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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뎌진 부실 항공사 퇴출 칼날
이세정 차장
2026-07-01 08:25:00
내년 도입 10년 면허취소제 '무용지물'…출혈 경쟁 속 '하늘길 안전' 위협
이 기사는 2026-06-30 08:10:28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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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사이트 이세정 차장] 부실 항공사의 강제 퇴출을 골자로 한 국토교통부의 '재무구조 개선명령·면허취소' 제도가 내년이면 도입 10년을 맞는다. 이 제도는 자본잠식에 빠진 항공사가 비용 절감을 위해 안전 투자를 줄이고, 그 결과 승객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을 막기 위해 2017년 마련됐다.


1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 국토부의 칼날이 실제로 적용된 항공사는 단 한 곳도 없다. 재무구조 개선 명령을 받은 항공사 대부분은 대주주의 일시적인 자금 수혈로 규제 기준만 맞춘 뒤 면허를 유지해 왔다. 제도의 취지이던 '재무 체질 개선'은 뒷전으로 밀리고, 규제를 통과하기 위한 형식적 자본 확충만 반복됐다.


문제는 항공산업이 대외 변수 민감성이 매우 큰 업종이라는 점이다. 최근 미국·이란 충돌로 환율과 유가 변동성이 커진 데다 공급과잉에 따른 수익성 악화까지 겹치면서 재무 부담은 다시 커지고 있다. 일시적인 자금 수혈만으로는 반복되는 위기를 막을 수 없는 구조다.


더 큰 문제는 부실한 재무구조가 결국 항공사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안전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현행 항공사업법은 자본금의 절반 이상이 1년 넘게 잠식되거나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지속될 경우 국토부 장관이 재무구조 개선을 명령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규제는 존재하지만 퇴출은 없다는 신호를 학습했다.


재무 부담을 떠안은 일부 저비용항공사(LCC)의 안전지표는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새 주인을 맞은 트리니티항공(옛 티웨이항공)은 모기업의 자금 지원에 의존하고 있으며,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두 차례 안팎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재사용 금지 유압필터를 지속 사용하거나 부품 정비 능력 범위를 벗어난 부품을 무리하게 수리·사용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가장 시급한 곳은 에어프레미아다. 에어프레미아는 지난해 국토부로부터 재무구조 개선 명령을 받았고, 올해 9월까지 자본잠식률을 50%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약 1200억원 규모의 자본 확충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지만 새 최대주주인 타이어뱅크의 재무 여력만으로는 부담이 적지 않다. 공교롭게도 에어프레미아는 지난해 국적 항공사 가운데 정비 사유 지연률이 가장 높았고, 국토부의 국제선 운항 신뢰성 평가에서도 최하위를 기록했다.


국적사 중 최하위 지연율을 기록 중인 에어서울은 3대 중 1대가 정시 출발을 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9월에는 정비 문제로 인천~오사카 노선에서 최대 29시간 지연이 발생했으나, 비용 절감을 이유로 대체편을 공급하지 않았다. 이스타항공의 경우 올해 항공종사자·직원의 교육훈련 예산이 LCC 평균(56억원)보다 33.3% 나은 39억원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으로 출범할 '메가 LCC'는 또 다른 변수다. 재무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 앞으로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규모의 경제를 갖춘 초대형 LCC가 가격 경쟁과 노선 확대에 나설 경우 자본력이 부족한 항공사들은 더욱 거센 생존 압박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결국 운임 경쟁이 심화될수록 가장 먼저 줄어들 위험이 있는 비용은 교육훈련과 정비, 안전 투자다. 출혈 경쟁의 대가를 승객 안전이 대신 치르는 구조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


본질은 규제의 실효성이다. 정부가 형식적인 자본 확충으로 재무구조 개선 명령을 종결하는 동안 항공사들은 체질 개선보다 버티기를 선택하는 것이 더 유리한 시장이 만들어졌다. 규제가 부실 기업의 연명을 돕는 장치로 전락한다면 제도는 존재 이유를 잃게 된다.


국토부가 면허 회수를 주저하는 속내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면허 취소가 사형 선고와 다름 없는 만큼 대규모 실업과 소비자 불편, 산업 위축이라는 무거운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 신규 항공사 면허를 발급해줄 당시 국토부가 내세운 논리는 '시장의 자유 경쟁'이었다는 점을 되짚어보면 설득력은 크지 않다. 경쟁의 과실은 시장에 맡기면서, 부실의 대가는 구조조정 기피로 회피하려는 태도로 비춰져서다.


국토부가 지켜야 할 것은 항공사의 면허가 아니라 국민의 안전이다. 시장에서 퇴출돼야 할 기업까지 무조건 살려두는 것을 산업 정책으로 볼 수 없다. 항공업에서 마지막까지 타협할 수 없는 가치는 수익성이 아닌 안전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무뎌진 규제의 칼날을 다시 세우지 않는다면 그 대가는 결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으로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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