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지난해 실적 부진을 겪은 엑시콘이 33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고 있다. 당장의 위기는 넘겼지만 현금창출력이 둔화돼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회사 측은 올해까지는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으로 버티며 매출 성장을 기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엑시콘은 지난해 실적이 부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동자산은 오히려 증가했다. 이 회사의 유동자산은 전년 582억7529만원 대비 12.1% 증가한 653억4210만원을 기록했는데, 단기금융상품 증가가 이를 견인했다. 엑시콘은 2024년 들어 단기금융상품 규모를 300억원까지 확대했다. 2022년 100억원에서 2023년에는 사실상 '0원' 수준으로 축소됐으나, 지난해 다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 같은 변화는 지난해 실시한 유상증자의 영향이다. 엑시콘은 지난해 7월 연구개발비 등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329억4206만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회사는 확보한 자금을 메모리·비메모리 테스터 연구개발에 사용할 계획이며, 연구비 집행 전까지는 원금 보장이 가능한 단기금융상품으로 운용하고 있다.

이 중 73억1100만원은 계획대로 연구개발비로 사용됐고, 나머지 260억500만원은 단기 중소기업금융채권에 투자했다. 일반적으로 단기 중소기업금융채권은 단기금융상품으로 분류되는 만큼 유상증자를 통한 유동성 확보 효과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는 단기적 처방에 불과하다는 우려다. 엑시콘의 현금창출력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엑시콘은 연결 기준으로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61.6% 줄어든 316억1134만원을 기록했다. 더불어 159억9733만원의 영업적자와 13억588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영업활동을 통해 들어온 현금보다 나간 현금이 더 많았다. 지난해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전년 211억9231만원에 비해 크게 악화돼 총 148억7974만원의 현금이 빠져나갔다. 분기별로는 1분기 47억7205만원, 2분기 30억9102만원, 3분기 67억8165만원으로 갈수록 악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마진율 역시 2023년 34%에서 지난해 1분기 30%, 2분기 24%, 3분기 11%로 점점 낮아졌다.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역시 전년 42억1911만원 대비 크게 악화돼 138억8156만원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현금 유출 압력이 커진 상황에서도 연구개발비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해 엑시콘의 연구개발비는 148억8500만원으로 전년 156억4200만원보다 소폭 줄었으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에서 47%로 급증했다.

이처럼 현금 유출이 현금 유입을 웃도는 상황이라, 유상증자 자금만으로 버티기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는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을 활용해 유동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매출 증대를 통한 현금창출력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엑시콘은 올해 1분기 삼성전자에 42억3450만원 규모의 차세대 메모리 테스터를 납품했으며, 5월 중 추가로 1대 더 납품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이 두 제품의 검증 결과가 하반기 대량 양산 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올해만 넘기면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엑시콘 관계자는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이 아직 충분히 남아 있어 당장 현금흐름이 크게 나쁘진 않다"며 "매출이 기대만큼 늘어나지 않으면 내년에 차입 등의 조치를 고려할 수 있지만, 내년부터는 영업이익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