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송한석 기자] 메모리 가격 강세가 길어지면서 반도체 업체와 세트업체의 희비도 뚜렷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호황에 힘입어 시장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거두었지만 스마트폰과 PC 제조사(OEM)들은 높아진 원가 부담에 제품 가격을 올리고 구매 전략까지 조정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메모리 가격 상승이 기업들의 실적을 넘어 사업 전략까지 바꾸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171조원, 영업이익 89조4000억원의 잠정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9.3%, 영업이익은 1810.3% 증가했다. 메모리 가격 상승이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이번 실적은 메모리 가격 상승이 공급자와 수요자의 희비를 어떻게 갈랐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오르면서 메모리 사업은 사상 최대 수준의 수익성을 기록했다. 성과급 충당금 등 일회성 비용을 반영하고도 시장 예상치를 웃돈 점은 그만큼 메모리 가격 상승 효과가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메모리를 구매해 완제품을 만드는 모바일(MX) 등 세트사업은 높아진 부품 원가 부담으로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둔화했다. 같은 회사 안에서도 메모리를 파는 사업과 메모리를 사는 사업의 손익이 엇갈린 셈이다.
이 같은 변화는 삼성전자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메모리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스마트폰과 PC 제조사들도 기존 구매 전략을 재조정하고 있다. 과거에는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었다면 최근에는 필요한 물량은 확보하되 가격 부담을 감안해 추가 매입에는 신중하게 접근하는 모습이다.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재고 확대보다 원가 관리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높아진 부품 가격은 완제품 가격에도 반영되고 있다. 메모리뿐 아니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기판 등 핵심 부품 가격이 동반 상승하면서 스마트폰과 PC 업체들도 판매가격 인상에 나서는 분위기다. 실제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평균판매단가(ASP)가 전분기 대비 약 4% 상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 PC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와 SSD 등 핵심 부품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PC는 사양 변화가 빠른 제품인 만큼 재고를 많이 가져가는 것 자체가 부담될 수 있어 구매 전략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도 “가격 인상으로 인한 수요 감소 우려가 PC OEM과 스마트폰 업체들의 메모리 구매 전략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며 “추가 구매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OEM들의 구매 전략 변화가 곧바로 메모리 업황 둔화의 신호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스마트폰과 PC 업체들이 추가 구매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AI 서버를 중심으로 한 메모리 수요가 여전히 견조한 데다 공급 증가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메모리 가격 상승 국면이 끝났다기보다 높아진 가격에 수요 기업들이 적응하는 과정이라는 분석이다.
메모리 업체들과 주요 고객사 간 장기공급계약(LTA) 협상이 활발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가격 변동에 따라 구매량을 조절하기보다 안정적으로 물량을 확보하려는 수요 기업과 가격 협상력을 유지하려는 공급사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렇다 보니 이번 삼성전자 실적은 메모리 가격 상승이 반도체 업체의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세트업체들의 구매 전략까지 바꾸기 시작했음을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다. 공급 부족이 이어지는 한 OEM들의 고민도 ‘얼마나 더 살 것인가’보다 ‘언제 확보하는 것이 유리한가’에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반적인 설비투자 시점이 앞당겨지고 있지만 수요 초과 환경은 유지될 전망”이라며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견조한 가운데 장기공급계약을 위한 가격 협상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전체 내용과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사 본문과 함께 읽어주세요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