드는 존속 기간과 투자금 회수 부담 때문에 장기간 자금을 묶어두기 쉽지 않았다. 금융위는 KSTP를 통해 단기 수익이나 조기 회수보다 기술의 상용화와 산업 경쟁력 확보에 초점을 맞춘 ‘인내자본’을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지난 14일 백브리핑에서 “기술이 상업화되고 산업 경쟁력으로 연결되기까지는 10년, 20년이 걸릴 수도 있다”며 “장기간 인내자본으로서 역할을 하는 전문 운용사를 만들겠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성장펀드의 운용·관리 체계도 함께 손질한다. 운용 규모 확대에 맞춰 별도의 리스크관리위원회와 사후관리위원회를 신설해 투자 전 심사와 투자 이후 관리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투자 규모 확대에 따른 위험 요인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투자 성과 점검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단순히 자금 공급 규모만 키우는 데 그치지 않고 투자 의사결정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여 정책자금 운용의 신뢰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KSTP는 별도로 조성되는 8800억원 규모의 초장기 기술투자펀드와도 향후 연계될 수 있다. 금융위는 초장기 기술투자펀드를 올해 먼저 조성한 뒤 KSTP가 출범하면 KSTP가 해당 펀드의 운용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연내 법인 설립 절차를 마무리하고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투자에 나선다는 목표다.
금융위는 이를 통해 단기 회수 중심의 기존 벤처투자 구조를 보완하고, 국가전략기술의 사업화·상용화 단계까지 자금을 공급하는 장기 투자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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