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령 기자] 삼성SDS가 추진한 성과급 체계 개편안이 전체 직원 과반 동의를 얻지 못해 최종 무산됐다. 현금 중심 성과급을 자사주 지급 방식으로 바꾸려던 시도는 직원 반발과 창사 첫 과반 노조 출범으로 이어졌고 삼성SDS 노사관계도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삼성SDS에 따르면 전날 마감된 인사제도 개편 관련 사원 의견 투표 결과 전체 직원의 55.6%가 투표에 참여했다. 투표 참여 인원 중 71.9%가 개편안에 찬성했지만 전체 직원 기준 최종 동의율은 40%에 그쳤다.
삼성SDS는 사내 공지를 통해 "제도 시행에 필요한 전체 직원 과반 동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이번 인사제도 개편안을 시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초 회사는 전체 직원 과반 동의를 전제로 개편안 시행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안내한 바 있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기존 현금 성과급 체계를 자사주 지급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삼성SDS는 기존 목표 인센티브(PI)를 폐지하고 연봉의 20%를 기준으로 자사주를 연 1회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새 제도는 전년 대비 세전이익 증가율과 회사 주가 수익률, IT서비스 업종 지수 대비 주가 상승률 등 시장 지표를 반영해 지급배수를 최대 2배까지 적용하는 구조였다. 개인 성과에 따른 추가 지급배수도 적용해 성과 중심 보상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었다.
회사 측은 최근 지급된 성과인센티브와 목표인센티브 수준을 상회하는 연봉의 20%를 기준선으로 설정해 기존보다 유리한 보상 구조라고 설명했다. 지급받은 주식은 매도 제한 기간 없이 즉시 현금화할 수 있으며 1년 이상 보유할 경우 보유 주식 수의 15%를 추가 지급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그러나 직원들 사이에서는 반발이 적지 않았다. 보상 규모가 개인의 노력이나 조직 성과와 무관한 주가와 업종 지수 등 외부 변수에 좌우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불만으로 제기됐다. 자사주를 현금화해야 하는 부담이 생길 수 있고 퇴직금 산정에서도 불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특히 올해 초 삼성전자 임직원이 제기한 퇴직금 소송에서 목표 인센티브가 퇴직금 산정 기준에 포함되는 임금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온 이후 이번 개편안 역시 관련 법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회사 안팎에서 제기됐다.
개편안 추진 과정 역시 논란을 키웠다. 삼성SDS는 지난달 23일 임직원 대상 설명회를 연 뒤 같은 달 29일까지 찬반 투표를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검토 시간이 부족하다는 내부 의견과 반발이 커지면서 투표 기한을 이달 7일까지 연장했다. 그러나 결국 과반 동의를 얻는 데 실패했다.
경영진은 제도 도입을 위해 적극적인 설득 작업에도 나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부터 삼성SDS 임원 26명이 자사주를 장내 매수했다. 김태호 CFO 부사장은 지난 1일 520주를 주당 19만1299원에 매입했고 이호준 클라우드사업부장은 지난달 30일과 이달 1일 두 차례에 걸쳐 총 555주를 사들였다.
김종필 AX센터장 부사장과 김상용 피플팀장 부사장도 각각 500주와 520주를 매입하는 등 부사장급 임원들이 대거 매입 행렬에 동참했다. 상무급 임원들도 100~500주 규모의 자사주 매입에 동참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 시점은 성과급 개편안에 대한 임직원 찬반 투표 기간과 맞물렸다. 경영진이 먼저 회사 주식을 매입함으로써 새 보상 체계와 회사 성장 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려는 행보로 해석됐지만 결과적으로 직원 설득에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성과급 개편 논란은 삼성SDS 창사 이래 첫 과반 노동조합 출범으로도 이어졌다.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SDS 지부는 지난 6일 출범한 데 이어 이튿날인 7일 이준희 삼성SDS 대표에게 단체교섭 요구서를 공식 제출했다. 노조는 같은 날 조합원 수가 5650명을 넘어 전체 임직원 과반을 확보했다고 선언했다.
노조는 현재 집계된 가입자 수만으로도 과반 확보가 확실하다며 회사가 진행한 전사원 투표 역시 근로기준법상 동의 주체로서 법적 효력을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개편안 부결 이후 노조는 별도 입장문을 통해 "이번 부결로 회사와 소모적인 법적 다툼을 피할 수 있게 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향후 사측과의 공식적인 교섭과 소통은 노동조합이 책임 있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사측 역시 교섭요구사실 공고를 게시하며 관련 절차에 착수했다. 다른 노조의 교섭 요구가 없을 경우 삼성SDS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노조와의 본격적인 단체교섭에 나서게 된다.
이준희 삼성SDS 대표는 이날 사내 메시지를 통해 "제도 개편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임직원 여러분의 마음을 더 깊이 헤아렸어야 했는데 부족했다는 점을 되돌아보게 된다"며 "이번 제도 개편 과정에서 겪으셨을 혼란과 심려에 대해 경영진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성과급 개편안 부결 이상의 의미로 보고 있다. 그동안 삼성SDS가 사원대표기구를 중심으로 노사 협의를 진행해왔다면 과반 노조 출범 이후에는 임금과 성과급, 평가제도 등 주요 근로조건 논의가 단체교섭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단순한 성과급 개편안 부결이 아니라 회사 주도의 인사·보상 제도 개편 방식에 제동이 걸린 사건으로 볼 필요가 있다"며 "첫 단체교섭 결과가 향후 삼성SDS 노사관계의 방향성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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