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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어음 허가했더니…54조 절반이 월수 돈놀이
김광미 기자
2026-07-14 09:00:00
운용자산 50.5% 1개월 이하 집중…모험자본 투자 의무 시행 속 발행어음 유동성 관리 부담 커져
이 기사는 2026-07-13 15:34:43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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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발행어음 조달·운용 현황 (제작=김수진 기자)

[딜사이트 김광미 기자] 발행어음 시장이 54조원 규모로 성장했지만 당초 모험자본 육성을 위한 취지와 달리 조달과 운용이 모두 단기물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부터 모험자본 공급 의무가 시행되면서 증권사들은 단기 유동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장기 투자 비중도 확대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는 지적이다.


13일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발행어음 조달총액은 54조4273억원으로 집계됐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1년 이내 만기로 발행하는 단기금융상품이다. 증권사는 투자자에게 약정 금리를 지급하고 조달한 자금을 기업금융, 부동산금융, 채권 등에 운용해 수익을 창출한다. 판매 형태는 발행어음형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수시형·만기형·적립형 등으로 구성된다.


증권사 별로 한국투자증권이 15조원 안팎으로 1위이고, KB증권은 11조원, NH투자증권 10조원, 미래에셋증권 8조원 수준이다. 증권사 가운데 한투의 단기물 운용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당국은 2017년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의 기업금융 기능 강화를 위해 단기금융업(발행어음)을 도입했다. 현재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미래에셋증권에 이어 지난해 말 키움증권,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이 사업에 합류했다.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도 인가 심사를 진행 중이다.


시장 규모는 50조원을 넘어섰지만 투자자 수요는 여전히 단기물에 집중됐다. 올해 1분기 기준 발행어음 조달 만기는 ▲1개월 이하 29조2495억원(53.7%) ▲1개월 초과~3개월 이하 5조2490억원(9.6%) ▲3개월 초과~6개월 이하 9조660억원(16.7%) ▲6개월 초과~1년 이하 10조8628억원(20.0%)으로 나타났다. 전체 조달액의 절반 이상이 1개월 이하 단기성 상품이었다.

운용 역시 단기자산 비중이 높았다. 운용 자금은 ▲1개월 이하 27조7547억원(50.5%) ▲1개월 초과~3개월 이하 5조7878억원(10.5%) ▲3개월 초과~6개월 이하 2조1341억원(3.9%) ▲6개월 초과~1년 이하 2조4277억원(4.4%) ▲1년 초과~5년 이하 7조1274억원(13.0%) ▲5년 초과 2조9511억원(5.4%) ▲만기 산정 곤란 6조7588억원(12.3%)으로 집계됐다.


조달과 운용의 만기 구조에는 차이가 있었다. 조달은 1개월 이하 단기물 비중이 50%를 넘었지만 운용에서는 1년 초과 자산과 만기 산정이 어려운 투자자산 비중이 30%를 웃돌았다. 중소·벤처기업 등에 투자하는 모험자본이 주로 장기성 자산으로 편입되는 만큼 일정 수준의 만기 미스매칭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올해부터는 발행어음을 운용하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부담이 한층 커졌다. 금융위원회는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를 운용하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를 대상으로 모험자본 공급 의무를 도입했다. 공급 비중은 올해 10%를 시작으로 내년 20%, 2027년 25%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모험자본 인정 범위에는 중소·벤처기업 투자, 저신용 회사채, 벤처펀드, 국민성장펀드 첨단전략산업기금,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등이 포함된다.


발행어음 운용의 과제는 모험자본 투자 비중을 확대하면서도 단기 상품 특성상 요구되는 유동성 관리까지 병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증권사는 발행어음 자체 유동성비율을 100% 이상으로 유지하는 룰이 적용되는 동시에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강화되는 모험자본 공급 의무도 충족해야 해 운용 전략 수립이 한층 복잡해졌다는 평가다.


모험자본 공급의무가 있는 종투사 7곳의 올해 1분기 기준 모험자본 공급 규모는 9조8800억원으로 의무 기준을 웃돌았지만 업계에서는 향후 기준이 강화될수록 운용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담당자는 "모험자본은 주로 벤처캐피털(VC), 신기술사업금융사, 코스닥벤처펀드, 메자닌펀드 등을 통해 공급하지만 투자 대상이 제한적인 편"이라며 "유동성 규제와 발행어음 자체 유동성비율까지 관리해야 하는 만큼 실제 운용은 채권, 기업어음(CP), 대출 등 안정적인 자산 비중이 높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모험자본은 대부분 장기성 자산으로 편입되는 반면 발행어음은 단기 조달 상품이라 수익성과 유동성, 의무 비율을 모두 관리해야 한다"며 “올해 발행어음 모험자본 의무 비율은 대부분 증권사가 맞춘 것으로 알고 있지만, 투자 대상을 찾고 운용 비중을 조절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모험자본 공급 의무가 올해 10%에서 2027년 25%까지 확대되면서 유동성 관리 중요성도 커질 전망이다. 장기성 자산 비중이 늘어날수록 단기 조달 중심인 발행어음 특성상 유동성과 건전성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김나율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발행어음 제도 도입 이후 사업 영역을 확대해 온 대형 증권사들은 일반 증권사보다 유동성비율 하락이 두드러진다"며 "총위험액 증가 속도가 영업용순자본 증가를 웃돌면서 영업용순자본비율도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어 향후 모험자본 공급 의무가 확대될수록 유동성과 건전성 관리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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