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KB금융지주가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돌입하면서 외부 후보가 얼마나 존재감을 보일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KB금융은 외부 후보의 참여 여건을 개선하며 절차적 공정성을 강화하고 있지만, 금융권에서는 이번에도 내부 인사 중심 승계가 이뤄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9월 차기 회장 최종 후보를 확정한다. 현재 내·외부 각 6명씩 총 12명의 압축 후보군(롱리스트)을 정한 상태로 7월 6명, 8월 3명으로 후보군을 추린 뒤 9월11일 최종 후보 1인을 확정한다. 양종희 현 회장의 임기는 11월20일 만료된다.
이번 절차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외부 후보에 대한 공정성 강화다. 특히 외부 후보가 현직 경영진에 비해 그룹 현황 파악이나 경영전략 준비 측면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1차 숏리스트 선정 이후 인터뷰까지 약 두 달의 준비 기간을 제공하기로 했다. 후보가 원한다면 익명성도 보장한다.
승계 일정을 이전보다 앞당긴 점도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번 일정 조정은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와 체계적인 CEO 승계 절차 마련을 강조해온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KB금융은 2023년보다 승계 일정을 한 달 이상 앞당기고 최종 후보 선발까지 기간도 늘렸다. 절차 개시부터 최종 후보 선정까지 기간이 3개월로 길어진 만큼 후보 검증과 평가에도 충분한 시간을 들일 수 있게 됐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실제 회장 경쟁 구도는 결국 내부 인사 중심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공정성 강화 노력과 별개로 KB금융의 경영승계 시스템을 고려하면 2개월의 준비 기간만으로는 수년간 축적된 내·외부 후보 간 경험과 정보 격차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KB금융은 매 반기마다 회장 후보군을 상시 관리하며 내부 후보를 대상으로 별도의 'CEO 내부 후보자군 육성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에는 미래 그룹 CEO 과정(FGC·Future Group CEO Course), 연 1회 경영현안 주제 발표회, 이사회 워크숍 등이 포함된다.
특히 내부 후보들은 승계 절차가 시작되기 전부터 육성 프로그램과 이사회 검증 과정을 거치며 역량을 평가받는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이사회와의 접점이다. 내부 후보들은 경영현안을 발표하고 사외이사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역량을 검증받는다. 실제 양종희 회장이 선임된 2023년 승계 과정에서도 회추위는 절차 개시 이전인 6월부터 내부 후보군의 경영현안 발표를 보고받았다.
금융권에서는 KB금융이 금융권에서 가장 체계적인 CEO 승계 시스템을 구축한 곳 가운데 하나라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서도 회장 후보군을 상시 관리하고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체계를 갖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유사시에도 검증된 후보를 배출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평가되지만, 외부 후보 입장에서는 단기간에 넘기 어려운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역대 승계 과정을 살펴봐도 외부 후보의 존재감은 제한적이었다. 과거 승계 사례 역시 최종 경쟁 단계까지는 외부 후보가 이름을 올렸지만 실제 회장 선임으로 이어진 경우는 없었다. 최근 10년 동안 최종 경쟁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외부 인사는 사실상 김병호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유일하다. 김 전 부회장은 2020년 윤종규 회장 연임 과정과 2023년 양종희 회장 선출 과정에서 최종 경쟁 후보군에 포함됐다.
2017년 윤종규 회장의 연임 과정에서는 윤 회장과 김옥찬 당시 KB금융지주 사장, 양종희 당시 KB손해보험 대표가 최종 3인 후보에 올랐지만 김 사장과 양 대표가 심층 인터뷰를 고사하면서 윤 회장이 사실상 단독 후보로 추천됐다.
2020년에는 윤종규 회장과 김병호 전 부회장, 이동철 당시 KB국민카드 사장, 허인 당시 KB국민은행장 등이 숏리스트에 포함됐다. 2023년에는 양종희 당시 KB금융 부회장, 허인 당시 KB금융 부회장, 김병호 전 부회장이 최종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여기에 회장 선임 과정에서 중요하게 평가되는 요소들이 내부 후보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영 안정성과 조직 장악력, 그룹 이해도 등은 회장 선임 과정에서 핵심 평가 요소로 꼽히는데 이들 항목은 그룹 내 주요 보직과 계열사 최고경영자 경험을 쌓은 내부 후보들이 강점을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외부 후보가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금융권 전반에 대한 전문성뿐 아니라 그룹 경영 전반을 이해할 수 있는 경험까지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외부 후보군 가운데 전통적으로 거론되던 금융관료 출신 인사의 등장 가능성도 예전보다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본래도 KB금융은 금융지주 가운데서도 관료 출신 인사와 거리를 둬온 곳으로 평가받는데 최근 들어 분위기도 달라졌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지배구조 독립성과 전문경영인 체제를 중시하는 흐름이 강화되면서 관료 출신 외부 인사가 회장 후보로 부상할 가능성이 과거보다 낮아졌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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