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와 경기 둔화로 국내 금융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2금융권의 해외 사업이 새로운 수익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카드·보험·캐피탈사 등 금융사들은 글로벌 거점을 확대하고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며 실적 개선과 수익 다변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에 딜사이트는 주요 2금융권의 해외 사업 성과를 살펴보고, 글로벌 확장 전략과 과제를 점검한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강울 기자] 현대캐피탈이 해외 자동차금융 플랫폼 구축에 속도를 내면서 외형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기아·제네시스의 글로벌 판매 확대와 연계해 호주와 인도네시아 등 신규 시장 공략에 나선 결과 해외 자산 규모는 급증했다. 다만 초기 투자 비용과 영국법인의 일회성 충당금 부담이 겹치면서 본격적인 수익화 단계에 진입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캐피탈이 연결 기준으로 반영하는 해외법인 6곳의 올해 1분기 총자산은 9628억원으로 전년 동기(2682억원) 대비 약 3.6배 증가했다. 해외 사업 확대를 위한 투자와 신규 금융법인 성장세가 자산 증가를 이끌었다. 이들 법인의 합산 순손실은 50억8400만원으로 지난해 1분기 86억1100만원 손실 대비 적자 폭은 줄었지만 아직 흑자 전환에는 이르지 못했다.
현대캐피탈은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판매망과 연계한 ‘캡티브 금융(Captive Finance)’ 모델을 해외 시장에 확대 적용하고 있다. 자동차 구매 고객에게 할부·리스·렌터카 등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로, 차량 판매 확대와 금융 수익 창출을 동시에 노리는 전략이다.
현대캐피탈은 현재 호주와 인도네시아를 해외사업 핵심 전략 시장으로 삼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두 지역 모두 현대차그룹의 현지 판매 확대와 연계한 성장성이 기대되지만 아직 사업 초기 단계인 만큼 수익성 확보까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호주는 현대캐피탈이 가장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시장이다. 올해 1분기 호주법인 자산은 83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순손실은 75억8200만원에서 56억5800만원으로 적자 폭이 줄었지만 여전히 해외 연결 대상 법인 가운데 손실 규모는 가장 컸다.
현대캐피탈은 2024년 호주 시장 진출 이후 제네시스 파이낸스와 현대 파이낸스를 론칭했고, 지난해 6월부터는 기아 고객 대상 금융서비스까지 확대하며 현지 사업 기반을 넓혀왔다. 현재는 시장점유율 확보와 영업망 확충에 집중하는 단계로, 초기 투자 비용이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인도네시아 역시 현대캐피탈이 미래 성장시장으로 점찍은 지역이다. 현대캐피탈은 기존 자문법인을 통해 시장 조사와 현대차그룹 지원 업무를 수행해왔지만, 지난해 금융법인을 출범시키며 자동차 할부·리스 금융 등 본격적인 금융 영업에 나섰다.
인도네시아 금융법인의 올해 1분기 자산은 88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4.9% 증가했다. 반면 순손실은 14억9300만원으로 전년 동기 7억600만원 손실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다. 현지 영업 기반 구축과 인력 확충, 시스템 투자 등이 지속되면서 단기 수익성 부담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인도네시아는 현대자동차의 동남아 생산·판매 거점으로 꼽히는 만큼 자동차금융 수요 확대에 따른 그룹 차원의 시너지도 기대되는 시장이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호주와 인도네시아 등 신규 해외법인은 현지 진출 초기 단계인 만큼 인력 채용과 시스템 구축 비용이 반영돼 단기적으로 손실이 발생했다"며 "다만 전체 해외 연결 대상 법인의 합산 순손실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드는 등 초기 투자 부담은 점차 완화되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핵심 시장인 영국법인도 일회성 비용 영향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현대캐피탈의 주요 지분법 대상 해외법인인 영국법인은 올해 1분기 217억9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244억8000만원 순이익을 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적자로 전환한 셈이다.
이는 영국 자동차금융업계 전반이 직면한 규제 이슈에 따른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영국법원이 자동차금융업계에서 관행적으로 운영돼온 딜러 커미션 체계와 관련해 대규모 배상 판결을 내리면서 현대캐피탈 영국법인 역시 관련 충당금을 반영했다. 업계에서는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영국법인의 기존 사업 경쟁력과 성장 흐름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신규 시장 확대 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호주와 인도네시아에 이어 인도 시장에서도 금융법인 설립을 추진하며 글로벌 자동차금융 네트워크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인도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자동차 시장 중 하나로 성장 잠재력이 높아 차세대 전략 거점으로 평가받는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현재 인도 시장에서 금융법인 설립을 준비 중이며 기존 자문법인을 전환할지 별도 법인을 설립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현대캐피탈이 단기 수익성보다 글로벌 플랫폼 구축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호주·인도네시아 법인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하고 인도 시장 진출까지 본격화될 경우 해외사업이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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