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맞아 삼성전자가 D램 생산 확대에 나서면서 국내 반도체 검사장비 업체들도 수혜를 입고 있다. 삼성전자는 D램 출하량 증가에 맞춰 후공정 검사 역량을 확충하는 한편 한 번에 대량의 제품을 검사할 수 있는 챔버형 저주파 검사장비(CLT) 장비 도입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엑시콘의 CLT 장비를 본격 도입한 데 이어 올해 네오셈을 공급망에 새로 포함했다. 기존 외산 장비 중심이던 D램 검사장비 공급망을 국내 업체로 넓히는 동시에 검사 처리량을 끌어올리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현재 CLT 장비는 일반 D램 양산 검사에 주로 활용되지만 향후 그래픽 D램(GDDR)과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으로 적용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엑시콘은 지난 10일 삼성전자에 CLT와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테스터를 납품하는 498억5000만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달 4일 삼성전자로부터 칩 인터페이스 보드(CIB)를 120억6540만원에 수주한 데 이어 테스터 공급 계약까지 따낸 것이다. CIB는 CLT 테스터와 D램을 연결하는 인터페이스 보드다.
삼성전자는 기존에 어드반테스트의 메모리 테스터 장비를 활용해왔다. 그러나 장비가 노후화된 데다 검사 용량이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기존 장비는 검사 용량이 작은 만큼 여러 대를 투입해야 해 공간과 처리 효율 측면에서도 제약이 컸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2023년 엑시콘과 네오셈 등 국내 업체에 대용량 차세대 메모리 테스터 개발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CLT는 여러 개의 검사 보드를 챔버 안에 장착해 동시에 대량의 D램을 검사하도록 설계된 장비다.
그 결과 엑시콘은 2024년 말 삼성전자의 최종 품질 인증을 통과하고 2025년부터 CLT 장비 초도 물량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후 같은 해 10월 삼성전자와 204억1000만원 규모의 CLT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본격적으로 공급망에 진입했다. 업계에 따르면 엑시콘은 지난해 CLT 장비 10대를 공급했다.
업계에서는 엑시콘이 올해 하반기까지 CLT 장비를 최대 20대 공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공급난으로 D램 출하량이 늘면서 후공정 검사 단계의 병목을 줄일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엑시콘의 CLT 장비는 1만1520파라(para)의 병렬 검사 능력을 갖췄다. 기존 어드반테스트 장비의 검사 능력인 500파라와 비교하면 처리량이 20배 이상이다. 파라는 장비가 한 번에 병렬로 검사할 수 있는 반도체 수를 나타내는 단위로, 1만1520파라는 한 번에 D램 1만1520개를 검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엑시콘의 CLT 장비에는 챔버 2개가 탑재된다. 챔버 1개에는 CIB 24장이 들어가고 CIB 1장에는 D램 240개를 장착할 수 있다. 이를 계산하면 챔버 2개에서 총 1만1520개의 D램을 동시에 검사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CLT 장비 공급망도 넓히고 있다. 네오셈은 지난 8일 삼성전자와 86억원 규모의 CLT 메모리 테스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네오셈이 CLT 장비 개발 이후 공개한 첫 대규모 공급 계약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네오셈이 이번 계약을 통해 CLT 장비 2대를 공급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번 계약이 네오셈의 첫 장비 공급은 아니라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네오셈 관계자는 "지난해 퀄테스트에 통과하면서 이미 관련 매출이 발생하고 있었다"며 "앞으로도 납품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CLT 장비는 D램 검사 용도로 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향후 HBM 검사 공정에도 CLT 장비가 활용될 여지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 대상에 맞춰 장비 전체를 새로 개발하지 않고 CIB 등 일부 부품을 교체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엑시콘과 네오셈 모두 HBM 검사용 장비 개발에 나선 상황이다.
김진형 대신증권 연구원은 "향후 CLT가 적용되는 세그먼트는 HBM, GDDR 등으로 확장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엑시콘의 경우 HBM용 보드 샘플이 공급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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