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호 기자] SK바이오팜이 설립 이후 두 번째로 대규모 단기 차입을 결정했다. 회사가 보유한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유럽제품명 온투즈리)’의 현금 창출력이 자금 상환의 버팀목이 될 전망이다. SK바이오팜은 수천억원 규모 현금에 차입금까지 더해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에 드라이브를 건다는 방침이다.
8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이 지난달 29일 2000억원 규모 단기차입을 단행해 총 차입금이 2520억원으로 늘어났다. 회사가 코스피 상장 3개월 전인 2020년 4월 실시한 1000억원 규모 단기 차입에 이어 두 번째다. 특히 이번 단기 차입 결정은 자금 상황과 배경 측면에서 과거 사례와 크게 대비되고 있다.
앞선 2020년 단기 차입의 경우 SK바이오팜이 보유한 현금및현금성 자산은 386억원으로 직전 3년간 회사의 연평균 개발비(1200억원)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이때는 2019년 11월 미국에서 허가된 엑스코프리가 공식 출시되기 전이기도 했다. 엑스코프리의 시장성이 입증되지 않았던 만큼 모회사인 SK의 계열사인 점에 힙입어 대규모 차입이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SK바이오팜은 최근 5년간 엑스코프리의 첫 무대인 미국을 중심으로 시장성을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회사에 따르면 엑스코프리의 미국 매출은 2024년 4387억원에서 지난해 6303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1분기에도 해당 지역에서 197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를 통해 SK바이오팜은 2024년 이후 3000억원 이상의 현금및현금성 자산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결국 두 번째 대규모 단기 차입은 모회사에 기댔던 과거와 달리 SK바이오팜 자체 밸류업(가치 제고)에 근거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막대한 현금을 보유한 SK바이오팜이 단기 차입을 통한 추가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에 대해 미래 성장을 위한 초석을 공고히 다지려는 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엑스코프리의 적응증 확장과 후속 신약개발을 통해 뇌전증 시장 입지 강화를 계획하고 있다. 또 방사성의약품치료제(RPT)나 표적단백질분해제(TPD) 등을 차기 성장 동력으로 삼은 지 오래다. 이를 위해 최근 2년간 매년 1600억~1700억원 규모의 연구비를 지출하는 중이다.
실제로 SK바이오팜은 엑스코프리에 대해 전신 발작 또는 투약 연령 확장 등을 위한 임상 3상을 수행하고 있다. 이 중 전신 발작 적응증 관련 임상 3상을 완료하고 미국 등에서 인허가 절차를 밟는 중이다. 또 후속 물질로 난치성 소아 뇌전증 대상 신약 후보물질 ‘카리스바메이트’의 글로벌 임상 3상도 병행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이미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통해 2종의 RPT 신약 후보물질도 확보했다. 2024년 풀 라이프 테크놀로지로부터 기술도입한 ‘SKL35501(계약금 118억원)’과 지난해 미국 위스콘신대로부터 도입한 ‘WT-7695(계약금 219억원)’ 등이다. 아울러 2023년 TPD 전문 기업인 미국 프로테오반트 사이언스를 인수해 관련 물질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엑스코프리의 적응증 확장, RPT나 TPD 후보물질의 개발 진전 등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며 “이번에 확보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기존 개발 사업을 넘어 신규 사업 진출까지 염두에 두고 새로운 계획을 수립하는 중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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