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안나 기자] 정부의 약가 제도 개편안이 신약 개발 생태계 조성과 약가 관리 합리화를 동시에 추구하면서 국내 제약사에 이중적 부담을 지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제네릭 산정률 인하로 연구개발(R&D) 재원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이라는 당근을 내미는 구조가 실질적으로 국내 제약사에게는 '그림의 떡'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김성태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 변호사는 딜사이트가 1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K-제약바이오, 변곡점을 넘어 지속성장 해법을 찾다’를 주제로 개최한 2026 제약바이오포럼에서 “이번 개편안은 R&D에 투자를 많이 한 제약사를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선정해 우대를 해주겠다고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산정률 인하로 R&D에 투자할 재원을 축소시키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국내 제약사에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보고를 시작으로 제도 개편 논의를 거쳐 올해 3월26일 약가 제도 개편안을 최종 발표했다. 오는 8월1일 시행을 앞두고 행정예고가 완료된 상태다. 개편안의 핵심은 신약 개발 생태계 조성, 필수 의약품 안정 공급 체계 마련, 약가 관리 합리화 등 세 축으로 구성된다.
제네릭 산정률은 기존 53.5%에서 45%로 하향 조정된다. 기등재 의약품의 경우 2012년 이전 등재 품목은 올 연말부터 2032년까지, 2013년 이후 등재 품목은 2030년부터 2036년까지 6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인하가 이뤄진다. 다만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받은 경우 49%, 준혁신형은 47%의 특례 수준이 적용되며 일정 기간 특례가 부여된다.
김 변호사는 절차적 측면의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발표에서 최종 확정까지 사실상 4~5개월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들었다고 하지만 일본은 최근 약가 제도를 개편하는 데 5년이 걸렸다"며 "충분한 숙고 없이 진행된 부분이 아쉽다"고 말했다.
행정예고 기간 중 제약업계 협회가 제출한 의견들이 사실상 대부분 반영되지 않은 점도 짚었으며, 급여 적정성 재평가와 관련해서도 업계의 대응이 필요한 대목이 생겼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변호사는 "과거에는 임상적 유용성이 불분명한 수준이더라도 비용 효과성 측면에서 가격을 낮추면 급여를 유지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급여 유지와 선별 급여, 아니면 급여 배제만 남았다"며 "가격을 낮춰 급여를 유지하는 선택지가 없어진 만큼 한 번쯤 자사 품목의 상황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네릭 생태계에 대한 정책적 균형도 당부했다. 그는 "제네릭 공급이야말로 의약품 안정 공급망과 보건 안보의 핵심을 담당하고 있는데 신약 개발 중심의 정책으로 이 부분이 흔들릴 수 있다"며 "제네릭 전문 제약사에 신약 개발까지 요구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보건 당국이 이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제도 개선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 변호사는 마지막으로 기업들의 대응 방향으로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취득, 자사 품목의 특성에 맞는 약가 우대 제도 활용,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한 비급여 매출 확대와 코프로모션·라이선스 인 등을 중점 과제로 꼽았다.
전체 내용과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사 본문과 함께 읽어주세요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