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를 예고하면서 KB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이끄는 사외이사들의 어깨도 한층 무거워졌다. KB금융의 회장 승계 절차가 금융당국이 제시할 새로운 CEO 승계 원칙을 가장 먼저 검증받는 사례가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개선안 발표 이후에도 숏리스트 선정과 최종 후보 압축 등 핵심 절차가 이어지는 만큼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의 의사결정 과정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당국이 이번 개선안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손질하려는 부분은 최고경영자(CEO) 승계 과정에서 이사회가 현직 CEO로부터 충분히 독립적이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이번 KB금융 회추위 역시 단순히 차기 회장을 선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경영진으로부터 독립된 의사결정 체계를 얼마나 확보했는지가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이달 초중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선안에는 CEO 승계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 제고를 비롯해 사외이사 선임 절차 개선, 이사회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 성과보수 체계 정비, CEO 장기 연임 견제 방안 등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9일 열린 '2026년 상반기 은행권 내부통제 워크숍'에서도 금융지주 지배구조 점검 결과를 공개하며 CEO 승계와 이사회 운영 과정에서 견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일부 금융지주에서는 현직 CEO 체제에서 구성된 이사회가 차기 CEO 선임 절차를 주도하거나, 승계 기준을 현직 CEO에게 유리하게 변경한 사례가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이는 경영진 중심의 승계 관행에서 벗어나 이사회의 독립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겠다는 금융당국의 문제의식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금융권에서는 현재 차기 회장 승계 절차를 진행 중인 KB금융이 금융당국의 새로운 지배구조 원칙을 가장 먼저 검증받는 사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개선안이 시행되기 전이지만, 발표 시점과 KB금융의 승계 일정이 맞물리는 만큼 후보 검증 기준과 의사결정 절차가 금융당국이 제시하는 방향에 부합하는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KB금융 회추위는 조화준 위원장을 비롯해 최재홍·차은영·이명활·김성용·김선엽·서정호 등 사외이사 7명 전원으로 구성됐다. 회추위는 지난 5월 내·외부 후보 각 6명씩 총 12명의 롱리스트를 확정했으며 이달 숏리스트를 발표한 뒤 심층 평가와 인터뷰를 거쳐 9월 최종 후보 1인을 확정할 계획이다.
회추위 구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조화준 위원장과 최재홍·김성용 사외이사는 2023년 양종희 회장 선임 당시 사외이사로 재직했던 인물이다. 특히 조 위원장은 양 회장 선임 당시 회추위에도 참여했다. 반면 차은영·이명활·김선엽·서정호 이사는 양 회장 취임 이후 새롭게 이사회에 합류했다. 금융권에서는 기존 승계 절차를 경험한 이사들과 새롭게 합류한 사외이사들이 함께 회추위를 구성한 만큼 얼마나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느냐가 중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이사회 구성 자체보다 후보 검증 과정의 독립성과 절차적 공정성 확보에 방점을 찍고 있는 만큼, 회추위가 내·외부 후보를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고 검증 과정을 얼마나 투명하게 운영하느냐가 이번 승계 절차의 신뢰도를 좌우할 핵심 요소로 꼽힌다. 특히 내·외부 후보에게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검증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KB금융도 이번 승계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회추위는 공식 절차에 앞서 주요 주주들과 간담회를 열어 차기 회장에게 요구되는 자질과 역량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또 내·외부 후보 모두에게 동일한 평가 기준을 적용하기 위해 롱리스트와 숏리스트를 단계적으로 운영하고, 외부 후보에게도 충분한 검증 및 준비 기간을 부여했다. 승계 절차 개시 시점도 과거보다 앞당겨 후보 검증 기간을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금융당국이 강조하는 절차적 공정성과 객관성을 선제적으로 강화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KB금융 회장 승계 절차가 단순히 차기 회장을 선임하는 과정을 넘어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지배구조 개선의 실효성을 가늠하는 첫 사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추위가 경영진으로부터 독립된 판단과 투명한 검증 절차를 통해 후보를 선임할 수 있을지가 향후 다른 금융지주의 CEO 승계 절차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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