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윤기쁨 기자] 국내 자본시장에서 식음료(F&B) 포트폴리오는 오랜기간 재무적 투자자(FI)들의 무덤으로 불렸다. 짧은 트렌드 주기, 내수 침체,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 상승, 유사 브랜드 난립과 가맹점 갈등 등 각종 리스크로 투자회수 난도가 높은 업종으로 인식되곤 했다.
최근 사모펀드(PEF)의 만기 도래와 맞물려 공차, 버거킹코리아, 맘스터치 등 합산 몸값만 수조원인 대형 외식 매물들이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시장만으로는 이들을 온전히 소화하기 어려운 데다 회수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시장의 눈길은 자연스럽게 글로벌 자본 유치로 향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딜의 성패를 가를 글로벌 투자자들의 인수 기준은 명확하다. 국내 매장 수나 기존 점포 매출 성장률 같은 지표는 뒷일이다. 핵심은 전 세계적인 K-푸드 열풍을 발판 삼아 얼마나 빠르게 해외 영토를 확장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수익성을 갖췄는지다.
내수 침체를 상쇄하기 위해 해외 진출은 사실상 생존 조건이 된 상황에서, 해외 투자자들은 한국 외식 브랜드를 단순한 식음료 업종이 아닌 K-컬처 인지도를 활용해 고수익을 낼 수 있는 플랫폼으로 바라보고 있다.
최근 성사된 주요 딜들을 살펴보면 이러한 시각이 잘 드러난다. 엘리베이션PE와 졸리비 푸즈의 컴포즈커피 인수가 대표적이다. 졸리비는 국내 저가 커피 시장의 포화 우려 속에서도 컴포즈커피가 가진 현금 창출력에 주목했다. 한국에서 검증된 고효율 사업 모델에 자신들이 가진 글로벌 네트워크를 결합해 해외에서 밸류에이션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오케스트라PE가 칼라일그룹에 KFC코리아를 매각한 딜 역시 유사하다. 미국식 오리지널 레시피에 한국 특유의 소스와 트렌드를 입힌 K-치킨 콘텐츠를 인정받은 결과로, K-푸드의 인기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너지를 노린다는 포석이다.
한국 외식 기업의 또 다른 경쟁력은 인건비와 고정비 부담을 상쇄하는 정보기술(IT) 기반의 운영 시스템이다. 자체 앱과 키오스크 도입, 동선 최적화 등 고도화된 IT 인프라는 프랜차이즈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어피니티가 일본 버거킹을 인수한 뒤 한국식 IT 시스템을 이식해 체질 개선에 성공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K-푸드의 브랜드 매력도에 고효율 운영 체제가 맞물린다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한층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할 수 있다.
하반기 조단위 매각 시험대에 오르는 버거킹코리아와 맘스터치의 성패 역시 K-푸드 열풍을 어떻게 글로벌 숫자로 증명하느냐에 갈릴 것으로 보인다. 어피니티가 일본 버거킹의 성공 방식을 한국 버거킹에 도입해 가치를 입증할 수 있을지, 도쿄 시부야에 진출한 맘스터치가 일시적 유행을 넘어 마스터 프랜차이즈 기반의 꾸준한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확장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K-푸드의 브랜드 매력도를 영리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 앞서 성공적으로 매각한 사례들을 기반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거나 운영 효율화의 극대화가 가능하다는 실질적인 청사진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만 조 단위 매각 시험대에 오르는 대형 매물들 역시 시장이 기대하는 몸값을 인정받으며 흥행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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