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중앙일보가 워크아웃 과정에서 충남 태안군 토지 매각을 추진하면서 60여년간 이어져 온 삼성과 중앙그룹의 공동자산도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이번 거래 대상은 단순한 부동산이 아니다. 삼성 창업주가 중앙일보를 세우고 한 그룹으로 운영했던 시절부터 함께 보유해 온 흔적이자, 1999년 계열분리 이후에도 남아 있던 자산이다. 중앙그룹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매각에 나서면서 두 기업집단을 상징적으로 연결하던 마지막 고리도 끊어지는 모양새다.
8일 부동산·금융업계에 따르면 중앙일보는 최근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에 삼성물산과 충남 태안군 근흥면 신두리·연포 일대 공동 소유 토지를 약 330억원에 매각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전달했다. 해당 토지는 중앙일보와 삼성 측이 공동으로 보유하고 있는 부지로, 중앙그룹이 워크아웃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비핵심 자산 매각 대상에 포함됐다.
◆창간부터 혼맥까지, 한 뿌리였던 ‘두 가문’…태안 땅, 계열분리 후 남은 유일한 ‘연결고리’
이번 거래가 주목받는 이유는 태안 토지가 삼성과 중앙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자산이기 때문이다.
중앙일보는 1965년 삼성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이 창간했다. 초대 사장은 홍진기 전 법무부 장관이 맡았으며, 이후 약 34년 동안 삼성 계열 언론사로 운영됐다. 당시 삼성은 제조업뿐 아니라 금융·유통·건설·문화·언론까지 아우르는 종합기업집단으로 성장했고, 중앙일보는 그룹의 대표 언론사 역할을 담당했다.
양측의 관계는 사업을 넘어 혼맥으로도 이어졌다. 홍진기 전 회장의 장녀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리움 관장과 이건희 전 회장이 1967년 결혼하면서 한 그룹 내 가족이 된 것이다.
1998년 말 삼성은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중앙일보 분리를 추진했다. 홍석현 회장 측이 삼성이 보유한 중앙일보 지분을 인수하고 삼성생명이 중앙일보 사옥을 매입하는 등 계열분리를 위한 사전 작업이 진행됐다.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는 1999년 3월 중앙일보와 보광 등 9개사의 계열분리를 승인했고, 같은 해 중앙일보는 삼성 계열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태안 토지만큼은 계열분리 이후에도 공동 소유 형태가 유지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를 계열분리 이후 27년 동안 남아 있던 마지막 공동자산을 정리하는 작업으로 보고 있다.
◆개발기대 속 수십년 방치…결국 중앙일보 자구안으로
삼성은 1969년부터 약 6~7년에 걸쳐 연포해수욕장 일대 약 67만평의 토지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에는 전국적인 관광지 개발 붐이 일면서 대기업들이 리조트와 관광시설 개발을 목적으로 대규모 부지를 확보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개발은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환경규제와 개발 제한, 사업성 문제 등이 겹치면서 관광단지 조성은 장기간 표류했고 토지는 수십 년 동안 사실상 유휴자산으로 남았다.
이 과정에서 지역사회의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2014년 당시 태안군의회는 삼성그룹이 연포해수욕장 개발을 명분으로 토지를 매입하고도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조속한 개발을 촉구했다. 당시 한 의원은 "주민들은 개발을 기대하며 토지를 넘겼다"며 "당초 취지대로 연포해수욕장의 개발을 조속히 이행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개발이 진행되지 않으면서 지역사회와 협력한 사례도 있었다. 2015년 태안군은 제일모직(현 삼성물산)과 중앙일보, 연포번영회와 협약을 맺고 연포해수욕장 인근 유휴부지를 개발계획 수립 전까지 무상 임대받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군은 해당 부지와 인근 국유지를 활용해 약 260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을 조성했고, 약 45억원의 토지 매입 예산을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토지 개발은 현실화되지 못했고, 장기간 활용되지 않던 토지는 중앙그룹의 유동성 위기 속에서 매각 대상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가 단순한 부동산 매매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한다. 중앙일보가 삼성 계열에서 분리된 지 27년이 지났지만 태안 공동 소유 토지는 과거 한 그룹이었던 역사를 보여주는 거의 유일한 실물 자산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태안 토지는 삼성과 중앙이 한 그룹이었던 시절을 보여주는 마지막 자산이 정리되는 셈"이라며 “오랜 사업적 인연과 역사적 배경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각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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