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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살 코스닥의 그늘
김현호 기자
2026-07-16 08:25:00
한국판 나스닥 표방하며 출범…우량기업 빠져나가고 지수 상승동력 약화 악순환
이 기사는 2026-07-15 08:37:33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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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사이트 김현호 기자] 코스닥이 서른 살을 맞았다. 시가총액 7조원으로 시작해 이제는 500조원 규모로 커졌다. 벤처기업에 성장 자금을 공급하는 자본시장의 사다리로 자리 잡았으나 서른 번째 생일을 마냥 축하하기는 어렵다. 증시가 호황이라고 하나 코스닥은 제자리걸음을 하는 탓이다. 최근 1년간 코스피 지수는 110% 넘게 오른 반면 코스닥은 오히려 하락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지수를 끌어올릴 동력이 계속 사라지고 있다. 엔씨소프트와 카카오, 셀트리온 등 코스닥에서 거래되던 기업은 코스피로 떠났다. 노는 물이 달라지니 한쪽이 탁해졌다. 우량기업이 빠져나간 자리는 개인투자자 중심의 취약한 수급 구조와 높은 변동성이 대신했다.


데카콘까지 기대되는 스타트업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다. 무신사, 구다이글로벌, 리벨리온 등이 대기 중이다. 하지만 코스피로 직행한다는 말이 돈다. 높은 밸류를 받아야 하는데 앉아 있는 코스닥에 갈 필요가 없다. 몸값이 10조원이라면 노는 물이 굳이 코스닥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코스닥이 또다시 시장의 관심에서 밀려날 처지다.


문제는 대어급 기업의 코스피행이 코스닥 분위기를 더욱 망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시장을 대표할 기업이 빠져나가면 기관과 외국인의 장기 자금을 끌어들이기 어려워진다. 수급이 약해지면 기업가치는 더 낮게 평가되고 다음 상장 후보 역시 코스피를 선택한다. 코스닥이 기업을 키운 뒤 코스피에 넘겨주는 인큐베이터에 머물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상장 문턱도 여전히 높다. 거래소가 부실기업을 걸러내겠다며 기업공개 심사를 강화하면서 IPO까지 하세월이다. 기술성평가도 여전히 통과하기 어렵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옥석 가리기는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까다롭다면 성장기업의 증시 입성은 가시덤불을 해쳐나가는 험난한 여정이 될 수 있다.

악순환의 반복은 스타트업 문제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벤처캐피탈의 농사는 10년을 거쳐 수확한다. 10년의 기다림 끝에 결실을 맺는데 코스닥 시장이 위축돼 상장이 밀리고 기업가치가 낮아지면 회수와 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끊긴다. 결국 벤처투자 시장 전체의 자금 흐름까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나이 서른은 지난 성장을 자축하는 동시에 홀로 설 수 있는지를 증명해야 하는 시기다. 코스닥 30주년을 기념하는 지금 필요한 것은 성대한 축하보다 우량기업이 머물 이유를 만드는 일이다. 그늘을 걷어내지 못하면 ‘한국판 나스닥’이라는 수식어도 공허한 구호로 남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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