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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HBM4로 종합반도체 실효성 가늠
송한석 기자
2026-07-07 07:00:00
D램부터 파운드리까지 내부 연계 가능…구조적 강점, 성과로 입증해야
이 기사는 2026-07-06 17:33:01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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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HBM4E 12단 제품.(제공=삼성전자)

[딜사이트 송한석 기자] 삼성전자가 HBM4를 계기로 폭넓은 반도체 사업 포트폴리오를 묶을 계획이다. 그동안 HBM에서는 SK하이닉스가 시장을 선점하고 파운드리에서는 TSMC가 우위를 이어가면서 삼성전자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하나의 경쟁력으로 연결되는 모습은 뚜렷하지 않았다.


하지만 HBM4부터 첨단 로직 공정으로 생산하는 베이스다이의 역할이 커지면서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메모리와 로직, 파운드리 역량을 한 제품 안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결합하느냐가 새로운 승부처로 떠오르면서 삼성의 종합반도체 전략도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AI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와 시스템LSI,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 역량을 함께 보유한 사업 구조를 차별화 포인트로 강조하고 있다. 2024년에는 파운드리와 메모리, 패키지 역량을 모두 보유한 ‘종합 반도체 기업의 강점’을 공식적으로 강조하며 통합 AI 솔루션을 차별화 전략으로 제시했다. AI 반도체 경쟁이 개별 칩의 성능을 넘어 메모리와 로직, 첨단 패키징의 결합으로 확장되면서 여러 사업을 한 회사 안에 둔 구조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다만 삼성전자가 최근 새롭게 IDM으로 전환한 것은 아니다. IDM은 반도체 제품을 직접 설계하고 생산하는 사업 모델로 자체 메모리 반도체를 설계·생산해 온 삼성전자는 기존에도 IDM으로 분류됐다. 외부 고객이 설계한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는 이와 별도의 사업 모델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중심의 IDM이면서 시스템반도체 영역에서는 파운드리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파운드리와 IDM은 다른 비즈니스 모델”이라며 “기존에는 메모리 반도체를 했기 때문에 그냥 삼성전자는 IDM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그들이 강조하는 것은 결국 메모리 반도체를 하면서 우리가 후공정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얘기하는 것”이라며 “시장의 변화에 따라서 강조하는 포인트가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폭넓은 사업 영역이 곧바로 시장 지배력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58%의 점유율을 차지한 반면 삼성전자는 21%에 머물렀다. 양사의 격차는 37%포인트로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의 약 2.8배에 달하는 점유율을 확보했다. 삼성전자도 2025년 1분기 13%에서 올해 1분기 21%로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반격에 나섰지만 선두와의 격차는 여전히 컸다. 마이크론도 올해 1분기 21%를 기록하며 삼성전자와 공동 2위에 올랐다.

파운드리에서는 격차가 더 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TSMC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72.3%에 달했지만 삼성전자는 6.5%에 그쳤다. 점유율 기준 11배가 넘는 차이다. HBM에서는 SK하이닉스, 파운드리에서는 TSMC가 각각 우위를 점하면서 삼성전자가 메모리와 로직, 파운드리, 패키징에 걸쳐 확보한 사업 포트폴리오는 아직 시장 성과로 뚜렷하게 연결되지 못했다.


HBM4가 주목받는 이유는 삼성전자의 이러한 사업 구조의 실효성을 한 제품 안에서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D램 적층부 아래에 위치한 베이스다이다. 베이스다이는 D램 적층부와 GPU 등 연산장치 사이에서 데이터가 오갈 수 있도록 연결하는 로직 반도체다. 이전 세대에도 존재했지만 HBM4에서는 데이터 처리량이 늘어난 데다 입출력 인터페이스 폭도 HBM3E의 1024비트에서 2048비트로 두 배 확대되면서 효율적인 인터페이스 설계의 중요성이 커졌다. 여기에 고객사별 요구에 맞춰 베이스다이의 기능과 설계를 최적화하는 흐름이 본격화하면서 첨단 로직 설계와 미세공정 역량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베이스다이는 D램 적층과 GPU·CPU 간의 인터페이스 회로 역할을 한다”며 “데이터 처리량이 많아지면서 그걸 원활하게 하기 위해 효율이 높은 설계가 필요하다” 말했다. 이어 “베이스다이는 일종의 비메모리 시스템반도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의 IDM 구조가 관심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HBM4 베이스다이가 첨단 로직 공정에서 생산되면서 메모리 제품 안에 파운드리 역량이 직접 결합했기 때문이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HBM4부터는 메모리 단독 경쟁이 아닌 시스템 통합 경쟁이 진행되면서 베이스다이를 자체 4나노 공정 기반으로 생산하는 삼성전자의 강점이 부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쟁사와의 차이도 이 대목에서 나타난다. SK하이닉스는 HBM용 D램을 직접 생산하지만 첨단 로직 공정이 필요한 베이스다이는 외부 파운드리와 협업하는 구조다. 반면 삼성전자는 HBM용 D램을 생산하면서 자체 파운드리 공정을 활용해 베이스다이까지 만든다. HBM4에서 메모리와 첨단 로직 공정이 하나의 제품 안에서 맞물리면서 그동안 별도 사업으로 존재하던 역량을 실제 제품에 결합할 여지가 커진 셈이다.


이 교수는 “SK하이닉스는 HBM만 만들고 그걸 TSMC에 제공해서 TSMC에서 만들고 그다음 패키징해서 완제품으로 고객사에 공급하는 방식”이라며 “삼성은 파운드리가 있으니까 직접 만들고 있어서 완제품 형태의 AI 반도체 토털 솔루션이 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이스다이는 파운드리 사업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메모리 신제품 확대가 자체 파운드리의 생산 물량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키움증권은 삼성전자 파운드리·시스템LSI 부문이 HBM4 베이스다이와 엑시노스2600 생산 등에 힘입어 영업흑자 전환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일회성 비용 반영과 8인치 공정 가동률 부진으로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HBM4 베이스다이가 당장 전체 파운드리 사업을 흑자로 돌려세우지는 못하더라도 메모리 신제품이 자체 파운드리 생산 물량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IDM 구조 자체가 경쟁 우위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한 상태에서 외부 파운드리와 협업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내부에서 메모리와 로직 공정을 연결하더라도 개별 사업의 기술력과 생산 안정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구조적 가능성에 머물 수 있다. 내부 통합 방식과 각 분야 선두 기업이 협업하는 분업 방식 가운데 어느 쪽이 우위인지는 결국 성능과 수율, 고객 공급 성과로 확인해야 한다.


결국 HBM4는 삼성전자가 강조해 온 종합반도체 사업 구조의 실효성을 가늠할 무대가 될 전망이다. HBM에서는 SK하이닉스, 파운드리에서는 TSMC가 각각 앞선 상황에서 삼성에 필요한 것은 사업 영역을 모두 보유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이를 하나의 제품 경쟁력으로 묶어내는 성과라는 지적이다. 자체 4나노 공정으로 생산하는 베이스다이는 삼성의 IDM 구조가 실제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줄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교수는 “삼성은 고객 관점에서 모든 것을 한 번에 요청하면 완제품 형태로 다 받을 수 있다”며 “구조만으로 경쟁력이 있는 게 아니라 그게 제대로 되면 세계 유일의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메모리와 비메모리 파운드리를 다 하는 기업은 삼성밖에 없어서 그걸 꿈꿔온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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