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
기간 설정

VIG 피앤씨랩스 반값에…파이어세일 2가지 이유
전재민 기자
2026-06-23 07:30:00
2000억에 사서 1000억에 밑지고 급매...뜨는 K뷰티 속 지는 마스크팩, 3호 블라인드 청산으로 분배 이슈
이 기사는 2026-06-22 06:25:00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피앤씨랩스.jpg
출처=피앤씨랩스 홈페이지.

[딜사이트 전재민 기자] 사모펀드(PEF) 운용사 VIG파트너스가 피앤씨랩스를 투자 원금의 절반 수준에 처분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국내 화장품 산업이 글로벌 K뷰티 호황을 맞아 높은 밸류에이션을 인정받고 있지만 피앤씨랩스는 과거 인수가를 크게 밑도는 가격에 거래가 이뤄진 탓이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VIG파트너스는 최근 영케미칼과 피앤씨랩스 지분 100% 매각을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시장에서 예측된 거래 가치는 약 900억~1000억원 수준으로 회사의 최근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100억원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약 9배 수준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


VIG는 2017년 3호 블라인드펀드를 통해 당시 피앤씨산업이던 피앤씨랩스 지분 73%를 1456억원에 인수한 이후 지분율을 100%까지 끌어올리며 약 2000억원의 인수대금을 치뤘다. 이번 매각가가 1000억원 안팎으로 거론되는 만큼 표면상 회수 가치는 인수가 대비 절반 수준에 머문 셈이다.


VIG는 매매금액 외에도 거래금액의 절반인 500억원 가량의 매도자금융까지 진행해 인수자의 부담을 덜어줬다. 매도자가 인수자 측에 자금 조달을 지원해 거래 성사 가능성을 높인 것이다. VIG는 피앤씨랩스를 차주로 세워 대신증권에서 약 5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을 지원했다. 통상 원매자 간 가격 경쟁이 치열한 매각 거래에서는 매도자가 금융 부담을 떠안을 필요가 크지 않다. 때문에 매각자가 가격 극대화보다 확실한 엑시트에 무게를 둔 판단으로 풀이된다.


국내 화장품 산업은 미국·일본·동남아시아 등지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2023년 85억달러에서 지난해 114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으며 프랑스에 이은 세계 2위 수준으로 올라섰다. 브랜드 인지도와 해외 유통망을 갖춘 국내 화장품 기업이 높은 멀티플을 인정받고 있다.


실제로 구다이글로벌은 조선미녀와 티르티르, 스킨푸드 등을 묶은 멀티브랜드 플랫폼으로 평가받으며 조 단위 기업가치가 거론된다. 서린컴퍼니도 구다이글로벌에 6000억원 규모로 매각되며 기존 투자자에게 상당한 차익을 안겼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인수한 어뮤즈 역시 브랜드 성장성과 영업권 프리미엄을 상당 부분 인정받았으며, 아모레퍼시픽이 인수한 코스알엑스는 인수 과정에서 EBITDA 20배 수준의 밸류에이션이 적용됐다.

세계적인 K뷰티 흥행에도 불구하고 피앤씨랩스의 밸류에이션이 낮게 측정된 이유로는 먼저 후방 제조사라는 사업 구조의 한계가 꼽힌다. 피앤씨랩스는 마스크팩 시트와 화장품 패드 원단 등을 생산하는 B2B 사업자다. K뷰티 호황의 과실이 소비자 브랜드와 해외 유통망을 보유한 기업에만 집중되면서, 제조 밸류체인에 있는 피앤씨랩스는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가치를 받은 것으로 지적된다.


피앤씨랩스의 주력 사업인 마스크팩 수요가 꺾인 영향도 컸다. VIG가 인수하던 2017년은 마스크팩 시장 성장성이 크게 반영돼 비교적 높은 가격으로 밸류에이션이 책정됐다. 당시 피앤씨랩스는 국내 마스크팩 시트의 70% 이상을 공급하던 과점 사업자로 2016년 매출 92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코로나 시국을 겪으면서 지난해 매출은 875억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특히 동일 기간 영업이익은 232억원에서 79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정점을 지난 산업에 프리미엄을 더해줄 필요가 사라졌다는 평가다.


VIG가 피앤씨랩스를 품은 3호 블라인드 펀드를 빠르게 청산하려는 이유도 이번 매각을 서두른 이유로 보인다. 3호 펀드는 약 7000억원 규모인데 이미 프리드라이프(4배)와 푸디스트(2배), 스타비전(2배) 등의 포트폴리오를 성공적으로 매각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에 전체 펀드를 청산하려는 하우스 내부의 필요가 강하게 제기된다. 특히 이철민 대표와 신창훈 대표의 주도권 다툼 이슈가 불거지면서 3호는 하우스 파트너들의 첨예한 이해관계를 해결할 돈주머니로 지목된다. 이런 맥락에서 유영산업과 본촌, 오토플러스 등 남은 포트폴리오도 원금 이상 수준에서 매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피앤씨랩스를 품게 된 영케미칼은 의료용 밴드와 반창고, 창상피복재 등을 생산하는 헬스케어 소재 업체다. 매출 규모는 피앤씨랩스보다 작지만, 인수를 통해 미용 소재 영역까지 사업을 넓히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다만 인수 이후 관건은 낮아진 수익성을 얼마나 회복하느냐다. 영케미칼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67억원, 90억원으로 작년 327억원, 134억원 대비 감소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