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광미 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상장폐지된 상품은 총 14개로 지난해 연간 50개와 반기 22개보다는 다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폐지의 대부분 원인은 신탁원본액과 순자산총액(NAV)이 50억원을 밑돌면서 시장에서 퇴출 요건을 극복하지 못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 상반기엔 국내 증시 강세 속에 글로벌 테마와 바이오, 인버스 등이 투자자 선택을 받지 못해 퇴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딜사이트 ETF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상폐된 ETF는 총 14개로 집계됐고 지난해 상반기(22개)보다 8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운용사별로는 ▲키움투자자산운용 4개 ▲미래에셋자산운용 2개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2개 ▲한국투자신탁운용 2개 ▲하나자산운용 1개 ▲신한자산운용 1개 ▲한화자산운용 1개 ▲BNK자산운용 1개 순으로 많았다.
◆ 통곡의 50억 벽…신탁원본액·순자산총액 미달은 퇴출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제116조에 따르면 ETF 상폐 사유는 크게 ▲신탁원본액·순자산총액(NAV) 미달 ▲비교지수와의 상관계수 미달 ▲기초지수 산출 중단 ▲유동성공급자(LP) 부재 ▲합성 ETF 거래상대방 문제 ▲투자신탁 해지 ▲투자자 보호 필요 등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가장 빈번한 사유는 신탁원본액·순자산총액(NAV) 등 자산 규모 미달이다. ETF 설정 후 1년이 지난 시점에 반기 말 기준 신탁원본액과 순자산총액이 모두 50억원 미만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며, 다음 반기 말까지 같은 상태가 이어질 경우 상폐된다. 올해 상반기 상폐된 ETF 가운데 회사채 만기 도래에 따라 청산된 상품 3개를 제외하면 모두 신탁원본액과 순자산총액이 50억원을 밑돌면서 이 이유로 시장에서 퇴출됐다.
가장 많은 상품이 상폐된 곳은 키움운용이다. 지난 3월 'KIWOOM 글로벌퓨처모빌리티', 'KIWOOM 미국ETF산업STOXX', 'KIWOOM 차이나A50커넥트MSCI', 'KIWOOM Fn유전자혁신기술' 등 4개 ETF가 모두 상폐됐다.
이 밖에 신한운용의 'SOL 미국테크TOP10인버스(합성)', 하나운용의 '1Q 차이나H(H)', 한투운용의 'ACE FTSE WGBI Korea', 미래운용의 'TIGER 미국나스닥100ETF선물' 등도 상장 규모를 유지하지 못하면서 시장에서 퇴출됐다. 국내 증시 강세가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투자 수요가 줄었던 글로벌 테마 ETF들이 자산 규모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테마 ETF 가운데서는 바이오와 인버스 상품도 살아남지 못했다. 키움운용의 'KIWOOM Fn유전자혁신기술'은 보로노이, DXVX,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미코바이오메드 등 국내 바이오 기업에 투자하는 ETF였지만 바이오 업황 부진에 더해 일부 편입 종목의 거래정지와 상폐까지 겹치면서 자금 유입이 둔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화운용의 'PLUS 코스닥150선물인버스' 역시 코스닥150지수의 일간 수익률을 역으로 추종하는 상품이었지만 신탁원본액이 50억원 아래로 떨어진 상태가 이어지면서 상폐됐다.
◆ 한투밸류 'VITA' 2종 모두 상폐…5년 만에 사업 철수
ETF 사업을 접은 운용사도 있었다. 한국투자증권 계열사 한투밸류운용은 'VITA 밸류알파액티브'와 'VITA MZ소비액티브'를 모두 상폐하며 ETF 사업에서 철수했다. 한투밸류운용은 2022년 ETF 시장에 진출했지만 두 상품 모두 한 달 이상 신탁원본액 50억원 미만 상태가 이어지면서 투자신탁을 임의 해지했다.
자금 유입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ETF 사업 비중이 크지 않았던 만큼 사업성을 고려한 결정이다. 한투밸류운용 관계자는 "액티브 ETF 상장 이후 몇 년이 지났지만 활성화되지 않아 상폐 수순을 밟은 것"이라며 "액티브 하우스의 특성에 맞게 기존에 운영하던 주식 운용에 집중하는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 상관계수 미달에 한투운용 4종 상폐…TDF2050액티브 포함
상반기 상폐가 대부분 자산 규모가 작은 ETF를 정리하는 데 그쳤는데 이달에는 4종이 상폐된다. 한투운용의 'ACE TDF2030액티브', 'ACE TDF2050액티브', 'ACE TDF장기자산배분액티브', 'ACE 애플밸류체인액티브' 등 4개다. 이들 상품은 신탁원본액 부족이 아니라 상관계수 미달이 원인이다.
액티브 ETF는 비교지수와의 상관계수가 3개월 연속 0.7 미만이면 상폐 대상이 된다. 해당 상품들은 지난 4월부터 상관계수가 기준을 밑돌았다.
한투운용은 비교지수 대비 초과수익을 추구하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상관계수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한투운용 관계자는 "상관계수 회복을 위해 비교지수 구성종목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비교지수 외 종목을 축소하는 등 개선조치를 실시했으나, 시장의 극심한 변동성으로 인해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초과 수익 추구와 규정 준수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을 수 있도록 관련 시스템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를 단순히 초과수익 추구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로만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상관계수 관리는 액티브 ETF 운용의 기본"이라며 "특히 타겟데이트펀드(TDF) 2050과 같은 핵심 빈티지 상품까지 상폐되는 것은 운용 관리 체계에 대한 신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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