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나영 기자] 100년 만의 홍수? 애플, 결국 백기 들고 가격 인상
애플이 맥북과 아이패드의 가격을 일제히 인상했습니다. 부품 가격 상승의 압박을 견디다 못해 결국 소비자에게 그 부담을 넘기게 된 건데요.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부품 비용 급등에 대해 "100년 만의 홍수와 같다"며 40년 넘게 일하면서 이런 상황은 처음 본다고 토로했을 정도입니다. 이 소식이 전해진 목요일, 애플 주가는 6% 넘게 하락하며 2025년 4월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어요.
구체적인 인상 폭을 살펴보면 꽤 가파릅니다. 보급형인 맥북 네오는 기존 599달러에서 699달러로, 맥북 에어 512GB 모델은 1099달러에서 1299달러로 크게 뛰었습니다. 전문가용인 맥북 프로 1TB는 무려 1999달러가 되었고, 아이패드 에어와 아이패드 프로 역시 각각 150달러, 200달러씩 올랐습니다.
갑자기 왜 이렇게 부품 가격이 뛴 걸까요? 가장 큰 원인은 메모리 및 스토리지 가격 폭등입니다. 사실 그 이면에는 최근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인공지능(AI) 열풍이 자리 잡고 있어요. AI 시스템을 구축하고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려면 고대역폭 메모리가 엄청나게 필요한데, 부품 공급업체들이 이쪽 시장에 생산 라인을 집중하면서 일반 PC나 태블릿에 들어가는 메모리의 공급은 상대적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동안 메모리 가격이 무려 4배나 뛰었다고 해요. 이 덕분에 대표적인 메모리 공급업체인 마이크론은 매출이 4배 급증하고, 이익률이 39%에서 84.9%로 수직 상승하는 등 엄청난 수혜를 누렸지만, 애플과 같은 전자 기기 제조사는 부품 조달에 직격탄을 맞은 셈입니다.
메모리 대란의 나비효과, 다음 타자는 아이폰
애플은 원래 기기 가격을 직접 올리기보다는, 가장 저렴한 모델을 단종시켜 자연스럽게 비싼 모델을 사게 만들거나 용량 업그레이드 비용을 비싸게 받는 방식을 주로 사용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주요 라인업의 전면적인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은 그만큼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에요. 시장조사업체 IDC와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곧 출시될 새로운 아이폰 라인업 역시 대당 150달러에서 200달러 수준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애플이 새롭게 준비 중인 자체 인공지능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 때문입니다. 기기 내부에서 고도화된 AI 기능과 새로운 시리(Siri)를 원활하게 돌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메모리 용량이 필수적인데요. 그래서 향후 모든 새 아이폰은 최소 12GB의 RAM을 탑재해야만 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가뜩이나 메모리 부품 가격이 폭등했는데 의무적으로 탑재해야 할 메모리 용량마저 늘어나야 하니, 결국 제품 원가가 훌쩍 뛸 수밖에 없는 구조인 거죠. 결과적으로 AI 기술의 발전이 부품 시장의 불균형을 낳고, 이것이 우리가 사는 전자기기들의 가격표를 모조리 바꿔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애플의 주가는?
25일(현지시간) 애플의 주가는 전일대비 6.12% 내린 275.15달러에 장을 마감했어요. 이 기업의 주가는 올해 들어 1.53% 상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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