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변한석 기자] 한국 기업이 글로벌 AI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업의 초과이익 재분배보다는 천문학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국가의 막대한 AI 산업 투자 흐름 속에서 눈앞의 분배보다는 글로벌 경쟁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황용연 한국경청 이사는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AI 기술혁신에 발맞춘 새로운 사회 혁신의 길 토론회’에서 “오늘의 토론은 마치 지금 한국의 AI 기술 혁신이 마치 완성된 것처럼 논의가 흘러가고 있다”며 “하지만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마어마한 투자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경영계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감당해야 할 연구개발(R&D)나 자체 설비 투자 재원을 위해서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초과 이익이라는 명목으로 기업의 발을 묶어버리면 장기적인 투자 여력이 위축된다는 해석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본부장 역시 “AI 시대에 노동시장 양극화는 해소되야 한다”며 “하지만 기업의 초과이윤을 분배해 양극화를 해소하는 ‘사회연대임금’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글로벌 경쟁에서 미국과 중국의 대규모 투자도 고려해야 한다. 중국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CXMT)는 2020년 이전 세계 시장 점유율이 1% 안팎이었지만 2026년 1분기 기준 8%까지 성장했다. 미국의 마이크론 역시 꾸준히 대규모 설비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 기업이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역시 꾸준한 투자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국의 기술 경쟁력이 2030년 한국을 추월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가운데 천문학적인 이익을 재투자가 아닌 분배에 치중할 경우 중국의 추격을 버틸 수 없다는 산업 현장의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경영성과급의 강제 분배 요구 자체가 상법적 근간과 주주 자본주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설명한다. 기업의 막대한 이익의 배당과 처분은 주주총회의 고유 권한이자 결의 사항이라는 뜻이다. 또한 대법원 판례상으로도 성과급은 경영 판단의 영역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AI 발전으로 사회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며 이를 AI를 먹거리로 삼는 반도체 기업들의 성과급 분배로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존재한다.
윤홍식 인하대학교 교수에 따르면 한 청년의 미취업 상태가 1년 이상 이어지면 초기 임금이 6.7% 영구적으로 감소한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기업을 취업하게 된다면 대기업보다 60~70% 낮은 임금을 받게 되며 복리후생과 성과급도 차이가 생긴다. 따라서 청년층의 장기 미취업은 ‘자발적 대기 현상’으로 해석한다. 합리적으로 미래의 높은 임금을 선택한다는 풀이다.
윤 교수는 이러한 임금 격차의 근본적 원인은 생산성과 혁신 역량의 격차라고 설명한다. 윤 교수는 “AI 시대에는 AI 활용 여부에 따라 역량 격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단순히 임금 재분배를 주장하기보단 혁신 역량의 확산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계는 청년 고용과 사회 양극화를 초대기업의 천문학적인 이윤으로 해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기업의 초과 이윤율이 70%을 넘어가는 상황에서 사회연대기금 등을 조성해 중소기업 청년 노동자의 임금을 보전하거나 청년 자산 형성 프로그램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풀이다.
또한 윤 교수는 스웨덴의 사회연대임금을 사례로 들었다. 스웨덴의 사회연대임금은 기업 규모나 이익률에 상관없이 동일 업종이면 동일임금을 강제적으로 적용한다. 다만 윤 교수는 사회연대임금을 단순히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윤 교수는 “한국형 사회연대기금은 1차 조세 분배 후 2차적으로 노동시장 안에서 자율적 재분배를 유도해야 한다”며 “이로 원하청 간 동반성장을 촉진하고 지역 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스웨덴의 사회연대임금은 업종 간 임금 격차 완화 과정에서 기업의 자율성을 억제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의 혁신 동력 저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스페인 역시 과거 기업의 초과 이윤을 근로자가 운영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 및 사회주의적 체제가 아니냐는 우려로 결국 폐지됐다.
한편 ‘AI 기술혁신에 발맞춘 새로운 사회 혁신의 길 토론회’는 김영훈 노동부 장관이 ‘초과이윤 재분배 논의’를 주제로 6일 1일에 개최하기로 추진됐었으나 반대 목소리로 한 차례 연기됐었다. 또한 여러 논란을 의식해 토론회 제목에 초과이윤이라는 표현이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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