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임초롱 기자] 국내 6대 은행의 위험가중자산(RWA)이 1300조원을 넘어섰다. 기업금융 확대에 더해 고환율 영향이 겹치면서 RWA 증가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이 생산적 금융 확대를 주문하는 가운데 은행들은 성장과 함께 보통주자본(CET1) 비율 관리 부담도 함께 안게 됐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의 올해 1분기 말 RWA는 총 1307조178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1274조7839억원)보다 32조3947억원(2.5%) 증가했고,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55조6578억원(4.4%) 늘었다.
RWA는 대출과 유가증권 등 자산별 위험도를 반영해 산출하는 지표다. 은행의 자본비율 산정 기준이 되는 만큼 RWA가 빠르게 증가하면 그만큼 자본 확충이나 이익 축적을 통해 건전성을 관리해야 하는 부담도 커진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의 증가폭이 가장 컸다. 신한은행의 RWA는 237조3089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7조2025억원 늘었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16조4603억원 증가했다. 국민은행도 작년 말 대비 6조2720억원, 전년 동기 대비 11조5228억원 늘어난 247조119억원을 기록했다.
하나은행 역시 211조3624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6조2274억원 증가했고 기업은행도 5조447억원 늘어난 269조1312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업은행은 정책금융기관으로 중소기업 중심의 기업여신 비중이 높고 총자산 규모도 큰 편이어서 RWA 규모가 6개 은행 가운데 가장 크게 집계됐다. NH농협은행은 151조5886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3조160억원 증가했다.
우리은행은 올해 1분 190조7756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말 대비 4조6321억원 증가했다. 다만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증가폭은 869억원에 그쳐 6개 은행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기업대출 리밸런싱과 자산건전성 중심의 포트폴리오 관리 등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자산 성장 기조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은행권의 RWA 확대는 기업대출과 정책금융, 투자자산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금융당국이 첨단산업과 혁신기업 중심의 생산적 금융 확대를 강조하면서 기업금융 공급이 늘어난 점도 RWA 증가 요인으로 거론된다. 기업여신은 가계대출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위험가중치가 적용되는 경우가 많아 대출 확대 시 RWA 증가폭도 커질 수 있다.
높아진 원·달러 환율 역시 RWA 증가를 견인했다. 환율이 오르면 외화표시 자산을 원화로 환산한 금액이 늘어나면서 RWA가 증가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해외투자나 외화대출 비중이 높은 은행일수록 이 영향은 크게 받는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중 은행권의 기업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증가했고,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화자산 RWA 증가도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은행권의 RWA 증가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올해 2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선 데다 금융당국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 맞춰 기업대출 확대도 지속되고 있어서다.
은행들은 RWA 증가 속도를 고려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동시에 수익성과 자본효율성을 함께 관리하는 데 무게를 둘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주요 금융지주들이 CET1 비율을 기준으로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를 결정하고 있는 만큼 RWA 증가는 주주환원 여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주요 금융지주가 CET1 비율을 주주환원의 핵심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는 만큼 RWA 증가는 자사주 매입·소각 여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RWA가 늘면 자본비율이 낮아질 수 있어 은행 입장에서는 기업금융 확대라는 정책적 요구와 CET1 방어라는 시장의 요구를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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