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슬이 기자] 2026년 상반기 국내 인수합병(M&A) 재무자문 시장에서 국내 회계법인들이 글로벌 투자은행(IB)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일PwC가 크고 작은 딜을 휩쓸며 1위 자리를 수성했지만 조 단위 메가 딜을 독식한 외국계 하우스들이 상위권을 장악하면서 삼정KPMG 등 회계법인들은 일제히 7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16일 딜사이트가 집계한 2026년 상반기 M&A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올해 M&A 재무자문 부문 2위부터 6위까지의 상위권은 모두 외국계 하우스가 차지했다. M&A 시장이 갈수록 대형화하는데 국내 증권사는 힘을 쓰지 못하는 가운데 회계법인들도 글로벌 뱅커들에 랜드마크 딜을 뺏기고 재무 자문보다는 회계실사 등에 머무는 모습이 재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국내사 가운데에서는 삼일PwC가 상반기 잔금납입 완료 기준 54건의 거래 자문을 맡아 7조8915억원의 실적을 내면서 1위를 수성했다. 삼일은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의 삼성SDS 투자(1조2200억원)와 스틱얼터너티브자산운용-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 컨소시엄의 울산GPS·SK멀티유틸리티 소수 지분 인수(1조6000억원) 등 굵직한 거래를 주도했다.
삼일은 베인캐피탈의 에코마케팅 인수(6738억원)와 네이버의 왈라팝 인수(9036억원), JKL파트너스의 크린토피아 매각(6178억원) 등 거래 재무자문을 맡으며 1위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물량공세로 1위 타이틀을 지킨 삼일과 비교해보면 글로벌 IB들은 단 몇 건의 초대형 거래만으로 조 단위 실적을 올리며 상위권을 차지했다. 올해 상반기 도이치증권의 재무자문 실적은 6조191억원으로 전체 수임 건수는 4건에 불과하지만 단숨에 2위에 올랐다. 올 1분기 최대 규모 딜이었던 DIG에어가스 인수(4조7000억원)와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삼푸르나 아그로를 인수하는 거래(1조2447억원)에서 매각 측 자문사로 참여해 실적을 쌓았다.
골드만삭스와 UBS 역시 자문 건수는 적었지만 조 단위 딜을 휩쓸며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올 상반기 최대 규모 딜이었던 DIG에어가스 매각(4조7000억원)을 비롯해 DB손해보험의 포테그라 인수(2조5372억원), CJ제일제당의 CJ피드앤케어 매각(1조900억원) 등 굵직한 거래 자문을 맡은 결과다. JP모건과 모건스탠리 역시 2~3건의 거래 자문만으로 3조원대 실적을 거뒀다.
반면 조 단위 빅딜 수주전에서 밀려난 국내 대형 회계법인들은 실적이 크게 꺾였다. 삼정KPMG는 AK홀딩스의 애경산업 매각(4442억원)과 디시인사이드 매각(2000억원) 등 자문에 참여했으나 전년(5조2118억원) 대비 절반 수준인 2조5990억원의 실적으로 7위에 그쳤다. 딜로이트안진(1조8810억원)과 EY한영(1조7873억원) 역시 1조원대 실적에 머물렀다.
그간 국내 대형 회계법인들은 중소형 M&A 거래에서 재무·회계 원스톱 시스템을 앞세워 탄탄한 입지를 다져왔다. 다만 올해 시장을 주도하는 조 단위 빅딜은 크로스보더 거래이거나 글로벌 사모펀드가 얽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올해 상반기 대어로 꼽힌 DIG에어가스 거래와 같이 해외 기업을 인수하거나 해외 투자자에게 매각을 타진하는 과정에서는 여전히 글로벌 IB가 네트워크와 현지 소싱 역량에 있어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여기에 갈수록 엄격해지는 감사 독립성 규제로 인해 주요 고객사인 대기업의 대형 딜에 이해상충 문제로 참여하지 못하는 구조적인 제약까지 겹치며 대형 딜 수주전에서 고전하고 있다는 평가다.
하반기 주요 대형 매물 역시 글로벌 IB들이 주관사 자리를 선점한 상태다. 하반기 주요 딜로 꼽히는 롯데렌탈 매각은 롯데 측 재무자문사를 UBS가 맡았고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의 비케이알(BKR) 매각은 도이치증권이 주관사로 선정됐다. MBK파트너스의 넥스플렉스 매각 등에도 외국계 하우스가 전면에 나선다. 롯데렌탈 인수 측(TPG) 자문을 맡은 딜로이트안진 정도를 제외하면 대형 딜 주관 목록에서 국내 하우스를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 대형 딜 수임 경쟁력 확보가 국내 회계법인들의 주요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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