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SK하이닉스가 지난해 노사 합의로 도입한 ‘영업이익 10%’는 재계의 새로운 성과급 시대를 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적에 비례해 성과급을 지급하는 이 방식은 삼성전자와 현대차, 카카오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참고 대상이 되며 재계 전반의 화두로 떠올랐다.
증권 업계에 따르면 올해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260조원을 웃돌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이를 전체 임직원 수로 단순 계산하면 세전 기준 직원 1인당 평균 약 7억원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앞서 SK하이닉스 노사는 지난해 9월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안에 합의했다. 합의안에는 기본급의 최대 1000%였던 초과이익분배금(PS) 상한 기준을 폐지하는 내용도 담기면서 1억원 이상의 성과급 수령이 가능해졌다. 새로운 기준은 향후 10년 동안 적용될 예정이다.
이번 합의로 완성된 '영업이익 10%' 공식은 하루아침에 나온 게 아니다. SK하이닉스 노사는 2021년에도 성과급 산정 기준을 손봐, 불투명하다는 지적을 받던 경제적부가가치(EVA) 방식 대신 영업이익 기준을 도입했다. 다만 지난해 합의로 비로소 지급 한도 없는 성과급 공식이 만들어졌다.
업계에 따르면 이같은 조건은 최태원 SK 회장의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합의 과정에서 최 회장이 찬성하면서 노사 간 극적 합의가 이뤄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는 최 회장이 예전 하이닉스 인수 당시의 약속을 지킨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2012년 하이닉스 인수 당시 임직원들에게 크게 보상할 것을 약속했다. 당시 하이닉스는 채권단 관리를 받으며 중국 기업 매수까지 거론되는 상황이었다. 당시 최 회장은 그룹 안팎의 반대를 무릅쓰고 하이닉스 인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진다.
최 회장의 하이닉스 인수 결단의 성과는 실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실제로 올해 1분기에만 매출 52조5763억원, 영업이익 37조610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8%, 405% 급증한 수치로, 분기 매출이 5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업이익률도 72%에 달했다.
실적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임직원 보상의 무게감도 그만큼 커졌다. 회사가 벌어들이는 이익 규모가 눈에 띄게 불어난 만큼, 그에 걸맞은 몫이 구성원들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은 셈이다. 최 회장이 상한 폐지와 영업이익 10% 성과급 지급에 동의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였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발 성과급 체계는 재계에 새로운 성과급 공식을 써내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방식이 갖는 의미가 단순한 보상 확대를 넘어선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국내 대기업 다수는 경제적부가가치(EVA)나 조직·개인 평가 등 복잡한 지표를 종합해 성과급을 산정해 구성원들이 실적과 보상의 연관성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적지 않았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이라는 단순하고 명확한 공식을 제시하면서 회사가 많이 벌면 직원도 많이 받는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AI 메모리 시장에서 연구개발(R&D) 인력을 확보하고 핵심 인재를 붙잡아두는 데도 경쟁력을 높였다는 분석과 함께, 경영진 재량에 좌우되던 지급 규모의 예측 가능성을 키웠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런 흐름 속에서 성과급을 둘러싼 논쟁의 성격도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과거에는 정해진 재원 안에서 자신의 몫이 적다는 불만에 그쳤다면 이제는 회사가 거둔 성과 자체와 지급액을 직접 비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로 옮겨갔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 사례가 실적과 보상을 직접 연계하는 논의에 힘을 싣는 상징적 계기로 자리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요구는 SK하이닉스 담장을 넘어 재계 전반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삼성전자 노사는 총파업을 목전에 두는 진통 끝에야 메모리사업부에 대해 사업성과의 10.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카카오 노조 역시 영업이익의 13~15%에 달하는 성과급을 달라고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순이익의 30%를 요구한 현대자동차 노조의 파업 가능성 역시 커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단순한 임금 인상 요구를 넘어 기업 경영의 안정성을 흔들 수 있다는 점을 우려가 나온다. 특히 반도체처럼 실적 변동성이 큰 업종에서는 성과급 재원과 영업이익 간 연동성이 높아질수록 업황이 꺾였을 때 오히려 노사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런데도 이익 배분 요구가 잦아들지 않는 배경에는 실적이 회사 혼자만의 성과가 아니라는 인식이 산업 전반에 퍼지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노사 협상의 핵심이 "누가 더 벌었느냐"보다 "번 돈을 얼마나 나눌 것이냐"로 옮겨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이는 SK하이닉스에 부담이라기보다 기회에 가깝다는 시각이 많다. 성과급 상한을 없앤 파격적인 결단으로 회사는 업계에서 가장 확실한 보상 체계를 갖춘 곳이라는 평판을 얻었다. AI 반도체를 둘러싼 인재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명확한 보상 공식은 핵심 인재를 지키고 새로운 인재를 끌어들이는 데도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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