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윤기쁨 기자] 미국 티어 원(Tier 1) 사모펀드 운용사인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이 롯데렌탈을 1조3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한국 TPG를 이끄는 윤신원 파트너는 이번 조단위 거래를 주도하면서 외부 차입 없는 전액 에쿼티 자금 조달과 신주 없는 구주 매입 방식을 채택했다. 인수 리스크를 크게 낮추고 거래 불확실성을 없애 신속한 딜 클로징에 나설 방침이다.
11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은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고 보유 중인 롯데렌탈 지분 61.18%를 TPG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안을 승인할 예정이다. 앞서 TPG는 롯데렌탈 인수를 위해 인수금융 없이 100% 올 에쿼티 조달 조건을 선제적으로 제시하며 배타적 우선협상권을 확보했고, 약 3개월간의 정밀 실사를 거쳤다.
TPG는 차입금을 일절 동원하지 않고 글로벌 바이아웃 펀드인 아시아 8호 펀드 등을 통해 전액 에쿼티로 인수 자금을 조달한다. 이번 거래는 롯데그룹이 지난해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체결했던 기존 매각안과 다른 구조로 설계돼 신속하게 진행됐다. 매각 대상 지분은 기존 56.17%에서 61.18%로 5%포인트가량 늘어난 반면 매각 가격은 낮아졌다.
어피니티와의 계약 당시에는 신주 발행을 포함해 주당 인수가격이 7만7115원(경영권 프리미엄 약 160%)이었지만, 이번 TPG와의 계약은 신주 발행 없는 전량 구주 매각 방식으로 진행된다. 주당 인수가격은 5만8527원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은 약 36% 수준이다. 이는 저가 신주 발행으로 평균 매입단가를 낮추려다 발생했던 소액주주와의 마찰이나 배임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딜 완주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는 점도 특징이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업계 2위 SK렌터카를 보유한 어피니티의 롯데렌탈 인수를 독과점 등 경쟁제한 우려를 이유로 승인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거래가 한 차례 무산된 바 있다.
반면 TPG는 국내에 별도 렌터카 사업체를 보유하지 않아 기업결합 리스크에서 자유롭다. 여기에 기업결합 신고 보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절차적 리스크까지 방지하기 위해 법무법인 세종을 통해 사전 자문 절차를 거치는 등 신속한 절차 진행에 공을 들였다.
이번 매각으로 롯데그룹의 유동성 관리에도 한결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의 합산 차입금은 약 30조원에 달하며, 롯데지주를 비롯한 상장 계열사 11곳의 올해와 내년 만기 도래 회사채 규모만 3조원을 상회한다.
딜 클로징 이후 호텔롯데로 매각 대금이 유입되면 그룹 전반의 채무 상환 압박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미래 핵심 신사업 투자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은 재무 구조 개선과 함께 바이오 등 신성장 동력 출자에 집중 투입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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